빼앗긴자들
어슐러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황금가지 2002
★★★★★
아나키스트들을 위한 감동의 SF.
르 귄의 헤인시리즈 의 핵심 소재인 앤서블의 탄생이 그려지고 있지만, 작품의 초점은 자본주의적 사회인 우라스 행성을 공전하는 작고 황량한 위성인 아나레스에 있는 아나키스트들의 사회를, 그 이상과 현실을 형상화하고 있다.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우리 현재의 삶이 사실은 근대 자본주의가 규정해놓은 인공적인 산물일 뿐이라는 것, 우리의 눈을 가리는 근대 자본주의의 세뇌 바깥에 있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소름돋는 감동을 맛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르 귄은 아나키즘적 사회의 한 이상을 너무나도 잘 그려냈다. 이상과 이론에 눈 멀어버린 맹목적 찬양적 상상이 아니라, 인간 심성에 대한 깊은 이해 속에서.
표면상으로는 사불로 대변되는, 관료주의와 권력주의적 성향으로 변질되고 타락되는 아나레스에 대한 비판적 관점 속에서 아나키즘을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아나키즘 자체가 본질적으로 스스로에 대한 끊임없는 비판과 회의를 통해서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면..
SF에서 맛볼 수 있는 감동 혹은 감흥 중 하나가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 속에서 이룩된 미지의 행성, 미지의 세계를 간접 경험해보는 것이라고 할 때, 대개의 경우 물리적 / 생물학적 상상력 속에서 유영할 수 있을 뿐이지만, 르 귄의 이 작품 속에서 우리는 사회학적 / 심리학적 / 철학적 상상력 속에서 우리가 꿈꾸어야 할 세계를 꿈꾸게 된다.
재미 - 3.5
감동 - 5
SF - 4
키워드 ; 외계 행성 / 우주여행 / 사회학 / 유토피아 / 디스토피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