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에서

2011. 9. 17. 00:48 posted by zelaznied
 

네빌 슈트 지음
정탄 옮김
황금가지, 2011


우아하고 기품있는 인류 종말
북반구에서 벌어진 핵전쟁으로 애먼 남반구에 방사능 대기가 천천히 밀려온다. 고통스런 죽음까지 몇 달이나 남은 상황, 그 몇 달의 지연 때문일까. 서로 싸우다 자멸하는 북반구에 비해 태평하고 한가한 남반구 기질 때문일까. 레이 브래드버리의 유명한 단편처럼,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들은 최후의 순간 직전까지 대개들 서로에 대한 사랑과 배려를 잃지 않고 스스로 품위를 지킨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이 더 지독하게, 전쟁의 어리석음에 대한 공포와 종말에 대한 무거운 비탄을 불러 일으킨다.
과학적인 요소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핵전쟁으로 인한 지구 종말 시나리오는 작품이 나온 시대가 시대인 만큼, 그리고 작가의 경력이 경력이니만치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며, 종말을 앞둔 사람들의 심리와 사회의 변화상도 깊이 있고 눈여겨 볼만 하다.

재미 : 3.5
감동 : 4
SF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