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별점 다방
'외계인'에 해당되는 글 44건
- 2020.11.08 검은 미래의 달까지 얼마나 걸릴까?
- 2020.11.08 시어도어 스터전: 황금나선 외
- 2019.10.05 별의 계승자5: 미네르바의 임무
- 2019.10.04 그림자로부터의 탈출
- 2018.09.28 다운빌로 스테이션
- 2015.07.06 가라, 흩어진 너희 몸들로
- 2013.10.18 링월드 1
- 2013.09.23 빅 타임 1
- 2013.09.23 정거장 2
- 2010.09.26 대수학자
길고 두꺼운 시리즈의 멋진 종착역
외계인의 기원을 밝히고, 살아있는 외계인들을 데려오고, 외계인들의 세계에서 사이버 우주를 발견하고, 매 시리즈마다 새로운 세계를 가져오던(혹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던) 헌트 박사가 이제 스스로에게 다중우주까지 가져온다.(혹은 다중우주까지 나아간다)
77년에 나온 1권은 인류의 전투적인 도전 정신을 예찬하고 별을 계승하겠다고 선언하더니 이듬해에 바싹 붙어서 나온 2권에서는 돌연, 그런 도전 정신이 창출된 경쟁 위주의 세계관을 친절한 거인들의 사회와 대비해서 회의한다. 지나치게 모험과 흥미 위주로 경도된 3권과 4권에서는 그런 진지한 테마는 잠시 뒤로 물러나더니 한참의 시간을 두고 나온, 타계하기 5년 전에 낸 마지막 장편에서는 3권 결말에서의 실마리를 바탕으로 다시 한 번 대테마로 돌아 오면서 한 점의 아쉬움도 남기지 않고 멋지게 끝맺는다.
생각해보면 3권이 제일 흥미 위주의 이야기로 시리즈의 격을 좀 떨어뜨렸고, 4권도 내부 우주에 대한 흥미로운 사변이 서구인의 제3세계에서의 모험담식의 플롯으로 잘 살아나지 못한 면이 많이 아쉬웠는데 5권은 다중우주에 대한 상당히 하드한 접근과, SF의 가장 굵은 줄기 중 하나인 사회학적 사변이 적절하게 곁들여져서 단권 SF로서도 완성도가 높게 느껴진다.
재미 : 4
감동 : 3
SF : 4
★★★
동구권의 이색적인 디스토피아물
어느날 침공해 온 외계인들을 물리쳐준 착한 외계인들에게 통제 받는 지구는 바로 소련과 폴란드 사이의 현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동구권 SF답게 디스토피아에서의 삶에 대한 세부 묘사는 투박하면서도 정교하고, 현실적인 생활감이 잘 묻어난다. 마치 잘 돌아가는 낡은 기계에 찌든 윤활유 같다.
자먀찐의 우리들 도 그렇고, 동구권의 디스토피아물들은 확실히, 역사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구 SF의 상상만으로 지어진 디스토피아들과는 다른 맛을 준다. 디스토피아물은 대개 사회 제도에 더 초점을 맞추고 과학기술은 단지 감시와 통제를 위한 도구로서 등장하는데, 외계인들에게 지배받는 이 작품 속의 과학기술은 외계인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실험들로 나타나 있어서 SF 본연의 재미까지 잘 가미되어 있다.
재미 : 3
감동 : 3.5
SF : 3
★★★★
영원히 낡지 않을 걸작 하드 스페이스오페라
스페이스오페라라는 분류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SF 백과사전의 스페이스오페라 항목에는 대표작 중 하나로 나와 있지만ㅡ(위키피디아에서는 밀리터리 SF로 부르고 있는데 이쪽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스페이스오페라 팬이나 밀리터리 SF 독자들이 각각 기대하고 읽었다가는 실망하지 않을까. 이 작품의 즉각적으로는 와닿지 않는ㅡ하지만 결국엔 확실하게 드러나는 매력의 핵심은 다른 어딘가에 가 있다. 거의 비슷한 시기의 스타타이드라이징 이 서브장르의 근원적인 재미인 모험물로서의 재미를 현대적으로 살려냈다면 다운빌로스테이션 은 서브장르를 소재로 현대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냈달까. 집단과 집단 사이의 냉혹한 이해타산을 바탕으로 다양한 인간군상을 초연한 태도로 그려나가는 솜씨가 뛰어나다. 재미가 없어서 설렁설렁 읽다 중요한 세계 설정 몇을 놓치기 쉬운 프롤로그를 지나면 컴퍼니의 전함 <노르웨이>가 다운빌로 스테이션에 난민선을 부려놓는 도입부의 묘사와 진행이 특히 압도적이다.
재미 : 4
감동 : 3
SF : 4
필립 호세 파머 지음
안태민 옮김
불새, 2015
★★★
큰 이야기의 큰 시작
거대한 강이 흐르는 외계 행성에서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인류가ㅡ네안데르탈인과 인류 멸망 직전 지구를 방문했던 외계인까지 포함해서ㅡ한꺼번에 부활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것이 미래인들의 거대한 실험이라는 사실이 차츰 밝혀지지만 실험의 목적과 이야기의 결말은 이 한 권에서 밝혀지지 않는다.
끝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이야기로서 치명적인 약점이겠지만, 그래도 천일야화의 번역자 리처드 버턴이 앨리스의 모델 앨리스 부인의 팔짱을 끼고 네안데르탈과 외계인을 동료로 거느리고 괴링이 지배하는 노예제 사회에 뛰어든다는 설정, 음식과 의복을 무한정 해결해주는 화수분이 있다 해도 돌과 나뭇잎 뿐인 생태계에서 무한한 부활을 거듭하며 차츰 사회가 구성되고 문화가 생겨나는 과정, SF의 가장 핵심적인 인간상이라고 할, 미지와 무한의 세계 앞에서 불굴의 의지로 탐험에 도전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후속권을 기약할 수 없다 해도) 이 한 권만으로도 충분한 재미와 감흥을 준다고 하겠다.
재미 : 3.5
감동 : 2.5
SF : 3
레리 니븐 지음
고호관 옮김
새파란 상상, 2013
★★★★
고전적 하드 SF 수작
돌아온 전설 중에는 그냥 전설로 남는 편이 좋았을 경우도 많지만 링월드 는 쿼런틴 이나 블라인드사이트 가 이미 번역된지 오래인 지금 읽어도 여전히, 새삼스레 짜릿하고 감동적이다. 이 짜릿함, 이 감동은 스토리나 문장에 대한 것이 아니라, 과학적 상상력 자체로부터 기인하기 때문에 더 소중한데,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SF 중에서는 할 클레멘트의 중력의임무 가 가장 비슷하달까. 아서 클라크보다는 모험담-활극적 요소가 더 많은 점, 그리고 하인라인에 비해서는...하인라인이 인물과 사회-근경에 더 치중했다면 이쪽은 세계와 우주-원경에 집중한 점 등은 SF의 가장 고전적인 두 갈래인 펄프 SF와 하드 SF 각각의 재미를 두루 갖추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듯.
재미 : 4
감동 : 3
SF : 4
프리츠 라이버 지음
안태민 옮김
불새, 2013
★★
컴퓨터커넥션 만큼이나 정신 나간 SF
타임패트롤 을 연상시키는, 서로 다른 시간선을 가진 초월적인 집단 사이의 시간 변경 전쟁이 배경에 깔려있지만 실제 무대는 전장에서 멀리 떨어진 술집+의무실의 이상한 개념의 복합 휴양소가 전부. 등장인물들은, 죽기 일보 직전에 자기 시대로부터 영원히 잘려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다들 살짝 미친데다가 현실 감각이나 현실성을 송두리째 날려버린 것 같다. 정신 나간 인물들이 정신 나간 배경 위에서 정신 나간 사건들을 펼쳐놓는 것은 딱 알프레드 베스터의 컴퓨터커넥션 . 남자 주인공이나 (특히) 여자 주인공은 로버트 하인라인 표 같다.
재미 : 2
감동 : 1
SF : 3
클리퍼드 시맥 지음
안태민 옮김
불새, 2013
★★★★
시대를 초월한 우아한 고전
남북전쟁에 참전했던 군인이 현재에도 여전히 살고 있다는 사실이 정부 기관에 포착된다. 산간 오지에서 은둔자처럼 살고 있는 그에게는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전체적인 느낌은 아주 우아하고 고풍스럽다. 조용하고 정적이며 차분하다. 그러면서도 절절하고 가슴 속 깊이 사무치는 면이 많다. 실질적인 공간적 배경은 빅타임 에서처럼 미국 산골 오지의 숲과 오두막이 전부인데, 빅타임 과는 달리 각양각색의 외계인들이 쏟아지고 은하계 규모의 거대 문명이 흔들흔들거린다. SF의 가장 고전적 주제 중 하나인, "3차 대전의 위험과 인류의 어리석음"이 한정된 공간과 등장인물들만 가지고도 경탄하지 않을 수 없으리만치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재미 : 3
감동 : 4
SF : 4
이언 M 뱅크스 지음
김민혜 옮김
열린책들, 2010
★★★☆
화려하고 퇴폐적인 모던 스페이스오페라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매력적으로 미친 광신 독재 신흥종교 교주의 은하계 침략과 인류의 운명을 구원할 단서를 찾아 외계 도서관을 뒤지는 학자, 공적인 임무와 사적인 복수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우주군 장교, 사람 목숨을 사람 목숨으로 여기지 않는 우주 상인 귀족, 자연 진화 지능과 인공 지능 사이의 반목과 갈등, 무엇보다도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무책임하게 태평한 가스형 행성 외계인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다른 무슨 찬사가 필요할까? 아직 안 읽었다면 읽으시라!
재미 : 4
감동 : 3.5
SF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