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별점 다방
'ㅈ'에 해당되는 글 18건
- 2015.07.06 잔상
- 2013.09.23 정거장 2
- 2010.09.26 진화 신화
- 2010.09.25 집행인의 귀향
- 2009.12.27 저 반짝이는 별들로부터
- 2008.05.01 전투요정 유키카제1,2,3
- 2005.05.26 저주받은자,딜비쉬 6
- 2005.02.13 제5도살장
- 2005.02.01 자동피아노
- 2005.01.22 중요한부분 2
클리퍼드 시맥 지음
안태민 옮김
불새, 2013
★★★★
시대를 초월한 우아한 고전
남북전쟁에 참전했던 군인이 현재에도 여전히 살고 있다는 사실이 정부 기관에 포착된다. 산간 오지에서 은둔자처럼 살고 있는 그에게는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전체적인 느낌은 아주 우아하고 고풍스럽다. 조용하고 정적이며 차분하다. 그러면서도 절절하고 가슴 속 깊이 사무치는 면이 많다. 실질적인 공간적 배경은 빅타임 에서처럼 미국 산골 오지의 숲과 오두막이 전부인데, 빅타임 과는 달리 각양각색의 외계인들이 쏟아지고 은하계 규모의 거대 문명이 흔들흔들거린다. SF의 가장 고전적 주제 중 하나인, "3차 대전의 위험과 인류의 어리석음"이 한정된 공간과 등장인물들만 가지고도 경탄하지 않을 수 없으리만치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재미 : 3
감동 : 4
SF : 4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북스피어, 2010
★★★☆
구원자의 귀환
젤라즈니의 연작 중편 중 한 편만이 용케 번역되었다. 내이름은콘라드 의 역자 해설에서 언급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국내에 이름 알려진지 15년 만의 일. 같은 연작인 루모코이브 는 팬 번역을 통해 웹에서 한 차례 돌았었지만 재미와 감동은 이쪽이 단연 빼어나다. 젤라즈니가 사이버네틱스를 다루는 솜씨도 눈여겨 볼 만 하지만, 특히나 인간의 원죄와 구원에 대해서 나직하고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대목은 현학적이고 시니컬한 젤라즈니 특유의 작풍에서는 아주 이례적이기 때문에 감동과 함께 일종의 놀라움까지 맛볼 수 있다.
재미 : 3
감동 : 4
SF : 4
칸바야시 쵸헤이 지음
하성호 옮김
대원 씨아이, 2007-2008
★★★
인간과 외계 생물이 나누는 철의 대화
1권 중반까지는 그저 SF의 상투적인 세계관만 빌려온 공군 밀리터리물이지만, 중반 무렵, 주인공이 침입자 JAM-외계 생물과 지구 방위 전투기 유키카제-기계 사이에 끼어있는 자신-인간을 발견하는 순간 소설은 밀리터리의 대지를 박차고 SF의 하늘로 날아오른다.
인간과 기계, 기계와 외계 생명, 외계 생명과 인간 사이에 음모와 신뢰가 얽히면서 외계 생명은 인간을 닮아가고 인간은 기계처럼 황폐해지며 기계는 인간의 손을 떠나 외계의 그 무언가가 된다. 밀리터리 특유의 기계적 하드함이 SF 특유의 사변적 하드함으로 승화되는 묘미를 맛볼 수 있는 연작 시리즈.
재미 ; 3.5
감동 ; 2.5
SF ; 3.5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도서출판 너머 (2005)
★★★
젤라즈니는 젤라즈니되 젤라즈니가 아닌..
본질은 가고 껍데기만 남았다. 히로익 판타지라는 서브 장르 상의 특징일까, 젤라즈니 특유의 화려하면서도 재기 넘치는 상상력은 사라지고 일부 팬층에서 마초적 이라고 불리던 부분이 두드러진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 딜비쉬보다는 조력자 블랙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국내 창작 판타지들은 에픽 판타지라고 불러줄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히로익 판타지라고 불러주기도 좀 뭐하고, 그런 바탕 위에서 영미의 히로익 판타지들의 전통 위에서 꽃핀 이 작품 같은 경우는, 받아들이기 난감해지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일듯.
재미 : 3.5
감동 : 2.5
SF : 1.5
키워드 - 단편집 / 판타지 /
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
아이필드 2005
★★★★ + α
SF적 관점에서 본 2차대전- 보네거트의 대표작.
주인공 빌리 필그림의 2차 대전 참전-보다는 유럽 전선 투입 직후 포로로 잡혀 드레스덴으로 후송된-경험담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작가는 한참 자전적인 이야기들을 늘어놓으며 뜸 들인다. 알고보면 실제로 비무장 도시 드레스덴에 퍼부어진 연합군의 무차별 융단 폭격을 독일군 포로로서 직접 체험했던 보네거트가 그 끔찍한 경험을 작품으로 토해내기가 얼마나 어려웠는 지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빌리 필그림의 이야기가 드디어 펼쳐지면서, 보네거트는 자신이 직접 겪어냈지만 인간의 이성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제정신으로는 도저히 전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는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자신이 쓸 수 있는 모든 기법을 총동원한다. 킬고어 트라우트의 공상 과학적 상상력은-트랄팔마도어의 외계인들의 입을 빌려 인간의 어리석음과 집착을 끊어내고 깨부수는데 집중되어 있으며, 그밖에도 작가 자신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포스트모던적인 기법이나 (챔피온들을위한아침식사 에서 활짝 펼쳐보인) 자신이 직접 그린 서투른 펜 그림의 콜라주, 시간 순서를 온통 뒤섞은 서술 등등과 함께, 그럼으로써 지구 위에서 우리의 인생이라는 것이, 현대 문명을 이룩한 인간의 이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보잘 것 없고 모순투성이이고 그렇기 때문에 슬프고 또 우스꽝스럽고, 그 둘 다이기 때문에 우리는 결국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지,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지 생각해봐야만 한다는 것을 (역설적이지만) 참으로 절절하게 전달하고 있다.
유머가 이렇게 진지해질 수도 있다.
블랙 유머가 이렇게 감동적일 수도 있다.
* 중간에 영혼의밤 이랑 챔피온들의아침식사 등의 내용들이 살며시 언급되고 있다. :)
재미 ; 5
감동 ; 4
SF ; 3
키워드 - 세계대전 / 외계인 / 외계문명 /
커트 보네거트 지음
정석권 옮김
금문 2001
★★★★
기계 문명 시대의 인간 소외에 대한 진지한 고찰
전쟁으로 인한 극단건적인 효율우선주의가 국내의 모든 산업과 경제를 하나의 조직 아래 통합해버린, 그래서 사실상 정부가 유명무실해지고 오로지 경영자들과 공학자들의 협의체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 미국을 배경으로 올더스 헉슬리를 연상시키는 디스토피아의 세계가 펼쳐진다. 자기 테이프와 펀칭 카드의 구닥다리 테크놀러지의 연장선 상에서 묘사된 미래 고도 기술 사회는 오히려 흑백영화 속 잿빛 양복을 연상시키는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공들인 심리 묘사 위에서 등장 인물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부조리한 사회 현실과 아프게 맞갈려나간다.
커트 보네거트의 최초의 장편 소설이고, 이후 그의 장편들에서 보이는 신랄한 풍자에의 경도로 인한 리얼리티 부족 대신 보다 차분하고 단정한 어조로 인간과 도구 사이의 관계를 깊이 파고들고 있다. 특징적 부분을 극단적으로 강조하는 이후 작품들 대신 꼼꼼한 데생을 연상시키는 필치 속에서 일종의 총체성마저 획득하고 있으며, 특히나 마침내 성공한 혁명 이후, 기계에 대한 의존에서 결코 빠져나오지 못하는 민중의 모습을 그려낸 부분은 발군.
이후 영혼의밤 이나 챔피온의아침식사 등에서 두드러지는 모티프들의 초기 모습도 군데군데에서 볼 수 있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이고.
재미 ; 4
감동 ; 5
SF ; 3.5
키워드 - 디스토피아 /
호시 신이치 (외) 지음
다락원 출반부 역주
다락원 1989
★★★★
일한대역으로 읽어보는 3편의 일본 단편 SF
short-short SF(掌篇SF)으로 유명한 호시 신이치의 역시나 콩트성 단편인 표제작 중요한부분 과 한무라 료의 SF보단 환상소설에 가까운 단편 마분지상자 역시 나쁘지 않은 단편이긴 하지만, 짧은 만큼 압축적인 감동이나 재미가 적어 좀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렇지만 고마쓰 사쿄의 보미사 가 있기에 이 일본어학습용 일한대역 문고본 중 한 권일 뿐인 170 페이지짜리 이 얇은 책은 별점다방에서 당당히 별 넷을 먹는 것이다.
아시모프의 저 유명할 대로 유명한 로봇 공학 3원칙을 기발하게 뒤집은 플롯 위에 나름대로 유머러스한 등장 인물들을 코믹하게 배치한 보미사 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시모프, 특히나 로봇 시리즈의 팬이라면 필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재미 ; 4
감동 ; 2.5
SF ; 3.5
키워드 - 단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