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별점 다방
'디스토피아'에 해당되는 글 18건
- 2020.11.08 검은 미래의 달까지 얼마나 걸릴까?
- 2019.10.04 그림자로부터의 탈출
- 2015.07.07 다가올 그날의 이야기
- 2009.04.17 얼터드 카본 2
- 2007.11.27 마르두크 스크램블
- 2005.02.01 자동피아노
- 2005.01.05 콰이터스 1,2
- 2004.09.30 키리냐가 1, 2
- 2004.07.22 화씨451 2
- 2004.07.22 우리들
★★★
동구권의 이색적인 디스토피아물
어느날 침공해 온 외계인들을 물리쳐준 착한 외계인들에게 통제 받는 지구는 바로 소련과 폴란드 사이의 현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동구권 SF답게 디스토피아에서의 삶에 대한 세부 묘사는 투박하면서도 정교하고, 현실적인 생활감이 잘 묻어난다. 마치 잘 돌아가는 낡은 기계에 찌든 윤활유 같다.
자먀찐의 우리들 도 그렇고, 동구권의 디스토피아물들은 확실히, 역사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서구 SF의 상상만으로 지어진 디스토피아들과는 다른 맛을 준다. 디스토피아물은 대개 사회 제도에 더 초점을 맞추고 과학기술은 단지 감시와 통제를 위한 도구로서 등장하는데, 외계인들에게 지배받는 이 작품 속의 과학기술은 외계인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실험들로 나타나 있어서 SF 본연의 재미까지 잘 가미되어 있다.
재미 : 3
감동 : 3.5
SF : 3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최윤영 옮김
초록달, 2014
★
22세기 런던
쥘 베른에게 20세기파리 가 있다면 웰즈에게는 다가올그날의이야기 가 있다. 두 작품 모두 자본주의 경제가 고도로 발전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젊은 낭만주의자를 주인공으로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아내는데, 개인적으로 웰즈를 베른보다 훨씬 높이 평가하지만, 두 작품은 나란히 놓기 창피할 정도로 웰즈가 훨씬 처진다. 플롯은 개연성이 한참 결핍되어 있고, 미래 사회는 진부하고 고루하고 평면적이며, 사건들은 주제를 잘 떠받치지 못하고 기우뚱거린다. 뒤에 덧붙은 단편 세 편이 (모두 이미 번역된 적 있지만) 훨씬 재미있다.
재미 : 2
감동 : 0
SF : 1
★★★
사이버펑크가 하드보일드를 제대로 만났을 때
깁슨과 스털링 이후로-심지어 90년대 이후로 깁슨과 스털링조차도-제대로 된 사이버펑크를 만나긴 쉽지 않게 되었지만, 이 작품은 사이버펑크는 죽지 않았고 다만 현대 SF의 다양한 조류 속에 도저하게 깃들어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의식을 전산화하여 새로운 육체에 옮겨 깔거나 항성간 전송을 할 수 있는-심지어 별개의 육체에 카피&페이스트할 수도 있는(물론 심각한 불법이지만) 미래 세계. 특수부대 출신의 파멸한 사나이가 금권력으로 혼탁한 지구에 내려온다. 비열한 갱단과 부패한 경찰, 치명적인 요부 등 하드보일드 전속 등장인물들 속에서 그야말로 SF와 미스터리가 제대로 합일된, SF로도 미스터리로도 모두 수작인 소설.
재미 ; 4
감동 ; 3
SF ; 4
우부카타 토우 지음
하성호 옮김
대원 씨아이, 2007
★★★
라이트노벨의 간판 아래 나온 하드-보일드-SF
속류 사이버펑크의 전형적인, 첨단 기술과 첨단 범죄가 공존하는 미래 도시 마르두크에서 소녀 창녀 발롯은 도박사 범죄자 셸에게 죽기 직전 닥터 이스터와 외프코프의 해결사 2인조에게 구조된다. 셸이 그동안 저지른 범죄들을 처벌하기 위한 증인으로 생존시키기 위해 닥터 이스터와 외프코프는 죽음 직전의 발롯의 신체를 최첨단 기술을 동원해서 개조하는데...
각종 근미래 기술 및 도구들은 하드SF적인 감각이 강한데, 플롯 전반은 작가의 취향-미소녀, 잔혹범죄, 도박, 총격전-이 너무 강해서 장르적 정체성이 조금 불투명하다. 게다가 일본 대중문화 특유의 자폐적 정서마저 물씬하니 서사보다는 소도구들 감상하는 기분으로 보면 좋을 듯.
재미 ; 4
감동 ; 3
SF ; 4
커트 보네거트 지음
정석권 옮김
금문 2001
★★★★
기계 문명 시대의 인간 소외에 대한 진지한 고찰
전쟁으로 인한 극단건적인 효율우선주의가 국내의 모든 산업과 경제를 하나의 조직 아래 통합해버린, 그래서 사실상 정부가 유명무실해지고 오로지 경영자들과 공학자들의 협의체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 미국을 배경으로 올더스 헉슬리를 연상시키는 디스토피아의 세계가 펼쳐진다. 자기 테이프와 펀칭 카드의 구닥다리 테크놀러지의 연장선 상에서 묘사된 미래 고도 기술 사회는 오히려 흑백영화 속 잿빛 양복을 연상시키는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공들인 심리 묘사 위에서 등장 인물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부조리한 사회 현실과 아프게 맞갈려나간다.
커트 보네거트의 최초의 장편 소설이고, 이후 그의 장편들에서 보이는 신랄한 풍자에의 경도로 인한 리얼리티 부족 대신 보다 차분하고 단정한 어조로 인간과 도구 사이의 관계를 깊이 파고들고 있다. 특징적 부분을 극단적으로 강조하는 이후 작품들 대신 꼼꼼한 데생을 연상시키는 필치 속에서 일종의 총체성마저 획득하고 있으며, 특히나 마침내 성공한 혁명 이후, 기계에 대한 의존에서 결코 빠져나오지 못하는 민중의 모습을 그려낸 부분은 발군.
이후 영혼의밤 이나 챔피온의아침식사 등에서 두드러지는 모티프들의 초기 모습도 군데군데에서 볼 수 있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이고.
재미 ; 4
감동 ; 5
SF ; 3.5
키워드 - 디스토피아 /
P.D. 제임스 지음
정초능 옮김
동아일보사 1993
★★★★
디스토피아와 수태고지의 만남
1995년, 인류는 원인불명의 불임증(주로 남성의 무정자증과 관련된)으로 더이상 아이들을 낳을 수 없게된다. 꼬마들의 웃음소리는 이제 잊혀진 지 오래인 2021년, 점점 고령화로 치닫는 세계 속에서 영국은 총통의 독재 아래 희망 없는 노인들이 콰이터스라 불리는 자살 의식에 반강제적으로 참가당하는 등 디스토피아적 상황에 놓인다. 총독의 사촌으로 한때 평의회 자문 위원이기도 했던 주인공 테오는 어느 날 지하 저항그룹의 한 여성대원을 만나게 되는데...
한 마디로 말해서 시녀이야기 + 1984 라고나. 저자는 차분하고 자기 성찰적인 목소리로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심리, 절망 속에 빠진 사회의 모습을 실감나게 형상화했다. 위기-절정 단계에 이르러, 마침내 25년 만에 한 여인이 임신을 하게 되면서부터 벌어지는 급박한 상황은 말 그대로 마리아와 요셉의 이집트 행을 연상시키는 종교적 아우라 속에서 한층 감동적으로 펼쳐지고.
여성만의 근원적 공포와 닿아 있는 또 하나의 디스토피아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듯.
재미 ; 3
감동 ; 4
SF ; 3
키워드 - 디스토피아 /
마이클 레스닉 지음
최용준 옮김
열린책들, 2000
★★★
아프리카풍의 유토피아-디스토피아 SF
키리냐가는 아프리카 케냐의 원주민 키쿠유 족을 위해 개발된 태양계의 소행성의 이름. 서구 문명으로 인해 전통 문화가 말살될 위기에 처한 키쿠유 족 중 서구 문물에 혼을 팔지 않은 몇몇 문화적 생존자들이 자신들의 전통을 이어나가고자 소행성으로 이주한다. 외국 유학을 통해 서구 문명의 해악을 간파하고 고대의 지혜를 계승한 주술사 문두무구와, 여러 추장들의 지도 아래 이들은 신세계에서 자신들의 유토피아를 이루고자 하지만...
진부한 이야기지만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는 동전의 양 면이다. 유토피아라는 말 자체의 어원이 가리키듯 인간들이 추구하는 이상적 세계는 어디에도 있을 수 없으며, 만일 현실-실재의 영역으로 끌어내려진다면 결국 디스토피아로 변질될 뿐. 문화적 제국주의 혹은 식민 이론을 배경으로 한 듯한 이 소설 역시 유토피아의 그러한 운명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우화일 뿐이며, 주인공 격의 코리바 혹은 그에 대항하는 여러 인물들 개개인의 옳고 그름은 어차피 유토피아-디스토피아 안에서 부수적인 문제일 뿐이다.
나름대로 진지하게 문제에 접근한 면은 인정하겠지만, 이런 소설이 결국 서구인의 손으로 쓰여졌다는 것 자체, 그에서 오는 여러 미세한 부분 부분들이, 문맥 속에서 혹은 다 읽고 난 뒤의 감상 속에서 불편하게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이 칭찬하는 SF이고, 객관적으로 그런 찬사에 대해서 인정은 하겠지만, 최소한 fool 은 그랬음. ;;
재미 ; 4
감동 ; 3.5
SF ; 3
키워드 ; 유토피아 / 디스토피아 / 인공세계 / 신화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박상준 옮김
시공사 2001 (성무 출판사에서 92년에 나왔으나 좀 뒷얘기가 있는 책임)
★★★★
브래드버리 특유의 감성적인 디스토피아물
키치로 폄하되기도 하지만, 브래드버리는 누가 뭐래도 나날이 천박의 한계를 갱신해가는 현대 미치광이 사회에서 여전히 추구해야할 어떤 가치를 지켜내려는 최후의 수호자들 중의 하나가 아닐까. 그런 브래드버리의 시선이 그만의 감성적이고 시적인 언어와 만난 디스토피아 수작. 화재가 완벽하게 예방되는 미래 사회, 이 시대에는 소방수 대신 불을 지르고 다니는 방화수들이 있다. 일종의 하향 평준화로 통합된 사회의 유대를 깨뜨릴 엘리트주의를 박멸하고자 하는 방화수들은 책을 읽는 사람들, 책을 숨기는 사람들을 사정없이 불살라버리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데...
전통적 가치의 옹호 역시 세상의 다른 사상, 주의, 풍조들과 마찬가지로 양면성을 갖는다. 독자 나름의 판단, 혹은 내내 비판적 시선의 유지가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브래드버리의 산문은 어쨌거나 그 자체로 빛을 발한다.
재미 ; 4
감동 ; 4
SF ; 4
키워드 - 디스토피아 /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 지음
이현숙, 석영중 옮김
열린책들 1996
★★★ 1/2
통제된 사회를 그리기 위해 수학에 접근한 문체가 인상적인 디스토피아 소설.
재미 - 3
감동 - 4
SF - 3
키워드 ; 디스토피아 / 우주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