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ㅁ'에 해당되는 글 21건

  1. 2020.11.08 머더봇 다이어리: 인공상태
  2. 2018.10.12 무너지는 제국
  3. 2011.09.16 민들레 소녀
  4. 2010.09.26 멀리 가는 이야기
  5. 2010.09.25 모털 엔진
  6. 2009.05.07 므두셀라의 아이들 2
  7. 2009.04.17 멸종
  8. 2009.04.17 민들레 와인
  9. 2009.02.05 모로 박사의 섬
  10. 2007.11.27 마르두크 스크램블

머더봇 다이어리: 인공상태

2020. 11. 8. 11:57 posted by zelaznied

마샤 웰스 지음
고호관 옮김
알마, 2020.07.

★★☆

전편보다는 나은 속편
가출한 인공지능은 다시 자신처럼(그리고 시리즈 전반처럼) 멍청하고 답없는 인공지능과 인간들 속에 던져지는데, 그래도 전반적인 설정 틀은 전편만큼 억지스럽지는 않고, 그럭저럭 무난하게 이해하며 넘어갈 수 있게 해준다.

제대로 된 SF는 아니지만 제대로 된 SF를 읽기 힘든 사람들에게는 꽤 괜찮은 대안.

재미: 3
감동: 2
SF  : 2.5


무너지는 제국

2018. 10. 12. 18:57 posted by zelaznied


존 스칼지 지음

유소영 옮김

구픽, 2018.


★★☆


너무나도 여전한 스칼지식 입담


존 스칼지는 로버트 하인라인이 떠오를만큼, 1인칭 서술을 매력적으로 구사한다. 그래서 하인라인과 마찬가지로, 계속 읽다보면 모든 등장인물이 비슷한 톤으로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내용면에서는, 실시간 성간 네트워크가 붕괴되며 인류 문명이 위기에 처한다는 설정은... 댄 시먼스의 히페리온의몰락 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수작과 비교해서 미안할 정도지만, 특히 존 스칼지의 등장인물들은 너무 재기발랄해서(때로는 다음 번 재치있는 대사를 내놓기 위해 안달하는 느낌마저 든다), 위기도 별로 위기로 느껴지지 않는다.

불평은 여기까지. 노인의전쟁 연작들도 스페이스오페라적 성격이 강했지만, 이번에는 정말 본격적인 스페이스오페라다. 배경의 스케일도 거창하고, 사건의 중요성도 막중하다. 다만 문제들이 발생하는 지점에서 단행본이 끊어졌기 때문에, 뒷이야기가 궁금하면 못 참는 독자들은 기다렸다 읽는 것도 방법이겠다.


재미 : 4

감동 : 2

SF  : 3

민들레 소녀

2011. 9. 16. 23:59 posted by zelaznied
 

로버트 영 지음
조현진 옮김
리젠, 2010


달콤하고 부드러운 소프트 소프트 SF

레이 브래드버리가 조금 더 부드러워진-브래드버리의 문명 비판과 비관을 버린-SF를 상상해보자. SF와 오 헨리 풍 미국 단편들 경계선에 살짝 놓인 SF를. 세 편 정도는 아예 SF로 분류할 수 없고, 나머지 수록작들도 SF의 밀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읽는 재미는 충분하다. (몇몇 부분의 번역이 투박해서 눈에 걸리지만)

민들레 소녀 : 시간 여행과 로맨스의 귀여운 결합. 서정적인 문장이 아름답다.

21세기 중고차 매장에서 :  브래드버리 혹은 프레드릭 브라운. 그 시절의 고풍스러움.

프라이팬 조종사 : 귀엽지만 덜렁거리는 판타지

팝콘 튀기는 TV : 다소 평면적인 문명비판 판타지

별들이 부른다 : 브래드버리, 브래드버리, 브래드버리. 우주에 대한 동경보다는 속물에 대한 혐오가 더 진하다.

시인과 사랑에 빠진 큐레이터 : 브래드버리, 브래드버리, 브래드버리(2) 속물에 대한 혐오를 고전 문학에 대한 칭송과 대조시킨 느낌은 살짝 키치스러울 정도.

당신의 영혼이 머물 자리 : 브래드버리, 브래드버리, 브래드버리(3) 속물 주인과 진정한 예술가 로봇 커플 이야기

과거와 미래의 술 : 알코올 중독의 어두운 터널을 가로지르는 판타지.

파란 모래의 지구 : 브래드버리, 브래드버리, 브래드버리(4) : 화성연대기 의 한 챕터가 노골적으로 떠오르는, 그러나 화성과 지구를 재미있게 뒤집어 놓은 재치있는 단편.

하늘에 새겨진 글자 : 네인생의이야기 의 화장실 유머 버전이랄까. 상상력이 재미있긴 하다.

약속의 별 : 이번에는 살짝 아서 클라크. 우주 개척과 소규모 공동체의 역사.

춤의 언어 : 짧지만 강렬한, 인류의 탐욕과 어리석음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포스트아포칼립스물.

붉은 학교 : 시계태엽오렌지 를 떠올리게 하는, 심리적 통제의 지옥도.

시간을 되돌린 소녀 : 초광속과 시간여행을 재치있게 이어붙인 SF 로맨스.

화강암의 여인 : 로저 젤라즈니 혹은 어니스트 헤밍웨이. 외계의 높은 산을 오르며 심리적 상처를 되씹는..


멀리 가는 이야기

2010. 9. 26. 20:48 posted by zelaznied
  

김보영 지음

행복한 책읽기, 2010

★★★★

한국SF를 멀리 끌어올리는 이야기들
현재 국내 SF작가들 중 단연 첫 손가락에 꼽히는 김보영의 초기 중단편을 모은 선집. 수록작 모두 차분하고 우아한 문체에 탄탄하고 치밀한 구성, 하나의 아이디어를 끝까지 밀고나가는 우직함,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잘 담겨 있다.


모털 엔진

2010. 9. 25. 21:30 posted by zelaznied
 

필립 리브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2010

★★★

어른들을 위한 스팀펑크 동화
보다 간단하게는 청소년용 스팀펑크라고 하는 게 낫겠다. 보다 정확하게 첨언하자면, 팀 파워스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저패니메이션적인 의미에서의 통속적인 스팀펑크. 신자유주의의 알레고리스러운 도시진화론이라는 배경 아래 다소 평면적인 등장인물들이 활극을 펼치는데, 스토리 전개는 의외로 냉혹해서 주요 인물들이 제때 제때 가차없이 죽어나가고, 주류 이데올로기의 모순에 대한 소시민의 각성이 하드하게 그려진다. 현대 사회의 캐리커쳐라고나 할까.

재미 : 4
감동 : 3
SF   : 3

므두셀라의 아이들

2009. 5. 7. 01:57 posted by zelaznied



로버트 하인라인 지음
김창규 옮김
오멜라스, 2009

★★☆

계산자와 함께 하는 고색창연한 우주여행

빅 쓰리를 학자연 순으로 분류하자면 아시모프가 첫째, 아서 클라크가 둘째, 하인라인은 마지막이 될 게다. 하인라인은 그야말로 철저하게 공돌틱하달까. 개인적으론 우주선 궤도 계산을 계산자로 하는 부분에서 뒤집어졌다. 아아, 영원히 빛날 하인라인표 아날로그 감성이여!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지구 위에서 보통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이 겪는 수난 속에서 하인라인 특유의 실용적인 주인공이 어떻게 그 난관을 헤쳐나가는가와, 우주로 나간 소수자들이 외계 행성들에서 어떤 모험을 겪어나가는가. 하인라인은 나름대로 기술자적 상상력을 발휘해서 항성간 여행을 가능하게 하고 있지만, 2010년이 가까워지는 지금 보자면 소설 속 과학적 기술적 설정들은 너무 허황되게 순진무구하며,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 역시 너무 단순하고 편협하고, 다만 하인라인 특유의 입담과 등장 인물 조형, 그리고 우주 시대의 열정 혹은 고전적 스페이스오페라의 꿈이 채 식지 않았던 시대의 순진무구한 상상력이 그나마 보는 재미를 지켜준다.

 

재미 ; 3

감동 ; 2

SF   ; 3

 

멸종

2009. 4. 17. 15:56 posted by zelaznied



로버트 J 소여 지음
김상훈 옮김
오멜라스, 2009

 

★★★

 

공룡, 시간여행, 그리고 외계인
균형을 잘 잡은 소설이다. 두 고생물학자가 햄버거 모양의 타임머신을 타고 실제 공룡 멸종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중생대의 끝으로 시간여행을 떠난 순간부터 소설의 상상력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며 SF의 여러 고전적인 모티프들을 새롭고 충격적으로 버무려 내는데, 이것을 간결하지만 잘 조형된 인물과, 일상적이지만 그만큼이나 절절한 주인공의 문제 의식이 잘 무게를 잡아주어, 너무 황당하지도, 너무 진지하지도, 다만 너무 재미있게 스토리가 풀려나갈 수 있도록 한다. 불필요하고 무의미해보이는 본문 내 일러스트 등 세부적인 편집이 아쉽지만, 상상력의 힘 자체만으로 단숨에 읽어내지 않고 못 견디게 만드는 유머 SF.

재미 ; 4
감동 ; 2.5
SF   ; 4

민들레 와인

2009. 4. 17. 15:55 posted by zelaznied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애리 옮김
황금가지, 2009

★★☆

브래드버리의 자전적인 판타지
그래도 누가 브래드버리 아니랄까봐 희미하게 SF적인 에피소드들이 몇 포함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역시나) 브래드버리답게, 치밀한 플롯 대신 단편적인 에피소드들의 나열 속에서, (계속 말하기 지겹지만 하여간 역시나) 브래드버리 특유의 목가적인 아메리칸 노스텔지어가 (이젠 나도 포기했어 아무튼 역시나) 브래드버리 본연의 서정시적인 필치 속에 따뜻하고 달콤하게 펼쳐진다.

재미 ; 3
감동 ; 3
SF   ; 1

모로 박사의 섬

2009. 2. 5. 11:15 posted by zelaznied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한동훈 옮김
문예출판사, 2009

★★★

열대의 섬에서 대면한 서구 근대의 검은 중심
동물들을 생체 해부/조합하여 인간을 만들어내려는 모로 박사의 실험 자체는 시체들을 짜깁어서 인간을 만들어내려는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웰즈는 열대의 한 무인도를 피와 고름으로 가득찬 조악하고 그로테스크한 피조물들로 가득 채운 다음, 인간과 짐승, 문명과 야만의 경계선을 지워버리고 인간 속의 짐승, 문명 속의 야만을 백주대낮에 폭로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이 섬에 도착하는 경로가 배의 파선이라는 도입부부터 의미심장하다) 과학적 논거는 엉성하고 서투르지만, 웰즈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기괴하고 광적인 이미지들이 넘쳐흐르며, 결코 잊을 수 없는 하얀 악몽을 전해준다.

재미 ; 4
감동 ; 2
SF   ; 1

마르두크 스크램블

2007. 11. 27. 14:18 posted by zelaznied
  

우부카타 토우 지음
하성호 옮김
대원 씨아이, 2007

★★★

라이트노벨의 간판 아래 나온 하드-보일드-SF
속류 사이버펑크의 전형적인, 첨단 기술과 첨단 범죄가 공존하는 미래 도시 마르두크에서 소녀 창녀 발롯은 도박사 범죄자 셸에게 죽기 직전 닥터 이스터와 외프코프의 해결사 2인조에게 구조된다. 셸이 그동안 저지른 범죄들을 처벌하기 위한 증인으로 생존시키기 위해 닥터 이스터와 외프코프는 죽음 직전의 발롯의 신체를 최첨단 기술을 동원해서 개조하는데...
각종 근미래 기술 및 도구들은 하드SF적인 감각이 강한데, 플롯 전반은 작가의 취향-미소녀, 잔혹범죄, 도박, 총격전-이 너무 강해서 장르적 정체성이 조금 불투명하다. 게다가 일본 대중문화 특유의 자폐적 정서마저 물씬하니 서사보다는 소도구들 감상하는 기분으로 보면 좋을 듯.

재미 ; 4
감동 ; 3
SF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