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SF를 멀리 끌어올리는 이야기들
현재 국내 SF작가들 중 단연 첫 손가락에 꼽히는 김보영의 초기 중단편을 모은 선집. 수록작 모두 차분하고 우아한 문체에 탄탄하고 치밀한 구성, 하나의 아이디어를 끝까지 밀고나가는 우직함, 사람과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잘 담겨 있다.
촉각의 경험
위에 서술한 작가의 특징이 모두 보이는 작품. 탄탄하게 이야기를 끌고가다 마지막에 휘몰아치는 서술은 몇 번 읽어도 감동적이다.
다섯 번째 감각
작가의 특징 중 하나인, '낯설게 하기'와 '반전'의 결합이 잘 나타난 이색적인 초능력물. 초능력이 나오지 않는 초능력물. 초능력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초능력물.
우수한 유전자
작가의 특징 중 하나인 '반전'이 잘 나타난 디스토피아물. 1인칭 서술의 한계를 트릭으로 이용한 반전은 그럻지만 몇 번을 다시 읽어도 탄복하게 한다. 기교가 단순히 기교에 그치지 않고 주제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자연스럽게 감동과 전율을 이끌어낸다.
종의 기원
작가의 특징 중 하나인, '낯설게 하기'와 '전도된 세계관'이 잘 나타난 로봇물. 전도된 세계관의 틀 속에서 낯설게 조명된 유기 생명의 묘사는 가슴 뭉클하게 감동적이다. 로봇들의 무기 생명 세계의 치밀한 묘사가 머리를 자극한다면 이 작품은 그야말로 이성과 감성 모두 아울러 깊은 감동에 빠뜨리는 수작이다.
종의 기원; 그 후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
전편에 버금가는 속편. 전편이 생명과 학문에 대한 감동적인 고찰을 담았다면 이 속편은 종교와 영성에 관한 날카로운 분석을 담고 있다. 그 예리한 비판적 시선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 중에서도 유독 튄다. 그러므로 가장 가슴 저린 작품.
미래로 가는 사람들
첫 번째 이야기: 起 ─ 우주의 끝을 찾아내는 법
두 번째 이야기(혹은 첫 번째 이야기): 承 ─ 하늘에서 내려온 이들이 해야 할 일
세 번째 이야기: 轉 ─ 광속도에서 일어나는 일
네 번째 이야기: 合 ─ 네 번째의 축으로 가는 법
첫 번째 이야기는 작가 특유의 세계관의 전복이 주제 의식과 잘 결합되어 SF 특유의 경이감을 한껏 드러낸다. 두 번째 이야기 역시 작가 특유의 종교적 감성이 설정과 잘 어우러져 있고, 세 번째 이야기와 네 번째 이야기 또한 SF의 전통적 소재 혹은 화소가 작가만의 개성 속에서 재미있게 변주된다. 스페이스오페라라는 세간의 분류에는 조금 고개가 갸우뚱거려지지만,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기존의 SF 장르적 요소가 보다 두드러진 것도 사실은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