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영 지음
조현진 옮김
리젠, 2010
레이 브래드버리가 조금 더 부드러워진-브래드버리의 문명 비판과 비관을 버린-SF를 상상해보자. SF와 오 헨리 풍 미국 단편들 경계선에 살짝 놓인 SF를. 세 편 정도는 아예 SF로 분류할 수 없고, 나머지 수록작들도 SF의 밀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읽는 재미는 충분하다. (몇몇 부분의 번역이 투박해서 눈에 걸리지만)
민들레 소녀 : 시간 여행과 로맨스의 귀여운 결합. 서정적인 문장이 아름답다.
21세기 중고차 매장에서 : 브래드버리 혹은 프레드릭 브라운. 그 시절의 고풍스러움.
프라이팬 조종사 : 귀엽지만 덜렁거리는 판타지
팝콘 튀기는 TV : 다소 평면적인 문명비판 판타지
별들이 부른다 : 브래드버리, 브래드버리, 브래드버리. 우주에 대한 동경보다는 속물에 대한 혐오가 더 진하다.
시인과 사랑에 빠진 큐레이터 : 브래드버리, 브래드버리, 브래드버리(2) 속물에 대한 혐오를 고전 문학에 대한 칭송과 대조시킨 느낌은 살짝 키치스러울 정도.
당신의 영혼이 머물 자리 : 브래드버리, 브래드버리, 브래드버리(3) 속물 주인과 진정한 예술가 로봇 커플 이야기
과거와 미래의 술 : 알코올 중독의 어두운 터널을 가로지르는 판타지.
파란 모래의 지구 : 브래드버리, 브래드버리, 브래드버리(4) : 화성연대기 의 한 챕터가 노골적으로 떠오르는, 그러나 화성과 지구를 재미있게 뒤집어 놓은 재치있는 단편.
하늘에 새겨진 글자 : 네인생의이야기 의 화장실 유머 버전이랄까. 상상력이 재미있긴 하다.
약속의 별 : 이번에는 살짝 아서 클라크. 우주 개척과 소규모 공동체의 역사.
춤의 언어 : 짧지만 강렬한, 인류의 탐욕과 어리석음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포스트아포칼립스물.
붉은 학교 : 시계태엽오렌지 를 떠올리게 하는, 심리적 통제의 지옥도.
시간을 되돌린 소녀 : 초광속과 시간여행을 재치있게 이어붙인 SF 로맨스.
화강암의 여인 : 로저 젤라즈니 혹은 어니스트 헤밍웨이. 외계의 높은 산을 오르며 심리적 상처를 되씹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