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
아이필드 2005
★★★★ + α
SF적 관점에서 본 2차대전- 보네거트의 대표작.
주인공 빌리 필그림의 2차 대전 참전-보다는 유럽 전선 투입 직후 포로로 잡혀 드레스덴으로 후송된-경험담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작가는 한참 자전적인 이야기들을 늘어놓으며 뜸 들인다. 알고보면 실제로 비무장 도시 드레스덴에 퍼부어진 연합군의 무차별 융단 폭격을 독일군 포로로서 직접 체험했던 보네거트가 그 끔찍한 경험을 작품으로 토해내기가 얼마나 어려웠는 지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빌리 필그림의 이야기가 드디어 펼쳐지면서, 보네거트는 자신이 직접 겪어냈지만 인간의 이성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의 제정신으로는 도저히 전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는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자신이 쓸 수 있는 모든 기법을 총동원한다. 킬고어 트라우트의 공상 과학적 상상력은-트랄팔마도어의 외계인들의 입을 빌려 인간의 어리석음과 집착을 끊어내고 깨부수는데 집중되어 있으며, 그밖에도 작가 자신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포스트모던적인 기법이나 (챔피온들을위한아침식사 에서 활짝 펼쳐보인) 자신이 직접 그린 서투른 펜 그림의 콜라주, 시간 순서를 온통 뒤섞은 서술 등등과 함께, 그럼으로써 지구 위에서 우리의 인생이라는 것이, 현대 문명을 이룩한 인간의 이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보잘 것 없고 모순투성이이고 그렇기 때문에 슬프고 또 우스꽝스럽고, 그 둘 다이기 때문에 우리는 결국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지, 행복이란 과연 무엇일지 생각해봐야만 한다는 것을 (역설적이지만) 참으로 절절하게 전달하고 있다.
유머가 이렇게 진지해질 수도 있다.
블랙 유머가 이렇게 감동적일 수도 있다.
* 중간에 영혼의밤 이랑 챔피온들의아침식사 등의 내용들이 살며시 언급되고 있다. :)
재미 ; 5
감동 ; 4
SF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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