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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0.05 별의 계승자5: 미네르바의 임무
  2. 2013.09.23 빅 타임 1
  3. 2010.01.11 백만 광년의 고독
  4. 2009.09.24 반지 속으로
  5. 2009.09.06 별의 계승자 2
  6. 2008.12.13 별을 쫓는 자
  7. 2008.08.18 보르 게임
  8. 2005.10.10 블러드뮤직 3
  9. 2005.09.09 변화의땅 2
  10. 2005.07.14 비잔티움의첩자

별의 계승자5: 미네르바의 임무

2019. 10. 5. 08:51 posted by zelaznied

제임스 호건 지음
최세진 옮김
아작, 2019.05.

★★★☆


길고 두꺼운 시리즈의 멋진 종착역


외계인의 기원을 밝히고, 살아있는 외계인들을 데려오고, 외계인들의 세계에서 사이버 우주를 발견하고, 매 시리즈마다 새로운 세계를 가져오던(혹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던) 헌트 박사가 이제 스스로에게 다중우주까지 가져온다.(혹은 다중우주까지 나아간다)

77년에 나온 1권은 인류의 전투적인 도전 정신을 예찬하고 별을 계승하겠다고 선언하더니 이듬해에 바싹 붙어서 나온 2권에서는 돌연, 그런 도전 정신이 창출된 경쟁 위주의 세계관을 친절한 거인들의 사회와 대비해서 회의한다. 지나치게 모험과 흥미 위주로 경도된 3권과 4권에서는 그런 진지한 테마는 잠시 뒤로 물러나더니 한참의 시간을 두고 나온, 타계하기 5년 전에 낸 마지막 장편에서는 3권 결말에서의 실마리를 바탕으로 다시 한 번 대테마로 돌아 오면서 한 점의 아쉬움도 남기지 않고 멋지게 끝맺는다.

생각해보면 3권이 제일 흥미 위주의 이야기로 시리즈의 격을 좀 떨어뜨렸고, 4권도 내부 우주에 대한 흥미로운 사변이 서구인의 제3세계에서의 모험담식의 플롯으로 잘 살아나지 못한 면이 많이 아쉬웠는데 5권은 다중우주에 대한 상당히 하드한 접근과, SF의 가장 굵은 줄기 중 하나인 사회학적 사변이 적절하게 곁들여져서 단권 SF로서도 완성도가 높게 느껴진다.


재미 : 4

감동 : 3

SF   : 4

빅 타임

2013. 9. 23. 21:47 posted by zelaznied


프리츠 라이버 지음

안태민 옮김

불새, 2013



컴퓨터커넥션 만큼이나 정신 나간 SF

타임패트롤 을 연상시키는, 서로 다른 시간선을 가진 초월적인 집단 사이의 시간 변경 전쟁이 배경에 깔려있지만 실제 무대는 전장에서 멀리 떨어진 술집+의무실의 이상한 개념의 복합 휴양소가 전부. 등장인물들은, 죽기 일보 직전에 자기 시대로부터 영원히 잘려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다들 살짝 미친데다가 현실 감각이나 현실성을 송두리째 날려버린 것 같다. 정신 나간 인물들이 정신 나간 배경 위에서 정신 나간 사건들을 펼쳐놓는 것은 딱 알프레드 베스터의 컴퓨터커넥션 . 남자 주인공이나 (특히) 여자 주인공은 로버트 하인라인 표 같다.


재미 : 2

감동 : 1

SF   : 3

백만 광년의 고독

2010. 1. 11. 19:54 posted by zelaznied

 

김보영 외 지음

 

오멜라스, 2009

 

[졸작이 수록된 관계로 별점 생략합니다]

 

2009년 세계 천문의 해 기념 SF 단편집

세계 천문의 해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2009년 2월, 소백산 천문대에서 열린 SF 창작 워크숍에 참여한 국내외 작가들의 SF 단편 7편이 수록되었다.

반지 속으로

2009. 9. 24. 12:08 posted by zelaznied

 

 

레이먼드 킹 커밍스 지음

최세민 옮김

기적의책, 2009

 

★☆

 

미소 세계로 침투하는 제국주의

현미경을 통해 발견한 원자 속 세계의 소녀에게 반한 젊은 과학자가 자신의 몸을 축소하는 약품을 개발해서 반지 속 원자 안으로 들어간다. 원자 속 세계는 일종의 공상적 사회주의 유토피아-봉건적 왕정 체제 속에서 생산 수단은 공동체가 개인에게 일시적으로 대여하며, 재화의 생산과 분배는 계획적으로 조정, 통제된다. 이 이상 사회에 불행과 슬픔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 바로 외부에서 들어온 서구 근대 과학자. 유토피아 외부의 적을 물리치는데 자신의 힘을 빌려주지만, 이 힘은 유토피아 내부에 공포와 불안, 질투의 씨앗을 뿌리고, 마침내 주인공과 동료들은 그들을 사랑하게 된 아름다운 아가씨들과 충실한 하인들만을 데리고 붕괴하는 이상향을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SF의 계보에는 서구 제국주의 모험물의 혈통이 숨겨져 있는 걸까? 초기 스페이스오페라들이 대개 외부 거대 세계-우주로 뻗어나가는 주인공들의 모험을 그렸으며 현재까지도 스페이스오페라들에 대개 우주-바다, 우주선-대양 함선의 의미쌍이 기본 골격을 이루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현미경-근대 서구 과학의 출발점 중 하나인 도구-을 통한 관찰-관찰자와 관찰대상, 자기와 타자의 분리-후에, 알약-근대 서구 의학의 상징-자체가 의미심장하고, 미지의(하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고 다만 서구 근대의 눈이 미발견하고 있었을 뿐인) 세계에 뛰어들어 탐험-모험-투쟁-착취-승리-획득-하고 당당하게 귀환-개선하는 플롯의 궤적은 원자 세계 속 사람들을 벌레처럼 여기며 짓밟는 주인공들의 행동과 함께 황당하기보다는 씁쓸하다.

 

재미 ; 2

감동 ; 0.5

SF   ; 0.5

별의 계승자

2009. 9. 6. 08:55 posted by zelaznied

 

제임스 호건 지음

이동진 옮김

오멜라스, 2009

 

★★★★

 

SF의 핵심

달에서 5만 년 된 시체가 발견된다. 이 무슨 2001:스페이스오디세이 급 오프닝이란 말인가. (주인공이 극비리에 소환되는 것도 비슷하다) 아니, 정말 스페이스오디세이 와는 닮긴 많이 닮았지만 또 다르긴 많이 다르다. 그러니까 월면의 외계 모노리스가 발사한 전파 신호를 따라 선별된 탐험가들이 외행성으로 나아가는 스페이스오디세이 와 달리 학회SF라는 별명까지 붙은 이 작품은 월면에서 발견된 인간의 근원을 찾아 학자들은 지구와, 달(그리고 사실 스페이스오디세이 처럼 외행성까지 가긴 하지만)을 오가며 다만 끊임없이 회의를 열고 추론과 측정을 되풀이할 뿐인데...

근데 그게 진짜 재밌다. 진짜 진짜 진짜 재밌다. SF의 본질을 뭐라고 정의하면 좋을까? 글쎄, 쉽게 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다만, 아마도, 하드SF와 스페이스오페라, 그리고 사변소설의 세 축에 나뉘어 있을 것 같은 그 무언가가, 이 소설에도 뚜렷이 나타나 독자의 감탄과 경이, 희열을 끌어낼 것이라는 것 외에는...

 

재미 ; 3.5

감동 ; 3.5

SF   ; 4

별을 쫓는 자

2008. 12. 13. 20:06 posted by zelaznied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북스피어, 2008

★★★★

젤라즈니의 나바호 신화와 베스터의 텔레파스들의 근접 조우
일단 가장 독자들의 기대치를 높이는 이전의 젤라즈니의 신화SF들-신들의사회 와 내이름콘라드-와 비교하자면 외향적 액션의 감소가 눈에 띈다. 내향적 경향은 젤라즈니가 꽤나 과격하게 집어넣은 모더니즘적 형식 파괴와 어우러져 독자의 면전에서 책장을 쾅 닫는 듯한 불친절한 느낌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작품에 SF적인 재미가, 그리고 감동이 없는 걸까? 기기묘묘한, 그야말로 신화 속의 존재들을 연상시키는 외계 생물들이 쏟아지고, 텔레파시 초능력자들이 시공을 넘어 종횡한다. 공중차가 도로를 질주하고 사람들은 텔레포트 부스에서 마치 엘리베이터를 타듯 세계를 건너뛴다. 중동에서는 석유나무 숲이 울창하고 인공지능과 외계인들, 지능이 높아진 돌고래와 원숭이들이 우주와 지구에서 춤추듯 명멸한다. 아니, 소재만 그럴싸하면 모두 SF냐고?
한 남자가 있다. 그의 태생적 한계와 인간 본연의 한계로 인한 실수로 한 여자를 잃었다. 그는 동족을 떠났고 외톨이가 되었으며, 사냥을 하며 세계-우주를 뛰어다녔고, 마침내 그가 했던 모든 행위들이 業이 되어 그에게 돌아왔다. 사냥꾼이 사냥감이 되어 쫓긴다. 내가 나로부터 낯설어진다. 그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인간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세상과 어떻게 대결해야 할까?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인간과 삶과 우주 그 안의 모든 것들을 근대 과학적인 상상력 속에 낯설게 조명함으로써 여타의 문학이 가닿지 못하는-혹은 필연적으로 모두 가닿을 수 밖에 없는 해답에 도달하는 SF 본연의 모습이 젤라즈니의 반짝이는 문체 속에 형상화되었다. 결말에서 깊은 감동을 얻지 못하는 사람은 스스로의 (문학적) 감수성을 돌아보시라.

재미 ; 4
감동 ; 5
SF   ; 4

보르 게임

2008. 8. 18. 13:18 posted by zelaznied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지음
김상훈 옮김
행복한책읽기, 2008

★★★

청소년 스페이스오페라가 밀리터리SF와 만났을 때
장편 마일즈의전쟁 과 중편 슬픔의산맥 을 지나 드디어 사관학교를 졸업, 소위로 임관한 마일즈와 여전히 어리버리한 덴다리 용병단, 그리고 더욱 더 어리버리해서 안습인 적들의 유쾌한 난장판이 펼쳐진다. 임관했다고는 해도 마일즈는 여전히 전편의 미성숙함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으며(지상 근무 에피소드 위주의 전반부에서 애써 떨쳐냈다면 전편에 이어 용병단을 상대로 우주 사기극을 펼치는 후반부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우연 남발에 행운 반짝인 건 여전하지만,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쉴새없이 사건을 터뜨리고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롤러코스터적 즐거움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재미 ; 3.5
감동 ; 2
SF   ; 3.5

블러드뮤직

2005. 10. 10. 12:26 posted by zelaznied

그렉 베어 지음

              옮김

움직이는책 , 1992 (현장문학 에서 95년에 괴혈 이라는 제목으로 재간)

 

★★★★

 

개체기의 끝

나노공학이 불러온 인류 대멸종. 사실 멸종은 아니겠으나, 인류라는 종으로서의 존속은 단절되었으니까 대충 대멸종. 개개인의 집합으로서의 인류가 집단군체로 수렴되는 것은, 저 유명하고도 유명한 유년기의끝 외에도 많은 작품에서 형상화된 아이디어지만, 이 소설은 여타의 작품들과는 상당히 다른, 독특한 시각과 분위기 속에서 인류의 마지막 날을 그리고 있다.

 

* 국내 번역본은 단편에서 장편으로 픽스업된 소설이다. 단편에 대한 코멘트는 여기 참조.

 

재미 ; 4

감동 ; 3

SF   ; 4

 

키워드 - 나노공학 / 생체감염 / 집단군체 / 인류멸망 /

변화의땅

2005. 9. 9. 07:28 posted by zelaznied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너머, 2005

 

★★★★

 

전편은 잊어라! 이것이 바로 젤라즈니!

전작에서 어영부영 여자도 꼬시고 아르바이트도 하고 산적도 잡으면서 복수행 아닌 복수행을 계속했던 딜비쉬와 블랙은 마침내 반파된 젤레락이 숨어들 최후의 은신처 초시간성에 이르른다. 하지만 이곳은 태고의 옛신이 광기와 발작에 절어 지내는 변화의 땅. 등장 인물들은 각기 저마다의 목적과 대의를 위해 움직이고, 우리의 젤라즈니는 고수다운 솜씨로 이 제각각 움직여대는 체스말들을 휘몰아쳐서 마침내 독자들에게 이건 사기야!! 를 유쾌하게 외치지 아니할 수 없게끔 플롯을 뽑아낸다.

자신의 복수욕을 위해 맹돌진하던 걸리버 포일이 인류 전체의 각성을 부르짖게 되듯 복수에 눈먼(듯이 보이던) 딜비쉬도 결국은 ?泰 않은 여운의 산뜻한 도덕극으로 치달았다. 라는 건 좀 스포일러일까나? ;-)

 

재미 ; 5

감동 ; 4

SF   ; 3.5

 

키워드 - 판타지 / 러브크래프트 / 시간여행 / 빅뱅 /

 

* 참고로 출판사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번역자가 편집 과정에서의 교정 오류를 바로잡고 있다. -_-;;;

http://thebeyond.co.kr/zbbs/view.php?id=board&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33

비잔티움의첩자

2005. 7. 14. 11:34 posted by zelaznied


해리 터틀도브 지음

김상훈 옮김

행복한책읽기, 2005

 

★★★

 

007 in Byzantium

  딱 그렇다. 007 영화들만큼이나 첩보와 액션, 로맨스가 뒤범벅되어 일단은 재미를 만족시키며, 그렇지만 순진무구한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으로 인해 읽고난 뒷맛은 개운하지 않다.

  무하마드가 이슬람을 창시하지 않고 기독교로 전향해 일개;-) 성인이 되어버린 대체 역사를 배경으로, 이슬람 세력의 삭제된 공백 속에서 국가적 역량을 소진하지 않은 비잔틴 제국이 동서분열 이전 로마의 영광을 지속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제국 집무관 직속 첩보 요원 아르길로스는 제국의 안위를 위협하는 다양한 신기술들의 대두에 맞서 제국의 평화를 지켜내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라는 스토리는 솔직히 까놓고 얘기하자면 '...제국 집무관 직속 공작원 아르길로스는 제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다양한 신기술들의 대두에 맞서 제국주의적 평화를 지켜내기 위해 동분서주한다.'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대체 역사 속에서 화약과 인쇄술 등등 주요 발견들은 제국 외부에서 이루어지며, 주인공 아르길로스는 그러한 신기술을 약탈해오면서도 제국 외부를 야만인들의 세계로 폄하할 뿐이다. 야만 대 문명의 이분법적 대립항은 아르길로스에게 자신의 임무에 대한 반성이나 회의를 불가능하게 하며, 왜 제국이 유지되어야 하는지, 제국의 패권와 우위가 왜 지켜져야하는 지에 대한 질문이 애시당초 제기될 수 없게 한다.

  미국산 대중 문화를 무조건 미 제국주의와 연관지어 이야기하는 것도 개인적으로 신물나는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미국과 연관지어서가 아니라, 인류가 아직까지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패권주의적, 제국주의적, 결국은 이기주의적이고 비인간적인 생각의 틀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 에피소드만큼은 굉장히 감명깊었다. 상당히 부정적인 언급으로 일관하는 이 리뷰는 어쩌면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의 감동을 철저하게 짓밟은 세 번째 에피소드 및 이후 에피소드들에 대한 반감에 기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재미 ; 4 (한 번 펴들면 중간에 덮을 수 없다)

감동 ; 3 (조금만 정치적으로 공정했더라도!)

SF   ; 4 (핵심은 대체 역사 속에서 대체된 과학 기술상의 발견들)

 

키워드 - 대체역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