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김상훈 옮김
오멜라스(웅진), 2008
★★★★★
인간, 우주를 만나다
청담사, 시공사, 집사재에 이어 오멜라스에서 네 번째로 번역, 출간한 동유럽 SF의 금자탑. 출간될 때마다 한 번 이상씩 읽었는데도 읽을 때마다 새롭고 언제까지나 낯선 느낌이다. 스타니스와프 렘은, 국내에 드물게 소개된 다른 작품들에서와는 확연히 다른 작풍으로, 그야말로 SF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그의 SF적 사변은 장대하고, 과학적/학문적 디테일들은 섬세하다. 의인화되지 않은 외부 우주의 날 것 그대로의 이미지 자체가 SF팬의 심금을 울리고, 과거의 잘못에 대한 주인공의 회한이 이 낯선 환경, 생경한 상황 속에서 절절하게 그려진다. 소설의 백미는 솔라리스 자체 혹은 솔라리스학에 대한 날카로운 묘사. 이 지적인 위업은 SF의 감동 깊은 곳에 있는, 미지의 우주를 향한 유한자 인간의 허망하지만 의미있는 몸부림-아마도 이것이 근대 과학의 본모습일 것이다-을 극적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근대 이전 장인의 수공예 걸작을 방불케하는 한정판의 만듦새는 읽는 재미 외에 소장하는 기쁨까지 더해준다.
재미 ; 4
감동 ; 5
SF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