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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0.04 식스 웨이크
  2. 2008.12.14 솔라리스

식스 웨이크

2019. 10. 4. 16:59 posted by zelaznied

무르 래퍼티 지음
신해경 옮김
아작, 2019.04.

★★★

클로닝, 영생, 그리고 미스테리

2009년 테드 창이 부천에서 처음 캔사스의유령 의 도입부를 소개했을 때 느꼈던 전율과 호기심과, 막상 2015년에 불새에서 번역 출간해서 전편을 읽었을 때의 감상이 떠오른다. '클로닝과 기억 전이로 영생을 누릴 수 있는 미래에, 다른 항성으로 가던 배에서 승무원 여섯 명의 새로운 클론이, 기억이 모두 지워진 채 깨어나고, 그들은 곧 수십 년의 나이를 먹은 자신들의 시체를 발견한다'는 도입부가 매혹적이지만, 실제 결말까지의 여정은 그렇게까지 매력적이지는 않다는 점에서.
클로닝과 기억 백업, 전이를 통해, 죽어도 죽기 전 백업된 기억을 지닌 채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세상에서 살인은 일종의 사회적 망신 주기에 지나지 않을 뿐이고, 여러 생애 동안 다양한 직업을 마스터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세상에서도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 사이의 갈등은 여전하며,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우주선 속에서도 미스테리는 발생한다.
미스테리 자체보다는 (SF들에서 많이 다뤄져서 진부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클로닝과 기억 백업이 가져온 사회적 변화들을, 낯선 환경에 던져진 등장인물들이 차례차례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들을 구경하는 SF적인 재미가 쏠쏠하다.

재미 : 4
감동 : 2
SF   : 3


솔라리스

2008. 12. 14. 19:59 posted by zelaznied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김상훈 옮김
오멜라스(웅진), 2008

★★★★★

인간, 우주를 만나다
청담사, 시공사, 집사재에 이어 오멜라스에서 네 번째로 번역, 출간한 동유럽 SF의 금자탑. 출간될 때마다 한 번 이상씩 읽었는데도 읽을 때마다 새롭고 언제까지나 낯선 느낌이다. 스타니스와프 렘은, 국내에 드물게 소개된 다른 작품들에서와는 확연히 다른 작풍으로, 그야말로 SF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그의 SF적 사변은 장대하고, 과학적/학문적 디테일들은 섬세하다. 의인화되지 않은 외부 우주의 날 것 그대로의 이미지 자체가 SF팬의 심금을 울리고, 과거의 잘못에 대한 주인공의 회한이 이 낯선 환경, 생경한 상황 속에서 절절하게 그려진다. 소설의 백미는 솔라리스 자체 혹은 솔라리스학에 대한 날카로운 묘사. 이 지적인 위업은 SF의 감동 깊은 곳에 있는, 미지의 우주를 향한 유한자 인간의 허망하지만 의미있는 몸부림-아마도 이것이 근대 과학의 본모습일 것이다-을 극적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근대 이전 장인의 수공예 걸작을 방불케하는 한정판의 만듦새는 읽는 재미 외에 소장하는 기쁨까지 더해준다.

재미 ; 4
감동 ; 5
SF   ;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