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먼드 킹 커밍스 지음
최세민 옮김
기적의책, 2009
★☆
미소 세계로 침투하는 제국주의
현미경을 통해 발견한 원자 속 세계의 소녀에게 반한 젊은 과학자가 자신의 몸을 축소하는 약품을 개발해서 반지 속 원자 안으로 들어간다. 원자 속 세계는 일종의 공상적 사회주의 유토피아-봉건적 왕정 체제 속에서 생산 수단은 공동체가 개인에게 일시적으로 대여하며, 재화의 생산과 분배는 계획적으로 조정, 통제된다. 이 이상 사회에 불행과 슬픔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 바로 외부에서 들어온 서구 근대 과학자. 유토피아 외부의 적을 물리치는데 자신의 힘을 빌려주지만, 이 힘은 유토피아 내부에 공포와 불안, 질투의 씨앗을 뿌리고, 마침내 주인공과 동료들은 그들을 사랑하게 된 아름다운 아가씨들과 충실한 하인들만을 데리고 붕괴하는 이상향을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SF의 계보에는 서구 제국주의 모험물의 혈통이 숨겨져 있는 걸까? 초기 스페이스오페라들이 대개 외부 거대 세계-우주로 뻗어나가는 주인공들의 모험을 그렸으며 현재까지도 스페이스오페라들에 대개 우주-바다, 우주선-대양 함선의 의미쌍이 기본 골격을 이루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현미경-근대 서구 과학의 출발점 중 하나인 도구-을 통한 관찰-관찰자와 관찰대상, 자기와 타자의 분리-후에, 알약-근대 서구 의학의 상징-자체가 의미심장하고, 미지의(하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고 다만 서구 근대의 눈이 미발견하고 있었을 뿐인) 세계에 뛰어들어 탐험-모험-투쟁-착취-승리-획득-하고 당당하게 귀환-개선하는 플롯의 궤적은 원자 세계 속 사람들을 벌레처럼 여기며 짓밟는 주인공들의 행동과 함께 황당하기보다는 씁쓸하다.
재미 ; 2
감동 ; 0.5
SF ;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