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 스탠리 로빈슨 지음
박종윤 옮김
열림원, 2007
★★★★
흑사병이 서양을 말끔하게 지운 뒤의 대체 역사
대부분의 대체역사물이 역사가 대체된 세계를 공시적 횡단면으로 그려냈다면, 이 '대하'대체역사소설은 대체된 역사가 발전해나가는 과정으로 통시적 종단면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수많은 주인공들이 필요한 바, 작가는 기발하게도 동양의 윤회설을 도입해 세 명의 주요 캐릭터들이 수많은 삶을 되풀이함으로써 인류 전체의 삶이 질곡을 거쳐 깨달음의 발견, 발전과 성숙에 이르는 과정을 장대하게 풀어냈다. 때문에 서양을 지운다는 거대한 발상의 전환은, 거시사의 스펙터클 대신 미시사의 세밀하지만 단편적인 편린들로 나타난다.
종교와 기술, 정치와 사상, 문화에 대한 저자의 깊고 폭넓은 이해가 수렴 표출되는 후반부의 감동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 다만 아시아의 문물을 영어로 수용 표현한 원문을 다시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번역상의 어색함은 감수해야 할듯.
재미 ; 3.5
감동 ; 4.5
SF ; 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