쥘 베른느 지음
김남주 옮김
한림원 1994
★★★ 1/2
예술가가 굶어죽는 곳, 20세기 파리
감상으로 가득 찬 예술가적 디스토피아 소설. 대규모 공공 교육 기관인교육 기금 공사의 졸업식 날, 소속 학생들마저도 부끄러워하며 다니는 문예부의 라틴어 시 부문 1등상을 (비웃음과 함께) 받고 졸업한 미셀 제롬 뒤프레누아이는 더 이상 시를 읽지 않는 (19세기적 의미에서) 고도 산업 문명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한다. 은행가인 삼촌의 도움으로 은행 서기 자리에 취직하나 얼마 못 견디고 쫓겨나고, 극본 전담국에 취직하지만 천박한 희곡들을 차마 쓰지 못해 해고당한다. 결국 굶주린 미셀은 광기에 휩싸인 채 물질 문명이 완벽히 장악한 도시 밖으로 내달려 눈 내리는 묘지에 이르러 파리를 저주하며 숨을 거둔다.
...라는 줄거리는 분명, 당시 욱일승천하던 산업 혁명에 대한 가장 (감상적인 측면에서) 격렬한 데포르메로 휘갈겨진 캐리커처다.
개인적으로 SF가 무슨 미래 예측 수단인 것처럼, 현대의 예언서인 것처럼 세간에 통용되는 선입견의 상당수가 쥘 베른 선생 덕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서도 베른은 20세기 산업 문명이 극단에 이른 사회를 묘사하기 위해 다양한 발명품, 기계, 제도 등을 묘사하고 있다. (가히 프랑스 SF의 최고 절정기가 아니었을른지. --;; ) 완전 자동화된 전철과 소리나지 않는 개인 소유의 자동차, 태양 광선과 비교할 만한 전기불빛, 그리고 전화, 팩시밀리...!
그렇지만 정말로 암울하게도, 쥘 베른 선생이 정말로 예견한 건 전혀 엉뚱한 부분이니, 저 작위적이고 터무니없어 보이는 데포르메-캐리커쳐. 이거 정말 IMF 이후 한국 사회 그대로 아냐. -_-;;;
일전에 한참 여기저기 이력서 뿌릴 무렵 다시 한 번 더 읽었었는데, 정말 가슴에 콱 와닿더라. 과장이고 데포르메고 그게 아니라 리얼리즘 그 자체인 것처럼.
재미 ; 4
감동 ; 3.5
SF ; 3
키워드 - 디스토피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