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멸망'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8.10.26 세븐 이브스
  2. 2015.07.06 가라, 흩어진 너희 몸들로
  3. 2011.09.17 해변에서

세븐 이브스

2018. 10. 26. 15:33 posted by zelaznied

  


닐 스티븐슨 지음

성귀수, 송경아 옮김

북레시피, 2018.


★★★☆


SF의 단단한 맛


스노크래시 와 다이아몬드시대 로 닐 스티븐슨을 단순히 사이버펑크 작가로 기억하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당혹스러운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1권은 내내, 달이 부서진 뒤 느리지만 확실하게 다가올 파국을 대비하는 내용만이, 서사보다는 설명 위주로 진행되어 나가기 때문에 SF 혹은 소설을 읽는 재미가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꾹 참고 2권 중간까지 읽어나가면 마침내 달의 파편 세례를 받고 불타오르는 지구의 종말이 근사하고, 생존자들의 우주정거장에서 필요한 물과 질량을 혜성을 끌어온 자원자들의 난파기도 기괴하니 읽을 만하다. 후반의 파국은 너무 급하게 몰아쓴 느낌이지만, 어쨌거나 7명의 여성들로부터 30억 명의 후손이 늘어난 5000년 뒤의 지구에서 시작되는 3권에서는 지금까지의 아쉬움을 모두 떨쳐버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SF적인 재미만으로 몰아쳐나간다. 믿어보시라. 3권을 읽기 위해서는 1권과 2권도 충분히 읽을 만하다.


재미 : 4 (3권 기준)

감동 : 4 (3권 기준)

SF  : 4 (2,3권 기준)


가라, 흩어진 너희 몸들로

2015. 7. 6. 20:40 posted by zelaznied


필립 호세 파머 지음

안태민 옮김

불새, 2015



큰 이야기의 큰 시작

거대한 강이 흐르는 외계 행성에서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인류가ㅡ네안데르탈인과 인류 멸망 직전 지구를 방문했던 외계인까지 포함해서ㅡ한꺼번에 부활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것이 미래인들의 거대한 실험이라는 사실이 차츰 밝혀지지만 실험의 목적과 이야기의 결말은 이 한 권에서 밝혀지지 않는다.

끝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이야기로서 치명적인 약점이겠지만, 그래도 천일야화의 번역자 리처드 버턴이 앨리스의 모델 앨리스 부인의 팔짱을 끼고 네안데르탈과 외계인을 동료로 거느리고 괴링이 지배하는 노예제 사회에 뛰어든다는 설정, 음식과 의복을 무한정 해결해주는 화수분이 있다 해도 돌과 나뭇잎 뿐인 생태계에서 무한한 부활을 거듭하며 차츰 사회가 구성되고 문화가 생겨나는 과정, SF의 가장 핵심적인 인간상이라고 할, 미지와 무한의 세계 앞에서 불굴의 의지로 탐험에 도전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후속권을 기약할 수 없다 해도) 이 한 권만으로도 충분한 재미와 감흥을 준다고 하겠다.


재미 : 3.5

감동 : 2.5

SF  : 3


해변에서

2011. 9. 17. 00:48 posted by zelaznied
 

네빌 슈트 지음
정탄 옮김
황금가지, 2011


우아하고 기품있는 인류 종말
북반구에서 벌어진 핵전쟁으로 애먼 남반구에 방사능 대기가 천천히 밀려온다. 고통스런 죽음까지 몇 달이나 남은 상황, 그 몇 달의 지연 때문일까. 서로 싸우다 자멸하는 북반구에 비해 태평하고 한가한 남반구 기질 때문일까. 레이 브래드버리의 유명한 단편처럼,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들은 최후의 순간 직전까지 대개들 서로에 대한 사랑과 배려를 잃지 않고 스스로 품위를 지킨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이 더 지독하게, 전쟁의 어리석음에 대한 공포와 종말에 대한 무거운 비탄을 불러 일으킨다.
과학적인 요소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핵전쟁으로 인한 지구 종말 시나리오는 작품이 나온 시대가 시대인 만큼, 그리고 작가의 경력이 경력이니만치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며, 종말을 앞둔 사람들의 심리와 사회의 변화상도 깊이 있고 눈여겨 볼만 하다.

재미 : 3.5
감동 : 4
SF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