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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11.08 검은 미래의 달까지 얼마나 걸릴까?
  2. 2007.11.27 나폴리 특급 살인
  3. 2007.11.27 아내가 마법을 쓴다
  4. 2006.01.21 마술사가 너무 많다

검은 미래의 달까지 얼마나 걸릴까?

2020. 11. 8. 12:03 posted by zelaznied

N.K.제미신 지음
이나경 옮김
황금가지, 2020.07.

★★★★

SF와 판타지의 영역은 끊임없이 갱신 확장된다고 이야기하는 단편집
부서진대지 3부작 중 국내에 출간된 2권을 이미 읽었다면 제미신의 창작 경향은 대충 파악되었을 테고, 그렇다면 이 단편집은 그러한 경향, 방향성에서 얼마나 다채로운 이야기가 가능한지 보여주는 풍요로운 성찬이 될 것이다. 지질학에 기반한 탄탄한 SF에서 결국 판타지로 나아가던 부서진대지 1,2부에서처럼 SF보다는 판타지적 경향들이 더 짙지만, 양자의 구별이 무색해진 작금의 추세 속에서는 큰 흠은 되지 않는다. 류츠신-켄 리우-이윤하 등의 동아시아 SF와 함께 버틀러-제미신의 아프리칸 SF 또한 얼마나 SF/판타지의 경계를 확장하고 다양성을 공급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수록작들: 

남아서 싸우는 사람들 ★★★☆
오멜라스에 대해 어둡게 빛나는 거울상.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 개인의 양심을 이야기하는 오멜라스를떠나는사람들 이 다소 갑갑하게 느껴졌다면 제미신의 단편에서는 좀더 숨이 트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오히려 더...

위대한 도시의 탄생 ★★
예술과 근대, 도시에 대한 어반 판타지. 자체적인 완결성이 부족해 보여 아쉽다.

붉은 흙의 마녀 ★★★★★
최상급의 단편 환상소설. 주제나 구성이나 문장이나 모자란 구석이 하나도 없다. 이 한 편만으로도 단편집 전체를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연금술사 ★★★★
마찬가지로 뛰어난 환상소설. 요리와 주술과 마법 사이에 누구나 납득할 공통점에 기반한 상상력과 서술이 백미이고, 마지막 장면은 르귄의 파리의4월 이 떠오르기도 한다.

폐수엔진 ★★★★
매력적인 대안적 스팀 펑크. 단편이지만 중편 SF에 필적하는 재미와 밀도를 보여준다.

용구름이 뜬 하늘 ★★★
르귄 느낌의 단편. 대개는 키리냐가 를 떠올릴지도 모르겠지만..

트로이 소녀 ★★★☆
웹 2.0... 혹은 모바일 웹 시대의 포스트 사이버펑크. 어플리케이션 소녀는 무슨 꿈을 꿀까?

졸업생 대표 ★★★
포스트 휴머니즘 시대의 디스토피아물. 

이야기꾼 대리인 ★★☆
풍자적이고 오싹한 메르헨 호러 판타지.

천국의 신부들 ★★★☆
에일리언 혹은 블러드차일드 , 첫번째접촉 이야기에서 재생산을 다룬 것이 드물지는 않겠지만 이슬람 전승을 통해서 새롭게 다듬어 낸 점은 꽤 흥미롭다.

평가자들 ★★☆
다소 늘어지고 산만한, 옥타비아 버틀러도 연상되는, 호러 SF 단편.

깨어서 걷기 ★★★
다시 블러드차일드 와, 하인라인의 퍼펫마스터 . (더하기 불사주식회사 ?) 결론은 약간 비약처럼 느껴졌지만, 나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댄서 ★★★
이슬람이라고 하기도 지치고 기독교든 유교든 그저 원리주의 가부장적 어떤 종교든지 빠져들 수 있는 디스토피아물.. 여러 모로 많은 층위로 읽힐 수 있는, 그러나 별로 두껍지 않은 엽편. 두껍지 않은데 여러 층위로 읽을 수 있게 하는 현실이 너무 혐오스럽다.

퀴진 드 메므아 ★★★★★
추억은 결코 시각적이지 않다. 가장 직접적인 것은 후각이고, 미각도 또한 거의 마찬가지로 그럴 것이다. (그래, 프루스트.) 결코 추억이라 부를 수 없는, '가슴이 꽉 메어' 오게 하고,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이게 하고,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럽도록 하는 그런 기억들, 지나간 시절의 아물지 않은 우리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인한 상처들을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그에 대한 우아하면서도 절절한 답변.

스톤헝거 ★★
부서진대지 시리즈를 읽지 않았다면 어리둥절해질, 비자립적인 단편.

렉스강가에서 ★★★
유니콘변주곡 이 살짝 떠올랐는데, 매력적인, 나른한 판타지.

수면 마법사 ★★★★
이집트 제국 마법 판타지. 제미신은 손 대는 것마다 서브 장르를 만들어내는 걸까? 아니면 제미신의 작품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신조어들이, 새로운 표딱지들이 필요한 걸까? 다소 예술주의적이지만 흥미로운 단편.

헤노시스 ★★
예술과 불멸에 대한 산만한 엽편. 

너무 많은 어제들, 충분치 못한 내일들 ★★★
반복되는 시간이란 흔한 소재인데 인터넷 네트워크와 인간 관계에 대한 고찰로 연결시킨 점은 좋았다.

유트레인

비제로 확률 ★★★
머피의 법칙을 가장 잘 소설화한 단편이랄까. 일회성의 예측불가능한 삶에 대한 가장 정직하고 솔직한 신나는 단편 환상소설.

잔잔한 물 아래 도시의 죄인들, 성자들, 용들 그리고 혼령들 ★★★★
담담한 만큼 더 절절한 단편 환상소설.


나폴리 특급 살인

2007. 11. 27. 14:22 posted by zelaznied


랜달 개릿 지음
김상훈 옮김
행복한 책읽기, 2007

★★★

다아시 경의 마지막 모험들
마법이 과학을 대체한 대체 역사 속 영불 제국의 수사관인 다아시 경과 법정 마술사 마스터 숀 콤비의 미스터리 어드벤처 최종회. 다섯 편의 중단편 속에서 적국의 미녀 첩보원도 고정 출연해서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연상케하는 즐거움을 주는가 하면, 작품집 제목부터가 그렇지만 영미의 대중문화를 대체역사 특유의 유머 감각 속에서 패러디하는 재치도 만만치 않다.

재미 ; 4
감동 ; 1
SF   ; 2

아내가 마법을 쓴다

2007. 11. 27. 14:21 posted by zelaznied


프리츠 라이버 지음
송경아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07

★★★★

고전의 아우라가 빛나는 SF-오컬트-판타지
자유주의적인 성향이 강한 대학교수 노먼은 어느날 무심코 아내의 화장대를 엿보았다가 아내가 마법과 주술을 믿는 마녀임을 알게 된다. 서구 근대 지식인답게 노먼은 합리주의와 이성주의로 아내를 설득/강압해서 모든 주술과 부적을 버리게 하는데 성공하지만, 그 직후 노먼은 다른 교수 부인들의 공격 주술 앞에 무방비로 놓이게 되고 아내마저 잃어버리게 된다...
300여 쪽의 많지 않은 분량 속에서 사건은 그야말로 군더더기 없이 일방통행으로 내달리고, 작가는 40년대-포스트 모더니즘이 아직 도래하지 않은, 계몽의 불빛이 여전히 환했던 시기에 그 불빛에 가리워진 어둠과 그늘에 대해 이야기한다. 배경과 인물, 사건과 대사 등 작품 전반에 걸쳐 50년대 이전의 미국, 노스텔지어 시대의 향취가 매력적인, 시대를 초월한 고전.

재미 ; 4
감동 ; 3
SF   ; 3.5

마술사가 너무 많다

2006. 1. 21. 13:06 posted by zelaznied


 

랜달 개릿 지음

김상훈 옮김

행복한 책읽기, 2005

 

★★★★

 

읽는 재미가 너무 많다

다아시 시리즈는 사실 플롯 자체만 놓고볼 때는 순수한 추리소설에 가깝고, SF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대체역사적 설정이나 자연과학을 치환한 마술과학은 양념에 불과할 뿐이 아닐까. (대개의 경우 실제 범행 수법 자체에는 마술이 개입하지 않으며, 범인 추적 과정에 사용되는 마술도 대부분 현실 속의 과학으로 치환 가능하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양념 맛으로 먹는 음식도 있는 법이니... 추리 소설의 하일라이트 중의 하일라이트라 할 수 있는 밀실 트릭과, 관련자 전체를 모아놓고 화려한 쇼를 통해 범인을 압박, 자백케하는, 탐정들의 로망인 피날레까지 추리 소설 본연의 재미도 재미이지만, 아무래도 앞의 중단편들을 통해서 쌓아올린 캐릭터들과 세계관의 개성있는 매력이 정말로 감칠맛 난다. 해설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군데군데 숨어있는 작가의 위트 역시 읽는 재미를 더하고.

 

(...)그 사악한 마술사는 자기 자신의 양심에 의해 단죄되었고, 그가 그런 행위를 하게 된 동기와 사유에관해 정말로 이해하고 동정할 수 있는 진정한 동료로 이루어진 마술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그 결과 그의 탤런트는...
...제거되었다.
...말소되었다.
...파괴되었다.


재미 ; 4

감동 ; 2

SF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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