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펑크'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20.11.08 검은 미래의 달까지 얼마나 걸릴까?
  2. 2010.09.26 사냥꾼의 현상금
  3. 2010.09.25 모털 엔진
  4. 2009.10.07 라미아가 보고 있다
  5. 2007.09.20 라크라이트 2

검은 미래의 달까지 얼마나 걸릴까?

2020. 11. 8. 12:03 posted by zelaznied

N.K.제미신 지음
이나경 옮김
황금가지, 2020.07.

★★★★

SF와 판타지의 영역은 끊임없이 갱신 확장된다고 이야기하는 단편집
부서진대지 3부작 중 국내에 출간된 2권을 이미 읽었다면 제미신의 창작 경향은 대충 파악되었을 테고, 그렇다면 이 단편집은 그러한 경향, 방향성에서 얼마나 다채로운 이야기가 가능한지 보여주는 풍요로운 성찬이 될 것이다. 지질학에 기반한 탄탄한 SF에서 결국 판타지로 나아가던 부서진대지 1,2부에서처럼 SF보다는 판타지적 경향들이 더 짙지만, 양자의 구별이 무색해진 작금의 추세 속에서는 큰 흠은 되지 않는다. 류츠신-켄 리우-이윤하 등의 동아시아 SF와 함께 버틀러-제미신의 아프리칸 SF 또한 얼마나 SF/판타지의 경계를 확장하고 다양성을 공급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수록작들: 

남아서 싸우는 사람들 ★★★☆
오멜라스에 대해 어둡게 빛나는 거울상.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 개인의 양심을 이야기하는 오멜라스를떠나는사람들 이 다소 갑갑하게 느껴졌다면 제미신의 단편에서는 좀더 숨이 트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오히려 더...

위대한 도시의 탄생 ★★
예술과 근대, 도시에 대한 어반 판타지. 자체적인 완결성이 부족해 보여 아쉽다.

붉은 흙의 마녀 ★★★★★
최상급의 단편 환상소설. 주제나 구성이나 문장이나 모자란 구석이 하나도 없다. 이 한 편만으로도 단편집 전체를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연금술사 ★★★★
마찬가지로 뛰어난 환상소설. 요리와 주술과 마법 사이에 누구나 납득할 공통점에 기반한 상상력과 서술이 백미이고, 마지막 장면은 르귄의 파리의4월 이 떠오르기도 한다.

폐수엔진 ★★★★
매력적인 대안적 스팀 펑크. 단편이지만 중편 SF에 필적하는 재미와 밀도를 보여준다.

용구름이 뜬 하늘 ★★★
르귄 느낌의 단편. 대개는 키리냐가 를 떠올릴지도 모르겠지만..

트로이 소녀 ★★★☆
웹 2.0... 혹은 모바일 웹 시대의 포스트 사이버펑크. 어플리케이션 소녀는 무슨 꿈을 꿀까?

졸업생 대표 ★★★
포스트 휴머니즘 시대의 디스토피아물. 

이야기꾼 대리인 ★★☆
풍자적이고 오싹한 메르헨 호러 판타지.

천국의 신부들 ★★★☆
에일리언 혹은 블러드차일드 , 첫번째접촉 이야기에서 재생산을 다룬 것이 드물지는 않겠지만 이슬람 전승을 통해서 새롭게 다듬어 낸 점은 꽤 흥미롭다.

평가자들 ★★☆
다소 늘어지고 산만한, 옥타비아 버틀러도 연상되는, 호러 SF 단편.

깨어서 걷기 ★★★
다시 블러드차일드 와, 하인라인의 퍼펫마스터 . (더하기 불사주식회사 ?) 결론은 약간 비약처럼 느껴졌지만, 나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댄서 ★★★
이슬람이라고 하기도 지치고 기독교든 유교든 그저 원리주의 가부장적 어떤 종교든지 빠져들 수 있는 디스토피아물.. 여러 모로 많은 층위로 읽힐 수 있는, 그러나 별로 두껍지 않은 엽편. 두껍지 않은데 여러 층위로 읽을 수 있게 하는 현실이 너무 혐오스럽다.

퀴진 드 메므아 ★★★★★
추억은 결코 시각적이지 않다. 가장 직접적인 것은 후각이고, 미각도 또한 거의 마찬가지로 그럴 것이다. (그래, 프루스트.) 결코 추억이라 부를 수 없는, '가슴이 꽉 메어' 오게 하고,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이게 하고,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럽도록 하는 그런 기억들, 지나간 시절의 아물지 않은 우리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인한 상처들을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그에 대한 우아하면서도 절절한 답변.

스톤헝거 ★★
부서진대지 시리즈를 읽지 않았다면 어리둥절해질, 비자립적인 단편.

렉스강가에서 ★★★
유니콘변주곡 이 살짝 떠올랐는데, 매력적인, 나른한 판타지.

수면 마법사 ★★★★
이집트 제국 마법 판타지. 제미신은 손 대는 것마다 서브 장르를 만들어내는 걸까? 아니면 제미신의 작품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신조어들이, 새로운 표딱지들이 필요한 걸까? 다소 예술주의적이지만 흥미로운 단편.

헤노시스 ★★
예술과 불멸에 대한 산만한 엽편. 

너무 많은 어제들, 충분치 못한 내일들 ★★★
반복되는 시간이란 흔한 소재인데 인터넷 네트워크와 인간 관계에 대한 고찰로 연결시킨 점은 좋았다.

유트레인

비제로 확률 ★★★
머피의 법칙을 가장 잘 소설화한 단편이랄까. 일회성의 예측불가능한 삶에 대한 가장 정직하고 솔직한 신나는 단편 환상소설.

잔잔한 물 아래 도시의 죄인들, 성자들, 용들 그리고 혼령들 ★★★★
담담한 만큼 더 절절한 단편 환상소설.


사냥꾼의 현상금

2010. 9. 26. 20:50 posted by zelaznied


필립 리브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2010

★★★

본격 스팀펑크 냉혹극  
유럽풍의 과장된 미래상과 아기자기한 스팀펑크 소품들로 인해 읽다보면 미야자키 하야오가 절로 떠오르지만, 이 시리즈는 하야오라면 절대 택하지 않았을 냉혹한 결말을 향해 성큼성큼 잘도 걸어간다. 주된 갈등은 결말에서 풀리긴 하지만 완전히 풀리진 않고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이미 뿌려지며, 풀리는 과정도 동화처럼 쉽고 간단하지는 않다. 이 괴팍한 재미, 지루하지 않고 신나며, 심지어 신선하기까지한 즐거움은 아마도 영국제라는 출처에서 기인한 걸까? 1편만큼 혁신적이진 않지만 1편의 성과, 세계관을 잘 이어받아 넓힌 수작. 3부나 4부도 기대해볼 만 하다.

재미 : 3.5
감동 : 3
SF   : 3 

모털 엔진

2010. 9. 25. 21:30 posted by zelaznied
 

필립 리브 지음
김희정 옮김
부키, 2010

★★★

어른들을 위한 스팀펑크 동화
보다 간단하게는 청소년용 스팀펑크라고 하는 게 낫겠다. 보다 정확하게 첨언하자면, 팀 파워스적인 의미에서가 아니라, 저패니메이션적인 의미에서의 통속적인 스팀펑크. 신자유주의의 알레고리스러운 도시진화론이라는 배경 아래 다소 평면적인 등장인물들이 활극을 펼치는데, 스토리 전개는 의외로 냉혹해서 주요 인물들이 제때 제때 가차없이 죽어나가고, 주류 이데올로기의 모순에 대한 소시민의 각성이 하드하게 그려진다. 현대 사회의 캐리커쳐라고나 할까.

재미 : 4
감동 : 3
SF   : 3

라미아가 보고 있다

2009. 10. 7. 12:32 posted by zelaznied

 

팀 파워스 지음

김민혜 옮김

열린책들, 2009

 

★★★☆

 

시인의 피

이 소설의 세계관이나 스토리 혹은 플롯, 캐릭터들을 소개하는 것은 부질없어 보인다. 직접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취향에 따라 호오가 극단적으로 갈릴 작품인데, 이전에 국내에 소개된 아누비스문 을 통해 팀 파워즈의 문체에 조금이라도 익숙하고, 팀 파워즈의 스팀펑크가 일본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먼저 들어온 그런 종류의 상상력이 아니라는 점만 기억해둔다면, 판타지 속에서 SF를 발견하는 기이한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소설이 SF냐 판타지냐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소설 자체로서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고 밀도 높으며, 무엇보다 가슴 아프고 감동적인 작품이다.

 

재미 ; 3

감동 ; 4

SF   ; 2.5

라크라이트

2007. 9. 20. 10:18 posted by zelaznied


필립 리브 지음
송경아 옮김
문학수첩 리틀북스, 2007

★★★★

스팀펑크와 스페이스오페라의 행복한 만남
연금술 추진 우주함선을 이용한 대영제국 해군이 에테르로 가득찬 태양계를 정복한 평행 우주 속에서 벌어지는 고아 남매의 모험담. 시대착오적으로 고색창연한 세계관이 그야말로 반짝반짝 빛나는 상상력의 향연 속에 펼쳐지니 그야말로 짜릿하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쏟아지는 스페이스오페라적인 상상력들과, 작가가 직접 그린 빅토리아풍 스팀펑크 일러스트레이션이 특히나 매혹적.

재미 ; 4
감동 ; 3
SF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