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감응'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0.09.26 코벤트리
  2. 2010.04.20 유빅
  3. 2008.12.13 별을 쫓는 자
  4. 2005.12.01 다잉인사이드

코벤트리

2010. 9. 26. 20:47 posted by zelaznied
 

로버트 하인라인 지음
배지훈 옮김
오멜라스, 2010

★★☆

하인라인의 또다른 자유주의 쿠데타 이야기
달은무자비한밤의여왕 을 혁명 이야기로 볼 수 있을까? 지구의 식민 지배 체제를 변혁했으니 혁명으로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하인라인의 끝내주는 말빨 이면에 보이는 정보 조작과 선동, 민중의 직접적인 결정보다는 소수에 의해 주의깊게 조정되는 의사 결정 과정을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고개를 젓게 된다. 이쪽도 마찬가지. 광신 독재 정권을 소수 엘리트 군인들이 타도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다수 민중은 무지몽매하고 수동적인, 도구로서 그려질 따름이다. 미국식 리버럴리즘의 한계. 이래서야 아무리 초반 활극이 스릴 넘치고 후반 전투씬이 역동적이어도 뒷맛은 씁쓸하기만 하다. 경장편 '이대로 간다면' 뒤에 첨부된 표제작 '코벤트리'는 더구나, 활극도 전투씬도 없이 설교로만 일관하니...

재미 : 3.5
감동 : 1
SF   : 2

유빅

2010. 4. 20. 09:17 posted by zelaznied

 

필립 K. 딕 지음

한기찬 옮김

문학수첩, 2010

 

★★★☆

 

필립 딕의 세계에 오세요

초능력과 우주 여행, (일종의) 냉동인간이 뒤섞인 고전적 분위기의 SF로 시작하더니 중반 이후에서 딕은 무척이나 심술궂고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강박적이리만치 철저하게, 리얼리티를 부숴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절정에 이르러서는 돌연, 수줍고 나직한 목소리로, 우리가 사는 세계,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실재함은 어느 누구도 보증할 수 없으며, 그러나 우리는 이 세계를, 이 삶을 묵묵히, 참고 견뎌 살아나가야 한다고 속삭인다.

 

재미 ; 3

감동 ; 3.5

SF   ; 3.5

별을 쫓는 자

2008. 12. 13. 20:06 posted by zelaznied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북스피어, 2008

★★★★

젤라즈니의 나바호 신화와 베스터의 텔레파스들의 근접 조우
일단 가장 독자들의 기대치를 높이는 이전의 젤라즈니의 신화SF들-신들의사회 와 내이름콘라드-와 비교하자면 외향적 액션의 감소가 눈에 띈다. 내향적 경향은 젤라즈니가 꽤나 과격하게 집어넣은 모더니즘적 형식 파괴와 어우러져 독자의 면전에서 책장을 쾅 닫는 듯한 불친절한 느낌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작품에 SF적인 재미가, 그리고 감동이 없는 걸까? 기기묘묘한, 그야말로 신화 속의 존재들을 연상시키는 외계 생물들이 쏟아지고, 텔레파시 초능력자들이 시공을 넘어 종횡한다. 공중차가 도로를 질주하고 사람들은 텔레포트 부스에서 마치 엘리베이터를 타듯 세계를 건너뛴다. 중동에서는 석유나무 숲이 울창하고 인공지능과 외계인들, 지능이 높아진 돌고래와 원숭이들이 우주와 지구에서 춤추듯 명멸한다. 아니, 소재만 그럴싸하면 모두 SF냐고?
한 남자가 있다. 그의 태생적 한계와 인간 본연의 한계로 인한 실수로 한 여자를 잃었다. 그는 동족을 떠났고 외톨이가 되었으며, 사냥을 하며 세계-우주를 뛰어다녔고, 마침내 그가 했던 모든 행위들이 業이 되어 그에게 돌아왔다. 사냥꾼이 사냥감이 되어 쫓긴다. 내가 나로부터 낯설어진다. 그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인간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세상과 어떻게 대결해야 할까?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인간과 삶과 우주 그 안의 모든 것들을 근대 과학적인 상상력 속에 낯설게 조명함으로써 여타의 문학이 가닿지 못하는-혹은 필연적으로 모두 가닿을 수 밖에 없는 해답에 도달하는 SF 본연의 모습이 젤라즈니의 반짝이는 문체 속에 형상화되었다. 결말에서 깊은 감동을 얻지 못하는 사람은 스스로의 (문학적) 감수성을 돌아보시라.

재미 ; 4
감동 ; 5
SF   ; 4

다잉인사이드

2005. 12. 1. 11:34 posted by zelaznied


로버트 실버버그 지음

장호연 옮김

책세상, 2005

 

★★★★

 

선물 혹은 저주

다른 사람의 마음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주인공은, 그 능력 덕분에 혹은 그 능력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낭비하고야 만다. 재능과 사랑 모두 능력에 비하면 보잘 것 없어 보였고, 그는 그 능력으로 맺을 수 있는(있다고 생각한) 사람들과 마음대 마음의 소통에 넋이 나간 나머지 진정한 인간과 인간 사이의 교류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격동의 60년대와 70년대를 넘기며 이제 중년에 이르러 자신이 그토록 매달렸던 능력이 서서히 소진되어감을 깨달은 주인공은 과연 이 능력의 소멸을 넘어서 계속 살아야 할지, 과연 살아나갈 수 있을지 갈등한다.

장르 SF로서의 특징이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국내에 몇몇 조악한 번역과 편집의 원작 외에는 아시모프와의 맹숭맹숭한 공저물로만 알려졌던 로버트 실버버그의 진면목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장르적 특성이 덜하기에 작가로서의 재능이 빛을 발한달까. 시점의 전환과 의식의 흐름, 논문과 보고서, 안내 멘트 등 다양한 형식적 실험을 통해 위대한 재능을 비참하게 낭비해버리곤 하는 인간 존재의 한 모습을 다채롭게 조명하고 있다.

 

재미 ; 4

감동 ; 4

SF   ; 3

 

키워드 - 초능력 / 정신감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