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포스

2009. 10. 7. 20:57 posted by zelaznied

 

댄 시먼스 지음

김수연 옮김

베가북스, 2009

 

★★★

 

장대한 SF 서사시의 무리 없는 완결

중반까지는 뉴런에 과부하 걸리는 급진적인 양자 우주론과 아드레날린 넘쳐나는 스페이스오페라 액션 활극을 고풍스런 영문학의 바탕 위에서 잘 결합해 나가다가 후반부 들어서는 할리우드식 드라마로 연착륙한다. 잘 만들어진 미드를 본 느낌. 끊임없이 세익스피어와 호메로스를 호명했어도 결국 대중오락물에 머무르고 말았는데, 그렇다고 굳이 고급/저급의 도식을 가져다 댈 필요는 없을 듯하다. 댄 시먼스는 젤라즈니나 그렉 이건이 아니고, SF는 결코 사변소설만이 전부는 아니며, 어쩌면 정통 SF의 혈통은 대중오락용 모험소설에 닿아있지 않을까...

 

재미 ; 4

감동 ; 3

SF   ; 3.5

라미아가 보고 있다

2009. 10. 7. 12:32 posted by zelaznied

 

팀 파워스 지음

김민혜 옮김

열린책들, 2009

 

★★★☆

 

시인의 피

이 소설의 세계관이나 스토리 혹은 플롯, 캐릭터들을 소개하는 것은 부질없어 보인다. 직접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취향에 따라 호오가 극단적으로 갈릴 작품인데, 이전에 국내에 소개된 아누비스문 을 통해 팀 파워즈의 문체에 조금이라도 익숙하고, 팀 파워즈의 스팀펑크가 일본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먼저 들어온 그런 종류의 상상력이 아니라는 점만 기억해둔다면, 판타지 속에서 SF를 발견하는 기이한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소설이 SF냐 판타지냐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소설 자체로서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고 밀도 높으며, 무엇보다 가슴 아프고 감동적인 작품이다.

 

재미 ; 3

감동 ; 4

SF   ; 2.5

반지 속으로

2009. 9. 24. 12:08 posted by zelaznied

 

 

레이먼드 킹 커밍스 지음

최세민 옮김

기적의책, 2009

 

★☆

 

미소 세계로 침투하는 제국주의

현미경을 통해 발견한 원자 속 세계의 소녀에게 반한 젊은 과학자가 자신의 몸을 축소하는 약품을 개발해서 반지 속 원자 안으로 들어간다. 원자 속 세계는 일종의 공상적 사회주의 유토피아-봉건적 왕정 체제 속에서 생산 수단은 공동체가 개인에게 일시적으로 대여하며, 재화의 생산과 분배는 계획적으로 조정, 통제된다. 이 이상 사회에 불행과 슬픔의 씨앗을 뿌리는 것이 바로 외부에서 들어온 서구 근대 과학자. 유토피아 외부의 적을 물리치는데 자신의 힘을 빌려주지만, 이 힘은 유토피아 내부에 공포와 불안, 질투의 씨앗을 뿌리고, 마침내 주인공과 동료들은 그들을 사랑하게 된 아름다운 아가씨들과 충실한 하인들만을 데리고 붕괴하는 이상향을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SF의 계보에는 서구 제국주의 모험물의 혈통이 숨겨져 있는 걸까? 초기 스페이스오페라들이 대개 외부 거대 세계-우주로 뻗어나가는 주인공들의 모험을 그렸으며 현재까지도 스페이스오페라들에 대개 우주-바다, 우주선-대양 함선의 의미쌍이 기본 골격을 이루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현미경-근대 서구 과학의 출발점 중 하나인 도구-을 통한 관찰-관찰자와 관찰대상, 자기와 타자의 분리-후에, 알약-근대 서구 의학의 상징-자체가 의미심장하고, 미지의(하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고 다만 서구 근대의 눈이 미발견하고 있었을 뿐인) 세계에 뛰어들어 탐험-모험-투쟁-착취-승리-획득-하고 당당하게 귀환-개선하는 플롯의 궤적은 원자 세계 속 사람들을 벌레처럼 여기며 짓밟는 주인공들의 행동과 함께 황당하기보다는 씁쓸하다.

 

재미 ; 2

감동 ; 0.5

SF   ;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