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리스

2008. 12. 14. 19:59 posted by zelaznied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김상훈 옮김
오멜라스(웅진), 2008

★★★★★

인간, 우주를 만나다
청담사, 시공사, 집사재에 이어 오멜라스에서 네 번째로 번역, 출간한 동유럽 SF의 금자탑. 출간될 때마다 한 번 이상씩 읽었는데도 읽을 때마다 새롭고 언제까지나 낯선 느낌이다. 스타니스와프 렘은, 국내에 드물게 소개된 다른 작품들에서와는 확연히 다른 작풍으로, 그야말로 SF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그의 SF적 사변은 장대하고, 과학적/학문적 디테일들은 섬세하다. 의인화되지 않은 외부 우주의 날 것 그대로의 이미지 자체가 SF팬의 심금을 울리고, 과거의 잘못에 대한 주인공의 회한이 이 낯선 환경, 생경한 상황 속에서 절절하게 그려진다. 소설의 백미는 솔라리스 자체 혹은 솔라리스학에 대한 날카로운 묘사. 이 지적인 위업은 SF의 감동 깊은 곳에 있는, 미지의 우주를 향한 유한자 인간의 허망하지만 의미있는 몸부림-아마도 이것이 근대 과학의 본모습일 것이다-을 극적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근대 이전 장인의 수공예 걸작을 방불케하는 한정판의 만듦새는 읽는 재미 외에 소장하는 기쁨까지 더해준다.

재미 ; 4
감동 ; 5
SF   ; 5

하드 SF 르네상스 1

2008. 12. 13. 20:26 posted by zelaznied



데이비드 브린 외 지음 (데이빗 하트웰 외 편집)
홍인수 옮김
행복한 책읽기, 2008

★★★

하드SF 문예부흥으로의 초대
과학적 논리의 정합성을 중시하는 하드SF의 두 번째-혹은 세 번째 부흥기로 이야기되는 근래 영미 SF의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편집. 시공사의 21세기SF도서관이나 황금가지의 오늘의SF걸작선 등을 통해 짚어보자면 이 계열의 SF들은 사실 고전 하드SF에서처럼 과학적 논리/지식의 정합성보다는 최신 과학 이론에서 비롯된 비전을 스페이스오페라의 상상력과 결합시키는 쪽이 아닌가 싶지만, 뭐, 요즘의 잡종 메탈들도 하드록/헤비메탈의 후예라면, 그런 의미에서 하드SF 계열로 봐줄 수도 있지 않겠나 싶다.

개별 수록작 단평은 아래에 :

아시모프의 과학소설 창작백과

2008. 12. 13. 20:13 posted by zelaznied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선형 옮김
오멜라스, 2008

★★★

안녕히, 아시모프 할아버지
다작제일 아시모프의 유고집으로서 발간되었던, 잡지 칼럼들과 유작 및 미발표작들을 묶은 책이 국내에서는 이상하게도 'SF특강'이나 'SF창작백과' 같은 제목으로 나왔다. SF팬으로서 이 책을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는 제목이나 권말의 해설들에 현혹되지 않고, 평생 SF 팬덤 안에서 SF를 사랑하고, 읽고, 썼던 한 사람의 진솔한 SF 사랑 고백을 들으며 새삼스럽지만 그를 추모하는 것이 아닐까?
3부 단편집에는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되는 아시모프의 엽편들-왼쪽에서오른쪽으로 , 낙심 , 협곡에서 , 지구여안녕 , 우주공간의나라들:현대의우화 등-이 수록되어 있는데, 근래 몇몇 단편집에 수록된 네이처지 게재 엽편들에 못지 않은 면모를 보여 새삼 아시모프의 필력을 느끼게 한다. 무릇, 고전이 고전으로 꼽히는 데는, 그리고 거장이 거장으로 꼽히는 데는 모두 이유가 있는 법이다.

재미 ; 3
감동 ; 3
SF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