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에 해당되는 글 12건

  1. 2019.09.17 헬로 아메리카
  2. 2011.09.17 해변에서
  3. 2009.09.06 히페리온 4
  4. 2008.12.31 하드 SF 르네상스 2
  5. 2008.12.13 하드 SF 르네상스 1
  6. 2008.08.18 화성의 공주
  7. 2007.11.27 하느님 끌기
  8. 2005.06.29 환영의도시
  9. 2004.07.22 화씨451 2
  10. 2004.07.22 하늘의터널

헬로 아메리카

2019. 9. 17. 17:43 posted by zelaznied

제임스 밸러드 지음
조호근 옮김
현대문학 2019.03.

★★★★

아메리칸 드림의 사막 위로 불어오는 뉴웨이브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단편선집을 통해서, 지구 종말 삼부작을 넘어 비로소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의 작품 세계 전반을 개관할 수 있었는데, 미래에 사막화된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이 장편소설은, 그러한 개관을 바탕으로 해야 좀더 제대로 즐길 수 있을 듯하다. 밸러드의 묵시록적 미래관을 떠받치는 두 개의 중심축은 각각 히로시마 이후 계속된 핵무기 실험과 나사의 유인 우주 탐사로 나누어 볼 수 있을 듯한데, 전자야 SF들의 장미빛 미래 전망을 부순 결정적 사건으로 많이 이야기되었고, 후자의 경우에는 밸러드가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인 듯한데, 화성 탐사 이후 화성인이 대운하를 건설한 행성로맨스가 불가능해진 것처럼, 우주 탐사와 개발이 현실화되면서 우주 전체가 이전 SF들에서처럼 꿈과 환상과 낭만의 무대가 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에서 SF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초래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두 사건의 함의에 아랑곳하지 않고(혹은 애써 외면하고) 전통적인 SF를 쓴/쓰고 있는 작가들도 많지만, 밸러드의 어딘가 정신이 나가버린 강박적인 등장인물들과 그들의 내면이 외화된 듯한 황량한 풍경들은 그러한 함의를 솔직하게 직시한 결과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지구 종말 삼부작은 SF 종말 3부작으로 치환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석화된 상상, 리얼리티에 익사한 SF, 불타버린 꿈...) 그리고 미국의 우주 탐사와 아메리칸 드림 사이의 긴밀하고 복잡한 관계를 생각해보면, 기후 변화로 서해안을 제외한 대륙 전체가 사막화된 미국을, 몽상과 환상으로서 아메리칸 드림을 가지고 유럽의 2차 탐사대가 가로지른다는 이 작품은 어쩌면 J.G. 밸러드의 작품들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면모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상륙 이후, 지나가버린 아메리칸 드림의 환상에 사로잡힌 탐사대가 점차 와해되고, 주요 인물들이 조난과 난파에 가깝게 사막의 갈증 속에 피폐하게 드러누울 때까지의 전반부는 곧바로 지구 종말 삼부작을 떠올리게 하는, 지극히 밸러드적인 진행을 보이는데,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한 이후 벌어지는 새로운 사건들은, 우선 밸러드의 다른 작품들에서는 두드러지지 않았던 전통적인 SF 소재들ㅡ자동인형, 태양광비행기 등등ㅡ이 풍성하게 쏟아진다는 점이 우선 이채롭고, 아메리칸 드림 이면에 억압되어 있던 광기ㅡ편집증과 고립주의, 파괴욕과 지배욕ㅡ를 전면에 드러낸다는 점도 흥미롭다. 전반부는 바깥에서 바라본 아메리칸 드림이라면 후반부는 안에서 들여다본 아메리칸 드림이랄까. 대부분의 작품들과 달리 다소 낭만적으로 처리된 결말은 미국을 좋아해서 썼다는 밸러드의 언급이 진심이었나 싶어 쓴웃음을 짓게 하는데, 전반적으로 밸러드 작품 세계를 좋아하는 독자들은 포만감 가득하게 읽을 수 있는 장편이라고 생각된다.


재미 : 4
감동 : 3
SF   : 4


해변에서

2011. 9. 17. 00:48 posted by zelaznied
 

네빌 슈트 지음
정탄 옮김
황금가지, 2011


우아하고 기품있는 인류 종말
북반구에서 벌어진 핵전쟁으로 애먼 남반구에 방사능 대기가 천천히 밀려온다. 고통스런 죽음까지 몇 달이나 남은 상황, 그 몇 달의 지연 때문일까. 서로 싸우다 자멸하는 북반구에 비해 태평하고 한가한 남반구 기질 때문일까. 레이 브래드버리의 유명한 단편처럼,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들은 최후의 순간 직전까지 대개들 서로에 대한 사랑과 배려를 잃지 않고 스스로 품위를 지킨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이 더 지독하게, 전쟁의 어리석음에 대한 공포와 종말에 대한 무거운 비탄을 불러 일으킨다.
과학적인 요소가 두드러지지 않지만 핵전쟁으로 인한 지구 종말 시나리오는 작품이 나온 시대가 시대인 만큼, 그리고 작가의 경력이 경력이니만치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며, 종말을 앞둔 사람들의 심리와 사회의 변화상도 깊이 있고 눈여겨 볼만 하다.

재미 : 3.5
감동 : 4
SF   : 3


히페리온

2009. 9. 6. 09:03 posted by zelaznied

 

댄 시먼스 지음

최용준 옮김

열린책들, 2009

 

★★★★

 

스페이스오페라를 경배하라

하드SF를 추앙하는 진골 SF팬들에게 스페이스오페라란 묻어버리고 싶은 흑역사일지도 모르겠지만, 이제 국내에도 띄엄띄엄 들어오고 있는 최신 스페이스오페라들은 하드SF의 상상력과 사이버펑크의 감성, 뉴웨이브의 기법을 한데 아울러, SF의 참맛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만방에 고하고 있는 듯 하다. 외계 행성의 신흥 종교에 참례하는 순례자들이 제각기 펼쳐놓는 이야기 속에는 카톨릭 계열의 정통 종교SF, 엔더의게임 혹은 영원한전쟁 의 일부를 연상시키는 밀리터리SF, 젤라즈니류의 문학적SF, 감성적인 드라마SF, 사이버펑크가 하드보일드 느와르와 어떻게 닿아있었는지 보여주는 추리SF, 아서 클라크를 연상시키는 머나먼 외계 행성 바다의 노래까지 이 모든 것을 단돈 15,000원에! 지금 바로 구매하세... 스페이스오페라적인 우주관 아래에서 한데 끌어모아 녹여내어 SF의 본질을 추출해내는데 성공했다. 사제와 군인, 시인, 학자, 탐정, 외교관이 그들의 순례길에서 털어놓는 다채로운 SF적 감동을 지금, 맛보시라.

 

재미 ; 4

감동 ; 4

SF   ; 4

 

하드 SF 르네상스 2

2008. 12. 31. 19:04 posted by zelaznied


그렉 이건 외 지음
강수백, 이수현 옮김
행복한책읽기, 2008

★★★★

1권보다 훨씬 단단한 2권
그렉 이건이 끼었는데 안 하드할 리 없지. 전반적으로 다른 수록작들도 1권보다 좀더 하드해졌고, 따라서 만족도도 크다.

하드 SF 르네상스 1

2008. 12. 13. 20:26 posted by zelaznied



데이비드 브린 외 지음 (데이빗 하트웰 외 편집)
홍인수 옮김
행복한 책읽기, 2008

★★★

하드SF 문예부흥으로의 초대
과학적 논리의 정합성을 중시하는 하드SF의 두 번째-혹은 세 번째 부흥기로 이야기되는 근래 영미 SF의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편집. 시공사의 21세기SF도서관이나 황금가지의 오늘의SF걸작선 등을 통해 짚어보자면 이 계열의 SF들은 사실 고전 하드SF에서처럼 과학적 논리/지식의 정합성보다는 최신 과학 이론에서 비롯된 비전을 스페이스오페라의 상상력과 결합시키는 쪽이 아닌가 싶지만, 뭐, 요즘의 잡종 메탈들도 하드록/헤비메탈의 후예라면, 그런 의미에서 하드SF 계열로 봐줄 수도 있지 않겠나 싶다.

개별 수록작 단평은 아래에 :

화성의 공주

2008. 8. 18. 13:16 posted by zelaznied


에드거 라이스 버로우즈 지음
최세민 옮김
기적의책 , 2008

★★

완역으로 돌아왔다. 별 건 없지만.
고전이라기엔 초기 전형인 스페이스오페라. 그래도 나는 전설이다! 라고 외칠 수 있는 작품은 몇 되지 않는데, 이 작품은 능히 그럴 수 있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남북 전쟁 직후 금광 캐러 서부로 떠난 남부 신사 존 카터는 유체 이탈로 뜬금없이 화성에 간다. 가서 혼자 킹왕짱 다 해먹고 거의 다 홀라당 벗은 쭉쭉빵빵 미스 화성도 하나 득템한다.
거부감 들 정도로 백인 판타지가 순진무구하게 펼쳐지는 작품. 그렇지만 눈 밝은 독자라면 이 작품이 열어젖힌 상상력의 문을 뒤늦게 밟고 나온 수많은 걸작들의 흔적을 숱하게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재미 ; 3
감동 ; 0
SF   ; 1.5

하느님 끌기

2007. 11. 27. 14:21 posted by zelaznied


제임스 모로 지음
김보영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07

★★★

신성모독을 통한 신성예찬
중반부까지는 그야말로 불경할 정도로 재치 넘치고 예리하고 날카롭다. 3km짜리 하느님의 시신이 바다 한 가운데에 떨어지고, 죽어가는 천사들이 바티칸을 방문해 하느님의 장례식을 부탁한다. 하지만 바티칸은 하느님의 시체를 북극에다 끌어다놓고 뇌세포를 보존하려고 하며, 초대형 기름유출 사고를 친 전직 유조선 선장에게 그 임무를 맡긴다. 하지만 우연히 이 사실을 알게된 무신론자들은 어떻게든 유신론의 결정적 증거인 이 시체를 없애버리려고 하고, 예인선 승무원들은 신이 죽었다는 사실 앞에서 아노미 상태에 빠져 발광하기 시작하는데...
말 그대로 카니발을 방불케하는 중반부의 혼란상까지는 멋졌지만 뜬금없이 범생스러운 결말을 제시해서 김빠지게 한다. 하지만 계속 강조하지만 중반부까지의 불경스런 블랙 유머는 후반부의 헐리우드식 보수적 감동주의의 닭살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일독, 재독할 재미가 있다.

재미 ; 4
감동 ; 2
SF   ; 1

환영의도시

2005. 6. 29. 17:39 posted by zelaznied
 
 


어슐러 르귄 지음

이수현 옮김

황금가지, 2005

 

 

르귄, 노자, 아시모프, 그리고 다시 르귄.

연맹 이 적 -싱 -의 공격으로 사실상 와해되어 버린 시기의 지구. 사람들은 싱 에 대한 저항을 포기하고, 고립과 반문명 속에서 삶을 이어나간다. 이 때 숲 속 저택에서 발견된 괴상한 눈의 인간 팔크는, 자신의 기억을 지워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싱 들의 도시를 향해, 기억을 되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고..

노자의 도덕경 몇 구절이 본문 곳곳에서 울려퍼지는 가운데, 르귄은 파우데이션 시리즈 후반부를 연상시키는 설정 속에서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으려는 한 사내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이것은 결국 타로 카드에서 말하는 fool 카드의 여정이며, 한 영혼이 무지 속에 깨어나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왜 도덕경? 왜 노자?

...르귄은 연맹 전체를 와해시킨 거짓의 세력, 싱 의 힘에 대항하는 팔크의 모습에서 강하고 거대한 것을 제압하는 여리고 작은 존재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재미 ; 4

감동 ; 3

SF   ; 4

 

키워드 - 외계인 / 초능력 /

화씨451

2004. 7. 22. 20:34 posted by zelaznied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박상준 옮김

시공사 2001 (성무 출판사에서 92년에 나왔으나 좀 뒷얘기가 있는 책임)

 

★★★★

 

브래드버리 특유의 감성적인 디스토피아물

키치로 폄하되기도 하지만, 브래드버리는 누가 뭐래도 나날이 천박의 한계를 갱신해가는 현대 미치광이 사회에서 여전히 추구해야할 어떤 가치를 지켜내려는 최후의 수호자들 중의 하나가 아닐까. 그런 브래드버리의 시선이 그만의 감성적이고 시적인 언어와 만난 디스토피아 수작. 화재가 완벽하게 예방되는 미래 사회, 이 시대에는 소방수 대신 불을 지르고 다니는 방화수들이 있다. 일종의 하향 평준화로 통합된 사회의 유대를 깨뜨릴 엘리트주의를 박멸하고자 하는 방화수들은 책을 읽는 사람들, 책을 숨기는 사람들을 사정없이 불살라버리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데...

전통적 가치의 옹호 역시 세상의 다른 사상, 주의, 풍조들과 마찬가지로 양면성을 갖는다. 독자 나름의 판단, 혹은 내내 비판적 시선의 유지가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브래드버리의 산문은 어쨌거나 그 자체로 빛을 발한다.

 

재미 ; 4

감동 ; 4

SF   ; 4

 

키워드 - 디스토피아 /

하늘의터널

2004. 7. 22. 20:30 posted by zelaznied

 

로버트 하인라인 지음

신영희 옮김

한뜻 1995

 

 

소년이여 폭탄이 되어라

한뜻에서 나온 하인라인의 청소년용 SF 3편 중 최악. -_-;; 외계 행성을 배경으로 서부 시대적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는, 거의 무늬만 SF라고 할 수 있겠다. _-_

 

재미 ; 2

감동 ; 1

SF   ; 1.5

 

키워드 - 웜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