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만화

2006. 5. 16. 16:46 posted by zelaznied

 

이탈로 칼비노 지음

김운찬 옮김

열린책들, 2006 (94년에 코스미코미케 라는 제목으로 기출간)

 

★★★★★

 

우주 만화 우주 동화 우주 우화

크프우프크라는, 동일한 기호로 표상되는 서로 다른-우주의 시초부터 끝까지 다면적으로 변환하는-인물의 각기 다른 짤막한 이야기들은 모두 일정한 과학적 사실 혹은 가설의 짧은 인용 뒤 이 인용구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그야말로 환상적이고 환각적인 상상력의 나래를 활짝 펼쳐낸 다음, 천연덕스럽게도 다시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로 귀결시키는 일정한 형식을 유지한다. 하지만 일정한 형식적 틀 안에서 이탈로 칼비노의 상상력과 문장력은 그야말로 탄복하지 않을 수 없는데, 순문학과 장르 문학이 결국 궁극의 경지에 이르면 둘이 아님을 보여주는 좋은 예랄까.

비늘마다 달콤한 우유를 감춘 달이라든지, 고속소비시대의 지구 위로 떨어져내리는 부스러진 달, 헛간에 웅크리고 앉은 거대한 태양풍 아내, 뭍으로 나간 젊은 것들을 꾸짖는 늙은 폐어 할아버지 등등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하는 아기자기한 캐릭터들과 배경 사이로 로맨스와 철학, 위트와 해학과 음모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재미 ; 5

감동 ; 4

SF   ; 4

 

키워드 - 단편집 /

마술사가 너무 많다

2006. 1. 21. 13:06 posted by zelaznied


 

랜달 개릿 지음

김상훈 옮김

행복한 책읽기, 2005

 

★★★★

 

읽는 재미가 너무 많다

다아시 시리즈는 사실 플롯 자체만 놓고볼 때는 순수한 추리소설에 가깝고, SF적으로 언급할 수 있는 대체역사적 설정이나 자연과학을 치환한 마술과학은 양념에 불과할 뿐이 아닐까. (대개의 경우 실제 범행 수법 자체에는 마술이 개입하지 않으며, 범인 추적 과정에 사용되는 마술도 대부분 현실 속의 과학으로 치환 가능하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양념 맛으로 먹는 음식도 있는 법이니... 추리 소설의 하일라이트 중의 하일라이트라 할 수 있는 밀실 트릭과, 관련자 전체를 모아놓고 화려한 쇼를 통해 범인을 압박, 자백케하는, 탐정들의 로망인 피날레까지 추리 소설 본연의 재미도 재미이지만, 아무래도 앞의 중단편들을 통해서 쌓아올린 캐릭터들과 세계관의 개성있는 매력이 정말로 감칠맛 난다. 해설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군데군데 숨어있는 작가의 위트 역시 읽는 재미를 더하고.

 

(...)그 사악한 마술사는 자기 자신의 양심에 의해 단죄되었고, 그가 그런 행위를 하게 된 동기와 사유에관해 정말로 이해하고 동정할 수 있는 진정한 동료로 이루어진 마술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그 결과 그의 탤런트는...
...제거되었다.
...말소되었다.
...파괴되었다.


재미 ; 4

감동 ; 2

SF   ; 3

 

키워드 - 추리 / 마법 / 대체역사 /

대리전

2006. 1. 12. 14:01 posted by zelaznied


 

듀나 지음

김수진 그림

이가서, 2006

 

★★★★

 

듀나, 세상을 긍정하다

그동안 cool을 넘어서 cold에 가까운, 인간-특히 한국인과 한국 사회-의 천박함과 편협함과 유치함을, 그 모든 것의 근원이라할 무지와 저질스런 감정을 맹공격하던, 냉혹한 이성주의의 화신이라 할만하던 듀나가-듀나의 주인공이 드디어 방관자적 거리를 버리고 유치찬란한 우리네 삶 속으로 뛰어들었다. 표제작을 비롯, 기발표된 작품이 3편이나 되지만, 각각 상당 부분 달라졌다는 점에서 이미 봤던 작품이라도 꼭 다시 읽어봐야 한다. 중편 분량의 표제작 대리전 외 3편의 소품 수록.

 

재미 ; 4

감동 ; 4

SF   ; 4

 

키워드 - 단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