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로 칼비노 지음
김운찬 옮김
열린책들, 2006 (94년에 코스미코미케 라는 제목으로 기출간)
★★★★★
우주 만화 우주 동화 우주 우화
크프우프크라는, 동일한 기호로 표상되는 서로 다른-우주의 시초부터 끝까지 다면적으로 변환하는-인물의 각기 다른 짤막한 이야기들은 모두 일정한 과학적 사실 혹은 가설의 짧은 인용 뒤 이 인용구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그야말로 환상적이고 환각적인 상상력의 나래를 활짝 펼쳐낸 다음, 천연덕스럽게도 다시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로 귀결시키는 일정한 형식을 유지한다. 하지만 일정한 형식적 틀 안에서 이탈로 칼비노의 상상력과 문장력은 그야말로 탄복하지 않을 수 없는데, 순문학과 장르 문학이 결국 궁극의 경지에 이르면 둘이 아님을 보여주는 좋은 예랄까.
비늘마다 달콤한 우유를 감춘 달이라든지, 고속소비시대의 지구 위로 떨어져내리는 부스러진 달, 헛간에 웅크리고 앉은 거대한 태양풍 아내, 뭍으로 나간 젊은 것들을 꾸짖는 늙은 폐어 할아버지 등등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하는 아기자기한 캐릭터들과 배경 사이로 로맨스와 철학, 위트와 해학과 음모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재미 ; 5
감동 ; 4
SF ; 4
키워드 - 단편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