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계절

2019. 9. 16. 19:19 posted by zelaznied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황금가지 2019.


★★★★


압도적인 사이언스 판타지

그러나, 인간을넘어서 나 타이거,타이거 (혹은 파괴된사나이 ), 이상한존 등이 SF인 한, 이 작품도 그냥 사이언스 판타지 같은 이름이 아니라, SF로 불러야 할 것이다. 지각을 움직일 수 있는 초능력을 지닌 사람들이 하필이면 지각이 불안정한 행성에 태어나 계급화되어 억압받고 도구로 이용만 당하는 세계에서, 체제의 모순을 온몸으로 겪고 마침내 세계를 부수는(변화가 아니라) 사람들이 나타난다...

세계 설정이 매우 장대하면서도 정교하고 독특하며,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잘 조형되어 있다. 문장도 무게중심이 잘 잡혀 있고... 완결된 이야기를 봐야 온전한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독립된 이야기로도 완성도가 훌륭하다. 이야기 구성 역시 다층적이고 입체적이며 정교하다. 초능력 역시, 작동 원리만 물리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을 뿐 작동 방식은 상당히 논리적이고 묘사도 디테일하다. 특히나 주변의 열을 흡수해 지각을 움직이는 능력을, 사용하는 상황에서 등장인물의 심리를 드러내는 데에까지 사용하는 치밀한 서술은 정말... 근래 국내에도 종종 소개되고 있는 최신 SF/판타지들이 상상력을 끌고나가는 힘이나 문장을 다져나가는 힘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는 경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독보적이다.


재미: 4

감동: 4

SF :  4

끝없는 시간의 흐름 끝에서

2018. 10. 31. 13:47 posted by zelaznied

고마츠 사쿄 지음 
이동진옮김 
폴라북스, 2012

★★☆

지루할 정도로 장대한 시간이동물

오파츠 등 일본 SF에 대한 편견을 강화해주는 비SF적 소도구로 시작해서, 인류의 미래를 두고 벌이는 집단 사이의 암투를 장대한 스케일로 그려내고 있는데, 중반 쯤 읽다보면 인류의 미래야 어찌되든 좋으니 누가 누군지나 알았으면 좋겠고, 어서 끝이나 나버려라, 하는 심정이 된다. 퍼즐을 좋아하는 일본 대중문화의 특성 때문일까, 정교한 느낌은 들지만 무엇을 위한 정교함인지는 모호하다.

재미: 3
감동: 2
SF  : 3


세븐 이브스

2018. 10. 26. 15:33 posted by zelaznied

  


닐 스티븐슨 지음

성귀수, 송경아 옮김

북레시피, 2018.


★★★☆


SF의 단단한 맛


스노크래시 와 다이아몬드시대 로 닐 스티븐슨을 단순히 사이버펑크 작가로 기억하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당혹스러운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1권은 내내, 달이 부서진 뒤 느리지만 확실하게 다가올 파국을 대비하는 내용만이, 서사보다는 설명 위주로 진행되어 나가기 때문에 SF 혹은 소설을 읽는 재미가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꾹 참고 2권 중간까지 읽어나가면 마침내 달의 파편 세례를 받고 불타오르는 지구의 종말이 근사하고, 생존자들의 우주정거장에서 필요한 물과 질량을 혜성을 끌어온 자원자들의 난파기도 기괴하니 읽을 만하다. 후반의 파국은 너무 급하게 몰아쓴 느낌이지만, 어쨌거나 7명의 여성들로부터 30억 명의 후손이 늘어난 5000년 뒤의 지구에서 시작되는 3권에서는 지금까지의 아쉬움을 모두 떨쳐버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SF적인 재미만으로 몰아쳐나간다. 믿어보시라. 3권을 읽기 위해서는 1권과 2권도 충분히 읽을 만하다.


재미 : 4 (3권 기준)

감동 : 4 (3권 기준)

SF  : 4 (2,3권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