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빌로 스테이션

2018. 9. 28. 23:23 posted by zelaznied
 

C. J. 체리 지음
최용준 옮김
열린책들, 2018


★★★★


영원히 낡지 않을 걸작 하드 스페이스오페라

스페이스오페라라는 분류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SF 백과사전의 스페이스오페라 항목에는 대표작 중 하나로 나와 있지만ㅡ(위키피디아에서는 밀리터리 SF로 부르고 있는데 이쪽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스페이스오페라 팬이나 밀리터리 SF 독자들이 각각 기대하고 읽었다가는 실망하지 않을까. 이 작품의 즉각적으로는 와닿지 않는ㅡ하지만 결국엔 확실하게 드러나는 매력의 핵심은 다른 어딘가에 가 있다. 거의 비슷한 시기의 스타타이드라이징 이 서브장르의 근원적인 재미인 모험물로서의 재미를 현대적으로 살려냈다면 다운빌로스테이션 은 서브장르를 소재로 현대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냈달까. 집단과 집단 사이의 냉혹한 이해타산을 바탕으로 다양한 인간군상을 초연한 태도로 그려나가는 솜씨가 뛰어나다. 재미가 없어서 설렁설렁 읽다 중요한 세계 설정 몇을 놓치기 쉬운 프롤로그를 지나면 컴퍼니의 전함 <노르웨이>가 다운빌로 스테이션에 난민선을 부려놓는 도입부의 묘사와 진행이 특히 압도적이다.


재미 : 4

감동 : 3

SF  :  4

신의 망치

2018. 9. 28. 13:50 posted by zelaznied

아서 클라크 지음
고호관 옮김
아작, 2018


지구 종말에 관한 유쾌한 하드 SF 고전

아서 클라크가 마지막으로 단독 집필한지 25년이 지난 뒤에야 국내에 출간된 이 책은, 공교롭게도 20여 년 뒤에 나온 비슷한 소재의 소설과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었는데, 덕분에 대비를 통해서 오히려 아서 클라크만의 매력이 더 강조되지 않았나 싶다.
아서 클라크의 매력 : 모든 등장인물들은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며ㅡ심지어 광신도들마저 그렇다ㅡ자신과 주변 상황을 심리적 거리감을 두고 조용히 관조한다. 명상에 가까운 관조다. 물론 수식처럼 아름다운 우주에도 우연과 실수와 돌발 사태는 있지만, 그것은 명상 속에 작은 미소를 더할 뿐이다.
천문학적 거리와 우주적 시간 속에서 제국처럼 느리게 다가오는 파국을 막으려 미약하지만 꿋꿋하게 전진하는 견인선 골리앗 호의 항해는 마치 비글호의 항해처럼 여유롭고 위트있으며, 삶의 순간순간 우주가 주는 신비에 열린 시야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재미 : 4
감동 : 4
SF   : 5


2016. 7. 24. 09:11 posted by zelaznied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비채, 2016


★★★★


19세기 미국 남부로 타임슬립하는 흑인 여성 이야기

그렇다. 요즘에는 SF에서보다는 판타지 등에서 더 많이 쓰이는 타임슬립이 소재인 작품이다. 미래로 가는 것도 아니고 과거로 가기 때문에(가서도 과학 지식이나 기술을 활용하는 면은 하나도 없어서) SF적인 외양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판타지와 역사 소설, 혹은 고딕 소설의 연장선 상에 더 가까이 놓여 있을 작품이다. 하지만, 19세기 미국 남부에서 흑인 노예들의 처지는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져서 마치 현재 같고, 여기에 떨어진 주인공들은 미래에서 온 시간여행자, 혹은 외계에서 온 방문자처럼 느껴진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현재의 문제를 전혀 새롭게, 이질적으로 인식하도록 한다는 점에서는 SF가 우리에게 주는 시야와 전망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재미 ; 4

감동 ; 4

SF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