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티움의첩자

2005. 7. 14. 11:34 posted by zelaznied


해리 터틀도브 지음

김상훈 옮김

행복한책읽기, 2005

 

★★★

 

007 in Byzantium

  딱 그렇다. 007 영화들만큼이나 첩보와 액션, 로맨스가 뒤범벅되어 일단은 재미를 만족시키며, 그렇지만 순진무구한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으로 인해 읽고난 뒷맛은 개운하지 않다.

  무하마드가 이슬람을 창시하지 않고 기독교로 전향해 일개;-) 성인이 되어버린 대체 역사를 배경으로, 이슬람 세력의 삭제된 공백 속에서 국가적 역량을 소진하지 않은 비잔틴 제국이 동서분열 이전 로마의 영광을 지속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제국 집무관 직속 첩보 요원 아르길로스는 제국의 안위를 위협하는 다양한 신기술들의 대두에 맞서 제국의 평화를 지켜내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라는 스토리는 솔직히 까놓고 얘기하자면 '...제국 집무관 직속 공작원 아르길로스는 제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다양한 신기술들의 대두에 맞서 제국주의적 평화를 지켜내기 위해 동분서주한다.'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대체 역사 속에서 화약과 인쇄술 등등 주요 발견들은 제국 외부에서 이루어지며, 주인공 아르길로스는 그러한 신기술을 약탈해오면서도 제국 외부를 야만인들의 세계로 폄하할 뿐이다. 야만 대 문명의 이분법적 대립항은 아르길로스에게 자신의 임무에 대한 반성이나 회의를 불가능하게 하며, 왜 제국이 유지되어야 하는지, 제국의 패권와 우위가 왜 지켜져야하는 지에 대한 질문이 애시당초 제기될 수 없게 한다.

  미국산 대중 문화를 무조건 미 제국주의와 연관지어 이야기하는 것도 개인적으로 신물나는 짓이라고 생각하지만, 꼭 미국과 연관지어서가 아니라, 인류가 아직까지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패권주의적, 제국주의적, 결국은 이기주의적이고 비인간적인 생각의 틀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두 번째 에피소드만큼은 굉장히 감명깊었다. 상당히 부정적인 언급으로 일관하는 이 리뷰는 어쩌면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의 감동을 철저하게 짓밟은 세 번째 에피소드 및 이후 에피소드들에 대한 반감에 기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재미 ; 4 (한 번 펴들면 중간에 덮을 수 없다)

감동 ; 3 (조금만 정치적으로 공정했더라도!)

SF   ; 4 (핵심은 대체 역사 속에서 대체된 과학 기술상의 발견들)

 

키워드 - 대체역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