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에 해당되는 글 11건

  1. 2018.09.28 신의 망치
  2. 2014.01.05 이 사람을 보라
  3. 2013.09.23 정거장 2
  4. 2009.09.06 히페리온 4
  5. 2009.05.07 므두셀라의 아이들 2
  6. 2007.12.08 플레바스를 생각하라
  7. 2007.11.27 나무 바다 건너기
  8. 2007.06.20 갈릴레오의 아이들
  9. 2007.05.11 쌀과 소금의 시대
  10. 2005.10.10 타이탄의미녀 3

신의 망치

2018. 9. 28. 13:50 posted by zelaznied

아서 클라크 지음
고호관 옮김
아작, 2018


지구 종말에 관한 유쾌한 하드 SF 고전

아서 클라크가 마지막으로 단독 집필한지 25년이 지난 뒤에야 국내에 출간된 이 책은, 공교롭게도 20여 년 뒤에 나온 비슷한 소재의 소설과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었는데, 덕분에 대비를 통해서 오히려 아서 클라크만의 매력이 더 강조되지 않았나 싶다.
아서 클라크의 매력 : 모든 등장인물들은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며ㅡ심지어 광신도들마저 그렇다ㅡ자신과 주변 상황을 심리적 거리감을 두고 조용히 관조한다. 명상에 가까운 관조다. 물론 수식처럼 아름다운 우주에도 우연과 실수와 돌발 사태는 있지만, 그것은 명상 속에 작은 미소를 더할 뿐이다.
천문학적 거리와 우주적 시간 속에서 제국처럼 느리게 다가오는 파국을 막으려 미약하지만 꿋꿋하게 전진하는 견인선 골리앗 호의 항해는 마치 비글호의 항해처럼 여유롭고 위트있으며, 삶의 순간순간 우주가 주는 신비에 열린 시야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재미 : 4
감동 : 4
SF   : 5


이 사람을 보라

2014. 1. 5. 09:26 posted by zelaznied


마이클 무어콕 지음

최용준 옮김

시공사, 2004



취향을 많이 탈, 뉴웨이브 종교 (SF)

SF적인 소재이자 소도구는 시간여행-타임머신이 유일하고, 소설의 초점은 가까운 미래의 (지금과 다를 바 없는) 현대 사회의 병폐 속에서 고통받던, 구세주 컴플렉스의 찌질한 주인공이 어떻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시간여행 정보 역설에 따라 (아직)이미 부여된(부여될) 길을 걷게 되었는가에 맞춰진다.

뉴웨이브 SF 답게 내적 독백과 의식의 흐름이 뒤엉킨 산만한 구성을 취하고 있고, 장르 SF로서 종교 SF나 시간여행 SF를 기대하는 독자들 뿐만 아니라 J. G. 발라드류의 화려한 이미지를 과시하는 뉴웨이브 SF를 기대하는 독자들의 예상마저도 뒤엎는, SF보다는 그냥 현대 소설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마 그런 점에서 뉴웨이브 SF들이 장르 안에서 욕 먹었고, 어쩌면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이 뉴웨이브 SF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종교의 현대적 의의에 관심이 있거나, 뉴웨이브 SF보다는 현대 소설에서 SF에 접근한 쪽(심지어 슬립 스트림 말고)에도 거부 반응 없는 독자들에게 강추. 그외에는 비추천.


재미 : 2

감동 : 3

SF   : 1.5


정거장

2013. 9. 23. 20:36 posted by zelaznied


클리퍼드 시맥 지음

안태민 옮김

불새, 2013



시대를 초월한 우아한 고전

남북전쟁에 참전했던 군인이 현재에도 여전히 살고 있다는 사실이 정부 기관에 포착된다. 산간 오지에서 은둔자처럼 살고 있는 그에게는 수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

전체적인 느낌은 아주 우아하고 고풍스럽다. 조용하고 정적이며 차분하다. 그러면서도 절절하고 가슴 속 깊이 사무치는 면이 많다. 실질적인 공간적 배경은 빅타임 에서처럼 미국 산골 오지의 숲과 오두막이 전부인데, 빅타임 과는 달리 각양각색의 외계인들이 쏟아지고 은하계 규모의 거대 문명이 흔들흔들거린다. SF의 가장 고전적 주제 중 하나인, "3차 대전의 위험과 인류의 어리석음"이 한정된 공간과 등장인물들만 가지고도 경탄하지 않을 수 없으리만치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재미 : 3

감동 : 4

SF   : 4

히페리온

2009. 9. 6. 09:03 posted by zelaznied

 

댄 시먼스 지음

최용준 옮김

열린책들, 2009

 

★★★★

 

스페이스오페라를 경배하라

하드SF를 추앙하는 진골 SF팬들에게 스페이스오페라란 묻어버리고 싶은 흑역사일지도 모르겠지만, 이제 국내에도 띄엄띄엄 들어오고 있는 최신 스페이스오페라들은 하드SF의 상상력과 사이버펑크의 감성, 뉴웨이브의 기법을 한데 아울러, SF의 참맛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만방에 고하고 있는 듯 하다. 외계 행성의 신흥 종교에 참례하는 순례자들이 제각기 펼쳐놓는 이야기 속에는 카톨릭 계열의 정통 종교SF, 엔더의게임 혹은 영원한전쟁 의 일부를 연상시키는 밀리터리SF, 젤라즈니류의 문학적SF, 감성적인 드라마SF, 사이버펑크가 하드보일드 느와르와 어떻게 닿아있었는지 보여주는 추리SF, 아서 클라크를 연상시키는 머나먼 외계 행성 바다의 노래까지 이 모든 것을 단돈 15,000원에! 지금 바로 구매하세... 스페이스오페라적인 우주관 아래에서 한데 끌어모아 녹여내어 SF의 본질을 추출해내는데 성공했다. 사제와 군인, 시인, 학자, 탐정, 외교관이 그들의 순례길에서 털어놓는 다채로운 SF적 감동을 지금, 맛보시라.

 

재미 ; 4

감동 ; 4

SF   ; 4

 

므두셀라의 아이들

2009. 5. 7. 01:57 posted by zelaznied



로버트 하인라인 지음
김창규 옮김
오멜라스, 2009

★★☆

계산자와 함께 하는 고색창연한 우주여행

빅 쓰리를 학자연 순으로 분류하자면 아시모프가 첫째, 아서 클라크가 둘째, 하인라인은 마지막이 될 게다. 하인라인은 그야말로 철저하게 공돌틱하달까. 개인적으론 우주선 궤도 계산을 계산자로 하는 부분에서 뒤집어졌다. 아아, 영원히 빛날 하인라인표 아날로그 감성이여!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지구 위에서 보통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이 겪는 수난 속에서 하인라인 특유의 실용적인 주인공이 어떻게 그 난관을 헤쳐나가는가와, 우주로 나간 소수자들이 외계 행성들에서 어떤 모험을 겪어나가는가. 하인라인은 나름대로 기술자적 상상력을 발휘해서 항성간 여행을 가능하게 하고 있지만, 2010년이 가까워지는 지금 보자면 소설 속 과학적 기술적 설정들은 너무 허황되게 순진무구하며,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 역시 너무 단순하고 편협하고, 다만 하인라인 특유의 입담과 등장 인물 조형, 그리고 우주 시대의 열정 혹은 고전적 스페이스오페라의 꿈이 채 식지 않았던 시대의 순진무구한 상상력이 그나마 보는 재미를 지켜준다.

 

재미 ; 3

감동 ; 2

SF   ; 3

 

플레바스를 생각하라

2007. 12. 8. 15:08 posted by zelaznied


이언 뱅크스 지음
김민혜 옮김
열린책들, 2007

★★★★★

플레바스를생각하라 를 독서하라
최고급 스페이스오페라. 익사 직전에서 출발하는 서두부터 장장 300페이지까지 주인공은 쉴새없이 우주와 외계 행성들 사이를 누비며 장쾌한 우주활극을 펼친다. 레리 니븐의 링월드 를 과격하게 박살내버리는 작가의 장대한 세계 설정은 촘촘하고 섬세한 서술과 묘사로 묵직하게 채워져 있고, 카니발리즘적 신흥 종교, 목숨을 건 텔레파시 도박, 대상을 그대로 복제할 수 있는 첩보원, 은하 전쟁의 승패를 가를 신형 인공지능, 인공지능과 융합한 유토피아, 광신적인 전투 종족.. 이 모든 것을 숨막힐 듯한 스피드로 휘몰아쳐 결말로 때려박아버리는 작가의 필력은 경이롭다. (후반부에 잠깐 처지기는 함. -_-;; )

재미 ; 4
감동 ; 4
SF   ; 5

나무 바다 건너기

2007. 11. 27. 14:24 posted by zelaznied


조너선 캐럴 지음
최내현 옮김
북스피어, 2007

★★★

때론 어른들도 성장을 한다
외계인, 시간여행, 도플갱어 같은 전통적인 SF 소도구들이 인생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 속에 기상천외하게 등장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장르의 안팎을 가르는 경계선 위에서 외줄타기하는, 조너선 캐럴의 기묘한 소설.

재미 ; 3.5
감동 ; 4
SF   ; 2.5

갈릴레오의 아이들

2007. 6. 20. 13:35 posted by zelaznied

그렉 이건 외 지음 (가드너 도조와 편집)
김명남 외 옮김
시공사, 2007

★★★★

고전과 신고전의 향취가 풍요로운 주제별 선집
가장 큰 장점은 애드거 팽본 같은, 서구에서도 잊혀진 거장부터 아서 클라크로 대표되는 고전, 조지RR마틴이나 르귄 등의 60, 70년대의 신고전을 거쳐 그렉 이건 같은 최신에 이르기까지, 통시적 흐름 속에서 종교와 과학이라는 단일한 주제를 가진 수작들을 그야말로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특히나 50, 60년대 특유의 향취를 지닌 작품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는 건 예의 도솔 SF걸작선 시절의 팬들이라면 흐뭇하지 않을 수 없을 거 같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작품은 십자가와용의길 이란 피속에새긴글 .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서양 특유의, 과학과 종교의 극단적-혹은 평면적 대립을 다룬 작품이 좀 있고, 기번역작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 것.

재미 ; 4
감동 ; 4
SF   ; 5

쌀과 소금의 시대

2007. 5. 11. 09:12 posted by zelaznied

 

킴 스탠리 로빈슨 지음

박종윤 옮김

열림원, 2007

 

★★★★

 

흑사병이 서양을 말끔하게 지운 뒤의 대체 역사

대부분의 대체역사물이 역사가 대체된 세계를 공시적 횡단면으로 그려냈다면, 이 '대하'대체역사소설은 대체된 역사가 발전해나가는 과정으로 통시적 종단면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수많은 주인공들이 필요한 바, 작가는 기발하게도 동양의 윤회설을 도입해 세 명의 주요 캐릭터들이 수많은 삶을 되풀이함으로써 인류 전체의 삶이 질곡을 거쳐 깨달음의 발견, 발전과 성숙에 이르는 과정을 장대하게 풀어냈다. 때문에 서양을 지운다는 거대한 발상의 전환은, 거시사의 스펙터클 대신 미시사의 세밀하지만 단편적인 편린들로 나타난다.

종교와 기술, 정치와 사상, 문화에 대한 저자의 깊고 폭넓은 이해가 수렴 표출되는 후반부의 감동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 다만 아시아의 문물을 영어로 수용 표현한 원문을 다시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번역상의 어색함은 감수해야 할듯.

 

재미 ; 3.5

감동 ; 4.5

SF   ; 3.5

타이탄의미녀

2005. 10. 10. 13:05 posted by zelaznied


커트 보네거트 지음

이강훈 옮김

금문, 2003 (개인적으로는 94년 새와물고기 출판사에서 나온, 저위의누군가가날좋아하나봐 를 더 좋아한다)

 

★★★★★

 

다크사이드 오브 더글라스 아담스

말 그대로 그렇다. 더글라스 아담스의 은하수를여행하는히치하이커들을위한안내서 의 유머가 블랙 커피라면 이 책의 유머는 그야말로 에스프레소. 우주와 인생, 그 안의 모든 것을 철저하게 조롱하고 비웃고 희화화한다. (사실 히치하이커.. 의 유머를 이야기할 때 보네거트가 원용되는게 정순이긴 하지만;; )

그렇지만, 내행성에서 타이탄에 이르기까지 태양계 전체를 종횡무진하는 주인공의 여정이 끝나갈 즈음에는, 거대하고 악의투성이의 농담 같은 운명 앞에 선 나약한 인간 존재의 모습을, 연민과 공감 없이 바라보기 힘들어진다.

 

재미 ; 5

감동 ; 5

SF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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