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20.11.08 검은 미래의 달까지 얼마나 걸릴까?
  2. 2007.12.08 플레바스를 생각하라
  3. 2005.09.14 에코토피아
  4. 2005.01.21 여자만의나라
  5. 2004.09.30 키리냐가 1, 2
  6. 2004.07.22 최후의인간

검은 미래의 달까지 얼마나 걸릴까?

2020. 11. 8. 12:03 posted by zelaznied

N.K.제미신 지음
이나경 옮김
황금가지, 2020.07.

★★★★

SF와 판타지의 영역은 끊임없이 갱신 확장된다고 이야기하는 단편집
부서진대지 3부작 중 국내에 출간된 2권을 이미 읽었다면 제미신의 창작 경향은 대충 파악되었을 테고, 그렇다면 이 단편집은 그러한 경향, 방향성에서 얼마나 다채로운 이야기가 가능한지 보여주는 풍요로운 성찬이 될 것이다. 지질학에 기반한 탄탄한 SF에서 결국 판타지로 나아가던 부서진대지 1,2부에서처럼 SF보다는 판타지적 경향들이 더 짙지만, 양자의 구별이 무색해진 작금의 추세 속에서는 큰 흠은 되지 않는다. 류츠신-켄 리우-이윤하 등의 동아시아 SF와 함께 버틀러-제미신의 아프리칸 SF 또한 얼마나 SF/판타지의 경계를 확장하고 다양성을 공급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롭다.

수록작들: 

남아서 싸우는 사람들 ★★★☆
오멜라스에 대해 어둡게 빛나는 거울상.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 개인의 양심을 이야기하는 오멜라스를떠나는사람들 이 다소 갑갑하게 느껴졌다면 제미신의 단편에서는 좀더 숨이 트일지도 모르겠다. 혹은 오히려 더...

위대한 도시의 탄생 ★★
예술과 근대, 도시에 대한 어반 판타지. 자체적인 완결성이 부족해 보여 아쉽다.

붉은 흙의 마녀 ★★★★★
최상급의 단편 환상소설. 주제나 구성이나 문장이나 모자란 구석이 하나도 없다. 이 한 편만으로도 단편집 전체를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연금술사 ★★★★
마찬가지로 뛰어난 환상소설. 요리와 주술과 마법 사이에 누구나 납득할 공통점에 기반한 상상력과 서술이 백미이고, 마지막 장면은 르귄의 파리의4월 이 떠오르기도 한다.

폐수엔진 ★★★★
매력적인 대안적 스팀 펑크. 단편이지만 중편 SF에 필적하는 재미와 밀도를 보여준다.

용구름이 뜬 하늘 ★★★
르귄 느낌의 단편. 대개는 키리냐가 를 떠올릴지도 모르겠지만..

트로이 소녀 ★★★☆
웹 2.0... 혹은 모바일 웹 시대의 포스트 사이버펑크. 어플리케이션 소녀는 무슨 꿈을 꿀까?

졸업생 대표 ★★★
포스트 휴머니즘 시대의 디스토피아물. 

이야기꾼 대리인 ★★☆
풍자적이고 오싹한 메르헨 호러 판타지.

천국의 신부들 ★★★☆
에일리언 혹은 블러드차일드 , 첫번째접촉 이야기에서 재생산을 다룬 것이 드물지는 않겠지만 이슬람 전승을 통해서 새롭게 다듬어 낸 점은 꽤 흥미롭다.

평가자들 ★★☆
다소 늘어지고 산만한, 옥타비아 버틀러도 연상되는, 호러 SF 단편.

깨어서 걷기 ★★★
다시 블러드차일드 와, 하인라인의 퍼펫마스터 . (더하기 불사주식회사 ?) 결론은 약간 비약처럼 느껴졌지만, 나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댄서 ★★★
이슬람이라고 하기도 지치고 기독교든 유교든 그저 원리주의 가부장적 어떤 종교든지 빠져들 수 있는 디스토피아물.. 여러 모로 많은 층위로 읽힐 수 있는, 그러나 별로 두껍지 않은 엽편. 두껍지 않은데 여러 층위로 읽을 수 있게 하는 현실이 너무 혐오스럽다.

퀴진 드 메므아 ★★★★★
추억은 결코 시각적이지 않다. 가장 직접적인 것은 후각이고, 미각도 또한 거의 마찬가지로 그럴 것이다. (그래, 프루스트.) 결코 추억이라 부를 수 없는, '가슴이 꽉 메어' 오게 하고,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이게 하고,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럽도록 하는 그런 기억들, 지나간 시절의 아물지 않은 우리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인한 상처들을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그에 대한 우아하면서도 절절한 답변.

스톤헝거 ★★
부서진대지 시리즈를 읽지 않았다면 어리둥절해질, 비자립적인 단편.

렉스강가에서 ★★★
유니콘변주곡 이 살짝 떠올랐는데, 매력적인, 나른한 판타지.

수면 마법사 ★★★★
이집트 제국 마법 판타지. 제미신은 손 대는 것마다 서브 장르를 만들어내는 걸까? 아니면 제미신의 작품 세계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신조어들이, 새로운 표딱지들이 필요한 걸까? 다소 예술주의적이지만 흥미로운 단편.

헤노시스 ★★
예술과 불멸에 대한 산만한 엽편. 

너무 많은 어제들, 충분치 못한 내일들 ★★★
반복되는 시간이란 흔한 소재인데 인터넷 네트워크와 인간 관계에 대한 고찰로 연결시킨 점은 좋았다.

유트레인

비제로 확률 ★★★
머피의 법칙을 가장 잘 소설화한 단편이랄까. 일회성의 예측불가능한 삶에 대한 가장 정직하고 솔직한 신나는 단편 환상소설.

잔잔한 물 아래 도시의 죄인들, 성자들, 용들 그리고 혼령들 ★★★★
담담한 만큼 더 절절한 단편 환상소설.


플레바스를 생각하라

2007. 12. 8. 15:08 posted by zelaznied


이언 뱅크스 지음
김민혜 옮김
열린책들, 2007

★★★★★

플레바스를생각하라 를 독서하라
최고급 스페이스오페라. 익사 직전에서 출발하는 서두부터 장장 300페이지까지 주인공은 쉴새없이 우주와 외계 행성들 사이를 누비며 장쾌한 우주활극을 펼친다. 레리 니븐의 링월드 를 과격하게 박살내버리는 작가의 장대한 세계 설정은 촘촘하고 섬세한 서술과 묘사로 묵직하게 채워져 있고, 카니발리즘적 신흥 종교, 목숨을 건 텔레파시 도박, 대상을 그대로 복제할 수 있는 첩보원, 은하 전쟁의 승패를 가를 신형 인공지능, 인공지능과 융합한 유토피아, 광신적인 전투 종족.. 이 모든 것을 숨막힐 듯한 스피드로 휘몰아쳐 결말로 때려박아버리는 작가의 필력은 경이롭다. (후반부에 잠깐 처지기는 함. -_-;; )

재미 ; 4
감동 ; 4
SF   ; 5

에코토피아

2005. 9. 14. 13:38 posted by zelaznied


어니스트 칼렌바크 지음

                          옮김

정신세계사,

 

★★★ 1/2

 

오래될 미래

에코피아는 21세기의 어느 무렵, 캘리포니아 주 북부를 포함한 일부 지역이 미연방으로부터 탈퇴하여 독립한 국가의 이름이다. 그들의 연방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이유는 인간과 환경이 완벽하게 조화된 상태학적 이상향을 창조하기 위해서였다. 미국과 적대관계 속에서 20년 가까이 고립정책을 고집해온 이 나라가 마침내 뉴욕의 신문 기자 윌이엄 웨스턴을 최초의 손님으로 받아들인다. 작은 녹지공원들로 뒤덮인 미니 도시들, 여성이 지배하는 집권당인 '생존당'의 철두철미하고 급진적인 환경정책, 자연으로 환원될 수 없는 어떠한 물건도 만들어내지 않는 산업, 완전히 새로운 가치관에 의해 영위되는 자유로운 성(性) - 의혹과 갈등 속에서 웨스턴은 차츰 신세계의 참모습에 눈뜨게 된다.

 

..는 것이 출판사 홈페이지의 옮긴이의 말 일부.

 

그러니까 환경 문제는, 결국 우리의 삶과 존재 모두와 전면적으로 연관된 문제인 거다. 유토피아라는 고전적 주제를 환경 문제라는 근래의 주제 의식으로 변주해낸 이 소설은, 환경주의가 순수함을 의심받는-혹은 검증받는-2000년대에도 여전히 곰곰히 생각해볼거리들을 던져주고 있다.

 

재미 ; 3

감동 ; 3

SF   ; 2.5 (과학적이라기보다는 사회학적 상상력)

 

키워드 - 유토피아 / 환경문제 /

여자만의나라

2005. 1. 21. 11:18 posted by zelaznied
 
 


샬롯 퍼킨스 길먼 지음

손영미 옮김

한국문화사 2002 (도서출판 지호에서 95년에도 이미 출간)

 

 

페미니즘 유토피아의 고전

세 사람의 총각 탐험가들이 여자들만 사는 나라가 있다는 생각에 가슴 설레며 온갖 같잖은 몽상과 함께 찾은 곳은 바로 HerLand. 그러나 이곳은 남성 특유의 경쟁과 지배의 논리가 모두 사라지고 우애와 협력만이 남아 아름답고 우아하게 유토피아를 구현하고 있는 곳. 세 총각은 어설프게 욕정에 눈이 멀어 총 들고 잠시 설치다 부드럽고 평화적이지만 단호한 보호 아래 놓이게 된다.

유토피아 소설은 문학이 정치 사상과 만나는 가장 근접점에 놓이는 소설일 것이다. 이 소설에서 다루는 정치 사상은 일종의 페미니즘적 아니키즘이랄까. 실제로도 여성의 자의식을 인정하지 않는 시대에 태어나 힘겨운 삶을 고통스럽지만 당당하게 살아냈던 저자는 격하거나 흥분된 목소리가 아닌 조용하고 위트있는 어조로 여성성 속에서 건설될 수 있는 이상적인 삶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타인을 경쟁과 지배의 대상으로만 보는 남성들의 시각이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세계를 얼마나 병들게 해놓았는지, 다른 시선으로 타인을 바라보고 함께 세상을 만들어나갈 때 우리는 어떤 삶을 살 수 있을 것인지 상당히 설득력있게 그리고 있다.

...라고, 칭찬만 하고 끝내고 싶은데, 솔직히, 여자들만의 나라가 성립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문제를 단순히 알 수 없는 기적에 의한 처녀 생식이라는 개연성 부족한 요소로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점에선 SF팬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할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냥 판타지로 보자구요. ;;

 

재미 ; 3

감동 ; 3

SF   ; 2

 

키워드 - 유토피아 / 여성주의 /

키리냐가 1, 2

2004. 9. 30. 08:17 posted by zelaznied

 

마이클 레스닉 지음

최용준 옮김

열린책들, 2000

 

★★★

 

아프리카풍의 유토피아-디스토피아 SF

키리냐가는 아프리카 케냐의 원주민 키쿠유 족을 위해 개발된 태양계의 소행성의 이름. 서구 문명으로 인해 전통 문화가 말살될 위기에 처한 키쿠유 족 중 서구 문물에 혼을 팔지 않은 몇몇 문화적 생존자들이 자신들의 전통을 이어나가고자 소행성으로 이주한다. 외국 유학을 통해 서구 문명의 해악을 간파하고 고대의 지혜를 계승한 주술사 문두무구와, 여러 추장들의 지도 아래 이들은 신세계에서 자신들의 유토피아를 이루고자 하지만...

진부한 이야기지만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는 동전의 양 면이다. 유토피아라는 말 자체의 어원이 가리키듯 인간들이 추구하는 이상적 세계는 어디에도 있을 수 없으며, 만일 현실-실재의 영역으로 끌어내려진다면 결국 디스토피아로 변질될 뿐. 문화적 제국주의 혹은 식민 이론을 배경으로 한 듯한 이 소설 역시 유토피아의 그러한 운명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우화일 뿐이며, 주인공 격의 코리바 혹은 그에 대항하는 여러 인물들 개개인의 옳고 그름은 어차피 유토피아-디스토피아 안에서 부수적인 문제일 뿐이다.

나름대로 진지하게 문제에 접근한 면은 인정하겠지만, 이런 소설이 결국 서구인의 손으로 쓰여졌다는 것 자체, 그에서 오는 여러 미세한 부분 부분들이, 문맥 속에서 혹은 다 읽고 난 뒤의 감상 속에서 불편하게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이 칭찬하는 SF이고, 객관적으로 그런 찬사에 대해서 인정은 하겠지만, 최소한 fool 은 그랬음. ;;

 

재미 ; 4

감동 ; 3.5

SF   ; 3

 

키워드 ; 유토피아 / 디스토피아 / 인공세계 / 신화

최후의인간

2004. 7. 22. 15:38 posted by zelaznied

 

아서 클라크 지음

전동민 옮김

모음사 1990          (근래에 시공사에서 유년기의끝 이라는 원제대로 출간했다.)

 

★★★★★

 

말이 필요없는 걸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