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에 해당되는 글 16건

  1. 2019.10.05 별의 계승자5: 미네르바의 임무
  2. 2018.10.31 끝없는 시간의 흐름 끝에서
  3. 2016.07.24
  4. 2014.01.05 이 사람을 보라
  5. 2013.09.23 빅 타임 1
  6. 2010.04.20 유빅
  7. 2009.09.06 이계의 집 2
  8. 2009.04.17 멸종
  9. 2007.11.27 나무 바다 건너기
  10. 2007.11.27 아누비스의 문

별의 계승자5: 미네르바의 임무

2019. 10. 5. 08:51 posted by zelaznied

제임스 호건 지음
최세진 옮김
아작, 2019.05.

★★★☆


길고 두꺼운 시리즈의 멋진 종착역


외계인의 기원을 밝히고, 살아있는 외계인들을 데려오고, 외계인들의 세계에서 사이버 우주를 발견하고, 매 시리즈마다 새로운 세계를 가져오던(혹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던) 헌트 박사가 이제 스스로에게 다중우주까지 가져온다.(혹은 다중우주까지 나아간다)

77년에 나온 1권은 인류의 전투적인 도전 정신을 예찬하고 별을 계승하겠다고 선언하더니 이듬해에 바싹 붙어서 나온 2권에서는 돌연, 그런 도전 정신이 창출된 경쟁 위주의 세계관을 친절한 거인들의 사회와 대비해서 회의한다. 지나치게 모험과 흥미 위주로 경도된 3권과 4권에서는 그런 진지한 테마는 잠시 뒤로 물러나더니 한참의 시간을 두고 나온, 타계하기 5년 전에 낸 마지막 장편에서는 3권 결말에서의 실마리를 바탕으로 다시 한 번 대테마로 돌아 오면서 한 점의 아쉬움도 남기지 않고 멋지게 끝맺는다.

생각해보면 3권이 제일 흥미 위주의 이야기로 시리즈의 격을 좀 떨어뜨렸고, 4권도 내부 우주에 대한 흥미로운 사변이 서구인의 제3세계에서의 모험담식의 플롯으로 잘 살아나지 못한 면이 많이 아쉬웠는데 5권은 다중우주에 대한 상당히 하드한 접근과, SF의 가장 굵은 줄기 중 하나인 사회학적 사변이 적절하게 곁들여져서 단권 SF로서도 완성도가 높게 느껴진다.


재미 : 4

감동 : 3

SF   : 4

끝없는 시간의 흐름 끝에서

2018. 10. 31. 13:47 posted by zelaznied

고마츠 사쿄 지음 
이동진옮김 
폴라북스, 2012

★★☆

지루할 정도로 장대한 시간이동물

오파츠 등 일본 SF에 대한 편견을 강화해주는 비SF적 소도구로 시작해서, 인류의 미래를 두고 벌이는 집단 사이의 암투를 장대한 스케일로 그려내고 있는데, 중반 쯤 읽다보면 인류의 미래야 어찌되든 좋으니 누가 누군지나 알았으면 좋겠고, 어서 끝이나 나버려라, 하는 심정이 된다. 퍼즐을 좋아하는 일본 대중문화의 특성 때문일까, 정교한 느낌은 들지만 무엇을 위한 정교함인지는 모호하다.

재미: 3
감동: 2
SF  : 3


2016. 7. 24. 09:11 posted by zelaznied


옥타비아 버틀러 지음

이수현 옮김

비채, 2016


★★★★


19세기 미국 남부로 타임슬립하는 흑인 여성 이야기

그렇다. 요즘에는 SF에서보다는 판타지 등에서 더 많이 쓰이는 타임슬립이 소재인 작품이다. 미래로 가는 것도 아니고 과거로 가기 때문에(가서도 과학 지식이나 기술을 활용하는 면은 하나도 없어서) SF적인 외양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판타지와 역사 소설, 혹은 고딕 소설의 연장선 상에 더 가까이 놓여 있을 작품이다. 하지만, 19세기 미국 남부에서 흑인 노예들의 처지는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져서 마치 현재 같고, 여기에 떨어진 주인공들은 미래에서 온 시간여행자, 혹은 외계에서 온 방문자처럼 느껴진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현재의 문제를 전혀 새롭게, 이질적으로 인식하도록 한다는 점에서는 SF가 우리에게 주는 시야와 전망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재미 ; 4

감동 ; 4

SF   ; 2



이 사람을 보라

2014. 1. 5. 09:26 posted by zelaznied


마이클 무어콕 지음

최용준 옮김

시공사, 2004



취향을 많이 탈, 뉴웨이브 종교 (SF)

SF적인 소재이자 소도구는 시간여행-타임머신이 유일하고, 소설의 초점은 가까운 미래의 (지금과 다를 바 없는) 현대 사회의 병폐 속에서 고통받던, 구세주 컴플렉스의 찌질한 주인공이 어떻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시간여행 정보 역설에 따라 (아직)이미 부여된(부여될) 길을 걷게 되었는가에 맞춰진다.

뉴웨이브 SF 답게 내적 독백과 의식의 흐름이 뒤엉킨 산만한 구성을 취하고 있고, 장르 SF로서 종교 SF나 시간여행 SF를 기대하는 독자들 뿐만 아니라 J. G. 발라드류의 화려한 이미지를 과시하는 뉴웨이브 SF를 기대하는 독자들의 예상마저도 뒤엎는, SF보다는 그냥 현대 소설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마 그런 점에서 뉴웨이브 SF들이 장르 안에서 욕 먹었고, 어쩌면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이 뉴웨이브 SF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종교의 현대적 의의에 관심이 있거나, 뉴웨이브 SF보다는 현대 소설에서 SF에 접근한 쪽(심지어 슬립 스트림 말고)에도 거부 반응 없는 독자들에게 강추. 그외에는 비추천.


재미 : 2

감동 : 3

SF   : 1.5


빅 타임

2013. 9. 23. 21:47 posted by zelaznied


프리츠 라이버 지음

안태민 옮김

불새, 2013



컴퓨터커넥션 만큼이나 정신 나간 SF

타임패트롤 을 연상시키는, 서로 다른 시간선을 가진 초월적인 집단 사이의 시간 변경 전쟁이 배경에 깔려있지만 실제 무대는 전장에서 멀리 떨어진 술집+의무실의 이상한 개념의 복합 휴양소가 전부. 등장인물들은, 죽기 일보 직전에 자기 시대로부터 영원히 잘려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다들 살짝 미친데다가 현실 감각이나 현실성을 송두리째 날려버린 것 같다. 정신 나간 인물들이 정신 나간 배경 위에서 정신 나간 사건들을 펼쳐놓는 것은 딱 알프레드 베스터의 컴퓨터커넥션 . 남자 주인공이나 (특히) 여자 주인공은 로버트 하인라인 표 같다.


재미 : 2

감동 : 1

SF   : 3

유빅

2010. 4. 20. 09:17 posted by zelaznied

 

필립 K. 딕 지음

한기찬 옮김

문학수첩, 2010

 

★★★☆

 

필립 딕의 세계에 오세요

초능력과 우주 여행, (일종의) 냉동인간이 뒤섞인 고전적 분위기의 SF로 시작하더니 중반 이후에서 딕은 무척이나 심술궂고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강박적이리만치 철저하게, 리얼리티를 부숴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절정에 이르러서는 돌연, 수줍고 나직한 목소리로, 우리가 사는 세계,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실재함은 어느 누구도 보증할 수 없으며, 그러나 우리는 이 세계를, 이 삶을 묵묵히, 참고 견뎌 살아나가야 한다고 속삭인다.

 

재미 ; 3

감동 ; 3.5

SF   ; 3.5

이계의 집

2009. 9. 6. 08:58 posted by zelaznied

 

윌리엄 호프 호지슨 지음

김상훈 옮김

행복한책읽기, 2009

 

★☆

 

러브크래프트, 스태플든, 그리고 호지슨

캠핑 온 두 젊은이가 외진 오지의 폐허만 남은 고택에서 낡은 옛 기록을 발견한다(이블데드러브크래프트). 기록에 의하면 이 폐허만 남은 고택은 외계에서 온 정체를 알 수 없는 태고의 힘에 의해(다시 러브크래프트) 시간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시간과 공간의 가장 변방에 속한 구조물이며, 기록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로부터의 침입자들(또 러브크래프트)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 속에서 또 뜬금없이 바깥-시간과 바깥 공간으로의 정신적이고 비물질적인 여행을 떠나며(뜬금없이 올라프 스태플든) 알 수 없는 로맨스 비스무레한 것에 빠지다가 기록을 끝내 마치지 못한다.

 

읽다보면 절로, 어쩌라고, 라는 탄식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그러나 고전. 고전苦戰할 수 밖에 없는 고전古典.

 

재미 ; 0.5

감동 ; 0.5

SF   ; 1.5

멸종

2009. 4. 17. 15:56 posted by zelaznied



로버트 J 소여 지음
김상훈 옮김
오멜라스, 2009

 

★★★

 

공룡, 시간여행, 그리고 외계인
균형을 잘 잡은 소설이다. 두 고생물학자가 햄버거 모양의 타임머신을 타고 실제 공룡 멸종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중생대의 끝으로 시간여행을 떠난 순간부터 소설의 상상력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며 SF의 여러 고전적인 모티프들을 새롭고 충격적으로 버무려 내는데, 이것을 간결하지만 잘 조형된 인물과, 일상적이지만 그만큼이나 절절한 주인공의 문제 의식이 잘 무게를 잡아주어, 너무 황당하지도, 너무 진지하지도, 다만 너무 재미있게 스토리가 풀려나갈 수 있도록 한다. 불필요하고 무의미해보이는 본문 내 일러스트 등 세부적인 편집이 아쉽지만, 상상력의 힘 자체만으로 단숨에 읽어내지 않고 못 견디게 만드는 유머 SF.

재미 ; 4
감동 ; 2.5
SF   ; 4

나무 바다 건너기

2007. 11. 27. 14:24 posted by zelaznied


조너선 캐럴 지음
최내현 옮김
북스피어, 2007

★★★

때론 어른들도 성장을 한다
외계인, 시간여행, 도플갱어 같은 전통적인 SF 소도구들이 인생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 속에 기상천외하게 등장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장르의 안팎을 가르는 경계선 위에서 외줄타기하는, 조너선 캐럴의 기묘한 소설.

재미 ; 3.5
감동 ; 4
SF   ; 2.5

아누비스의 문

2007. 11. 27. 14:22 posted by zelaznied
 

팀 파워즈 지음
이동현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07

★★★

영문학의 향취가 가득한 오컬트펑크
본좌급 스팀펑크라고 띠지에는 붙어있지만, 흔히 생각하는 스팀펑크는 아니고, 오컬트의 어법으로 쓴 시간여행물이라고 하는 게 정확할 거 같다. 혹은, 스팀펑크란 꼭 증기기관이 아니라 다른 무엇이든, SF를 현대 과학기술 이외의 어떠한 다른 어법으로 든 다시 쓴 이야기라고, 우리의 스팀펑크관을 수정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시간여행물답게 기본적으로 플롯은 복잡하고, 런던 뒷골목이 배경인 소설답게 분위기는 우중충하고 혼란스러우며, 이집트 오컬트에 기반을 둔 세부 묘사는 지극히 이국적이다. 불꺼진 인도 음식점에서 바퀴벌레 스파게티를 먹는 기분이랄까.

재미 ; 3
감동 ; 4
SF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