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09.10.07 올림포스
  2. 2009.10.07 라미아가 보고 있다
  3. 2008.12.13 별을 쫓는 자
  4. 2007.11.27 일리움
  5. 2005.04.25 내이름은콘래드
  6. 2004.09.30 키리냐가 1, 2

올림포스

2009. 10. 7. 20:57 posted by zelaznied

 

댄 시먼스 지음

김수연 옮김

베가북스, 2009

 

★★★

 

장대한 SF 서사시의 무리 없는 완결

중반까지는 뉴런에 과부하 걸리는 급진적인 양자 우주론과 아드레날린 넘쳐나는 스페이스오페라 액션 활극을 고풍스런 영문학의 바탕 위에서 잘 결합해 나가다가 후반부 들어서는 할리우드식 드라마로 연착륙한다. 잘 만들어진 미드를 본 느낌. 끊임없이 세익스피어와 호메로스를 호명했어도 결국 대중오락물에 머무르고 말았는데, 그렇다고 굳이 고급/저급의 도식을 가져다 댈 필요는 없을 듯하다. 댄 시먼스는 젤라즈니나 그렉 이건이 아니고, SF는 결코 사변소설만이 전부는 아니며, 어쩌면 정통 SF의 혈통은 대중오락용 모험소설에 닿아있지 않을까...

 

재미 ; 4

감동 ; 3

SF   ; 3.5

라미아가 보고 있다

2009. 10. 7. 12:32 posted by zelaznied

 

팀 파워스 지음

김민혜 옮김

열린책들, 2009

 

★★★☆

 

시인의 피

이 소설의 세계관이나 스토리 혹은 플롯, 캐릭터들을 소개하는 것은 부질없어 보인다. 직접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취향에 따라 호오가 극단적으로 갈릴 작품인데, 이전에 국내에 소개된 아누비스문 을 통해 팀 파워즈의 문체에 조금이라도 익숙하고, 팀 파워즈의 스팀펑크가 일본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먼저 들어온 그런 종류의 상상력이 아니라는 점만 기억해둔다면, 판타지 속에서 SF를 발견하는 기이한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소설이 SF냐 판타지냐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소설 자체로서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고 밀도 높으며, 무엇보다 가슴 아프고 감동적인 작품이다.

 

재미 ; 3

감동 ; 4

SF   ; 2.5

별을 쫓는 자

2008. 12. 13. 20:06 posted by zelaznied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북스피어, 2008

★★★★

젤라즈니의 나바호 신화와 베스터의 텔레파스들의 근접 조우
일단 가장 독자들의 기대치를 높이는 이전의 젤라즈니의 신화SF들-신들의사회 와 내이름콘라드-와 비교하자면 외향적 액션의 감소가 눈에 띈다. 내향적 경향은 젤라즈니가 꽤나 과격하게 집어넣은 모더니즘적 형식 파괴와 어우러져 독자의 면전에서 책장을 쾅 닫는 듯한 불친절한 느낌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작품에 SF적인 재미가, 그리고 감동이 없는 걸까? 기기묘묘한, 그야말로 신화 속의 존재들을 연상시키는 외계 생물들이 쏟아지고, 텔레파시 초능력자들이 시공을 넘어 종횡한다. 공중차가 도로를 질주하고 사람들은 텔레포트 부스에서 마치 엘리베이터를 타듯 세계를 건너뛴다. 중동에서는 석유나무 숲이 울창하고 인공지능과 외계인들, 지능이 높아진 돌고래와 원숭이들이 우주와 지구에서 춤추듯 명멸한다. 아니, 소재만 그럴싸하면 모두 SF냐고?
한 남자가 있다. 그의 태생적 한계와 인간 본연의 한계로 인한 실수로 한 여자를 잃었다. 그는 동족을 떠났고 외톨이가 되었으며, 사냥을 하며 세계-우주를 뛰어다녔고, 마침내 그가 했던 모든 행위들이 業이 되어 그에게 돌아왔다. 사냥꾼이 사냥감이 되어 쫓긴다. 내가 나로부터 낯설어진다. 그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인간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세상과 어떻게 대결해야 할까?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인간과 삶과 우주 그 안의 모든 것들을 근대 과학적인 상상력 속에 낯설게 조명함으로써 여타의 문학이 가닿지 못하는-혹은 필연적으로 모두 가닿을 수 밖에 없는 해답에 도달하는 SF 본연의 모습이 젤라즈니의 반짝이는 문체 속에 형상화되었다. 결말에서 깊은 감동을 얻지 못하는 사람은 스스로의 (문학적) 감수성을 돌아보시라.

재미 ; 4
감동 ; 5
SF   ; 4

일리움

2007. 11. 27. 14:26 posted by zelaznied


댄 시몬즈 지음
유인선 옮김
베가북스, 2007

★★★★

나노테크놀러지, 양자역학, 그리스 신들로 변주한 신들의사회
300 은 상대도 안 되는 근육덩어리 마초 신과 영웅들이 잔뜩 등장하고, 쿼런틴 이 얌전하게 느껴질 정도의 과격한 하드 SF적 전망이 펼쳐지고, 신들의사회 를 방불케하는 현학적인 훗까시들이 900 페이지 내내 쏟아져나온다.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은 완결되지 않은 이야기라는 것. 2008년에 나온다는 후속작 올림푸스 를 기대하자.

재미 ; 4
감동 ; 3.5
SF   ; 5

내이름은콘래드

2005. 4. 25. 10:26 posted by zelaznied
 
 


로저 젤라즈니 지음

곽영미, 최지원 옮김

시공사, 2005 (95년 나온 그리폰북스 001권의 재번역본)

 

별점 및 세부 점수는 구판 참고

 

젤라즈니의 힘!

바람의열두방향 혹은 밤을사냥하는자들 과 같은 아담한 판본으로 위의 표지만 봤을 때 받았던 부정적인 이미지는 상당히 감쇄되었다. 특히나 뒷표지의 주홍+연두의 상큼한 색 배합은 매력적. (그동안 젤라즈니는 왜 그리 검은 바탕으로만 나왔을까?) 그리고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SF작가, 로저 젤라즈니의 첫 장편 이라는 뒷표지 문구도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번역은 약간 갸우뚱. 재번역이 부딪히게 되는, 구번역과의 차별화와 원문 충실 사이의 딜레마에서 역시나 이 책도 비틀거린 느낌이다.

 

 

..어?거나 아직 못 읽으신 분들은 꼭 사세요. :)

키리냐가 1, 2

2004. 9. 30. 08:17 posted by zelaznied

 

마이클 레스닉 지음

최용준 옮김

열린책들, 2000

 

★★★

 

아프리카풍의 유토피아-디스토피아 SF

키리냐가는 아프리카 케냐의 원주민 키쿠유 족을 위해 개발된 태양계의 소행성의 이름. 서구 문명으로 인해 전통 문화가 말살될 위기에 처한 키쿠유 족 중 서구 문물에 혼을 팔지 않은 몇몇 문화적 생존자들이 자신들의 전통을 이어나가고자 소행성으로 이주한다. 외국 유학을 통해 서구 문명의 해악을 간파하고 고대의 지혜를 계승한 주술사 문두무구와, 여러 추장들의 지도 아래 이들은 신세계에서 자신들의 유토피아를 이루고자 하지만...

진부한 이야기지만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는 동전의 양 면이다. 유토피아라는 말 자체의 어원이 가리키듯 인간들이 추구하는 이상적 세계는 어디에도 있을 수 없으며, 만일 현실-실재의 영역으로 끌어내려진다면 결국 디스토피아로 변질될 뿐. 문화적 제국주의 혹은 식민 이론을 배경으로 한 듯한 이 소설 역시 유토피아의 그러한 운명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우화일 뿐이며, 주인공 격의 코리바 혹은 그에 대항하는 여러 인물들 개개인의 옳고 그름은 어차피 유토피아-디스토피아 안에서 부수적인 문제일 뿐이다.

나름대로 진지하게 문제에 접근한 면은 인정하겠지만, 이런 소설이 결국 서구인의 손으로 쓰여졌다는 것 자체, 그에서 오는 여러 미세한 부분 부분들이, 문맥 속에서 혹은 다 읽고 난 뒤의 감상 속에서 불편하게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이 칭찬하는 SF이고, 객관적으로 그런 찬사에 대해서 인정은 하겠지만, 최소한 fool 은 그랬음. ;;

 

재미 ; 4

감동 ; 3.5

SF   ; 3

 

키워드 ; 유토피아 / 디스토피아 / 인공세계 / 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