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쫓는 자

2008. 12. 13. 20:06 posted by zelaznied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북스피어, 2008

★★★★

젤라즈니의 나바호 신화와 베스터의 텔레파스들의 근접 조우
일단 가장 독자들의 기대치를 높이는 이전의 젤라즈니의 신화SF들-신들의사회 와 내이름콘라드-와 비교하자면 외향적 액션의 감소가 눈에 띈다. 내향적 경향은 젤라즈니가 꽤나 과격하게 집어넣은 모더니즘적 형식 파괴와 어우러져 독자의 면전에서 책장을 쾅 닫는 듯한 불친절한 느낌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작품에 SF적인 재미가, 그리고 감동이 없는 걸까? 기기묘묘한, 그야말로 신화 속의 존재들을 연상시키는 외계 생물들이 쏟아지고, 텔레파시 초능력자들이 시공을 넘어 종횡한다. 공중차가 도로를 질주하고 사람들은 텔레포트 부스에서 마치 엘리베이터를 타듯 세계를 건너뛴다. 중동에서는 석유나무 숲이 울창하고 인공지능과 외계인들, 지능이 높아진 돌고래와 원숭이들이 우주와 지구에서 춤추듯 명멸한다. 아니, 소재만 그럴싸하면 모두 SF냐고?
한 남자가 있다. 그의 태생적 한계와 인간 본연의 한계로 인한 실수로 한 여자를 잃었다. 그는 동족을 떠났고 외톨이가 되었으며, 사냥을 하며 세계-우주를 뛰어다녔고, 마침내 그가 했던 모든 행위들이 業이 되어 그에게 돌아왔다. 사냥꾼이 사냥감이 되어 쫓긴다. 내가 나로부터 낯설어진다. 그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인간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세상과 어떻게 대결해야 할까?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인간과 삶과 우주 그 안의 모든 것들을 근대 과학적인 상상력 속에 낯설게 조명함으로써 여타의 문학이 가닿지 못하는-혹은 필연적으로 모두 가닿을 수 밖에 없는 해답에 도달하는 SF 본연의 모습이 젤라즈니의 반짝이는 문체 속에 형상화되었다. 결말에서 깊은 감동을 얻지 못하는 사람은 스스로의 (문학적) 감수성을 돌아보시라.

재미 ; 4
감동 ; 5
SF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