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에 해당되는 글 17건

  1. 2020.11.08 머더봇 다이어리: 인공상태
  2. 2019.10.04 식스 웨이크
  3. 2018.09.28 신의 망치
  4. 2016.06.28 사소한 정의
  5. 2010.09.26 대수학자
  6. 2010.09.25 집행인의 귀향
  7. 2010.01.11 우주비행사 피륵스
  8. 2009.10.07 올림포스
  9. 2009.09.06 히페리온 4
  10. 2008.12.14 시리우스

머더봇 다이어리: 인공상태

2020. 11. 8. 11:57 posted by zelaznied

마샤 웰스 지음
고호관 옮김
알마, 2020.07.

★★☆

전편보다는 나은 속편
가출한 인공지능은 다시 자신처럼(그리고 시리즈 전반처럼) 멍청하고 답없는 인공지능과 인간들 속에 던져지는데, 그래도 전반적인 설정 틀은 전편만큼 억지스럽지는 않고, 그럭저럭 무난하게 이해하며 넘어갈 수 있게 해준다.

제대로 된 SF는 아니지만 제대로 된 SF를 읽기 힘든 사람들에게는 꽤 괜찮은 대안.

재미: 3
감동: 2
SF  : 2.5


식스 웨이크

2019. 10. 4. 16:59 posted by zelaznied

무르 래퍼티 지음
신해경 옮김
아작, 2019.04.

★★★

클로닝, 영생, 그리고 미스테리

2009년 테드 창이 부천에서 처음 캔사스의유령 의 도입부를 소개했을 때 느꼈던 전율과 호기심과, 막상 2015년에 불새에서 번역 출간해서 전편을 읽었을 때의 감상이 떠오른다. '클로닝과 기억 전이로 영생을 누릴 수 있는 미래에, 다른 항성으로 가던 배에서 승무원 여섯 명의 새로운 클론이, 기억이 모두 지워진 채 깨어나고, 그들은 곧 수십 년의 나이를 먹은 자신들의 시체를 발견한다'는 도입부가 매혹적이지만, 실제 결말까지의 여정은 그렇게까지 매력적이지는 않다는 점에서.
클로닝과 기억 백업, 전이를 통해, 죽어도 죽기 전 백업된 기억을 지닌 채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세상에서 살인은 일종의 사회적 망신 주기에 지나지 않을 뿐이고, 여러 생애 동안 다양한 직업을 마스터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세상에서도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 사이의 갈등은 여전하며,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우주선 속에서도 미스테리는 발생한다.
미스테리 자체보다는 (SF들에서 많이 다뤄져서 진부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클로닝과 기억 백업이 가져온 사회적 변화들을, 낯선 환경에 던져진 등장인물들이 차례차례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들을 구경하는 SF적인 재미가 쏠쏠하다.

재미 : 4
감동 : 2
SF   : 3


신의 망치

2018. 9. 28. 13:50 posted by zelaznied

아서 클라크 지음
고호관 옮김
아작, 2018


지구 종말에 관한 유쾌한 하드 SF 고전

아서 클라크가 마지막으로 단독 집필한지 25년이 지난 뒤에야 국내에 출간된 이 책은, 공교롭게도 20여 년 뒤에 나온 비슷한 소재의 소설과 비슷한 시기에 출간되었는데, 덕분에 대비를 통해서 오히려 아서 클라크만의 매력이 더 강조되지 않았나 싶다.
아서 클라크의 매력 : 모든 등장인물들은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며ㅡ심지어 광신도들마저 그렇다ㅡ자신과 주변 상황을 심리적 거리감을 두고 조용히 관조한다. 명상에 가까운 관조다. 물론 수식처럼 아름다운 우주에도 우연과 실수와 돌발 사태는 있지만, 그것은 명상 속에 작은 미소를 더할 뿐이다.
천문학적 거리와 우주적 시간 속에서 제국처럼 느리게 다가오는 파국을 막으려 미약하지만 꿋꿋하게 전진하는 견인선 골리앗 호의 항해는 마치 비글호의 항해처럼 여유롭고 위트있으며, 삶의 순간순간 우주가 주는 신비에 열린 시야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재미 : 4
감동 : 4
SF   : 5


사소한 정의

2016. 6. 28. 00:08 posted by zelaznied


앤 레키 지음

신해경 옮김

아작, 2016


★★★☆


화려하지 않은 대신 차분하고 치밀한 스페이스오페라

은하제국과 초광속 전함들이 등장하지만, (중의적인 의미는 잘 살리지 못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사소한 것들ㅡ호감이나 우정, 배려와 양심 같은 것들이 어떻게 거대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는지 그려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앤 레키의 세계는 이언 M. 뱅크스나 댄 시먼스의 우주보다는 르귄의 섬들에 가까운 느낌인데, 초라하거나 실망스럽기보다는 현실적이고 흥미롭게 느껴진다. 스페이스오페라가 진지해질 수 있을까? 이언 M. 뱅크스가 이미 그렇다고 답했지만 앤 레키는 또다른 방식으로, 그렇다고 힘주어 말한다.


재미 : 3

감동 : 4

SF   : 3

대수학자

2010. 9. 26. 20:11 posted by zelaznied
 

이언 M 뱅크스 지음
김민혜 옮김
열린책들, 2010

★★★☆

화려하고 퇴폐적인 모던 스페이스오페라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매력적으로 미친 광신 독재 신흥종교 교주의 은하계 침략과 인류의 운명을 구원할 단서를 찾아 외계 도서관을 뒤지는 학자, 공적인 임무와 사적인 복수심 사이에서 갈등하는 우주군 장교, 사람 목숨을 사람 목숨으로 여기지 않는 우주 상인 귀족, 자연 진화 지능과 인공 지능 사이의 반목과 갈등, 무엇보다도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무책임하게 태평한 가스형 행성 외계인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다른 무슨 찬사가 필요할까? 아직 안 읽었다면 읽으시라!

재미 : 4
감동 : 3.5
SF   : 4

집행인의 귀향

2010. 9. 25. 10:43 posted by zelaznied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북스피어, 2010

★★★☆

구원자의 귀환
젤라즈니의 연작 중편 중 한 편만이 용케 번역되었다. 내이름은콘라드 의 역자 해설에서 언급되었던 것을 생각하면 국내에 이름 알려진지 15년 만의 일. 같은 연작인 루모코이브 는 팬 번역을 통해 웹에서 한 차례 돌았었지만 재미와 감동은 이쪽이 단연 빼어나다. 젤라즈니가 사이버네틱스를 다루는 솜씨도 눈여겨 볼 만 하지만, 특히나 인간의 원죄와 구원에 대해서 나직하고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대목은 현학적이고 시니컬한 젤라즈니 특유의 작풍에서는 아주 이례적이기 때문에 감동과 함께 일종의 놀라움까지 맛볼 수 있다.

재미 : 3
감동 : 4
SF   : 4

우주비행사 피륵스

2010. 1. 11. 19:57 posted by zelaznied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전대호 옮김

오멜라스, 2009

 

★★★★

 

사이버네틱 오딧세이아

우주비행사 후보생 시절부터 애송이 항해사, 노련한 선장, 관록 있는 지휘관, 원로 우주인이 되기까지 한 소년의 우주 성장담을 통해 우주 탐사, 로봇과 인공지능, 심지어 외계 문명이르기까지 SF의 다양한 주제들이 렘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 깊이 있는 사색과 통찰 속에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가볍고 유쾌하게 시작해서 점점 무겁고 어두워지는 수록작들은 사이버리아드 와 궤를 같이 하고, 자기 테이프와 아날로그 계기판, 레버와 다이얼 등 구시대 SF 특유의 공학적 향취가 향긋한 걸작 연작 소설.

 

재미 ; 4

감동 ; 4

SF   ; 4

올림포스

2009. 10. 7. 20:57 posted by zelaznied

 

댄 시먼스 지음

김수연 옮김

베가북스, 2009

 

★★★

 

장대한 SF 서사시의 무리 없는 완결

중반까지는 뉴런에 과부하 걸리는 급진적인 양자 우주론과 아드레날린 넘쳐나는 스페이스오페라 액션 활극을 고풍스런 영문학의 바탕 위에서 잘 결합해 나가다가 후반부 들어서는 할리우드식 드라마로 연착륙한다. 잘 만들어진 미드를 본 느낌. 끊임없이 세익스피어와 호메로스를 호명했어도 결국 대중오락물에 머무르고 말았는데, 그렇다고 굳이 고급/저급의 도식을 가져다 댈 필요는 없을 듯하다. 댄 시먼스는 젤라즈니나 그렉 이건이 아니고, SF는 결코 사변소설만이 전부는 아니며, 어쩌면 정통 SF의 혈통은 대중오락용 모험소설에 닿아있지 않을까...

 

재미 ; 4

감동 ; 3

SF   ; 3.5

히페리온

2009. 9. 6. 09:03 posted by zelaznied

 

댄 시먼스 지음

최용준 옮김

열린책들, 2009

 

★★★★

 

스페이스오페라를 경배하라

하드SF를 추앙하는 진골 SF팬들에게 스페이스오페라란 묻어버리고 싶은 흑역사일지도 모르겠지만, 이제 국내에도 띄엄띄엄 들어오고 있는 최신 스페이스오페라들은 하드SF의 상상력과 사이버펑크의 감성, 뉴웨이브의 기법을 한데 아울러, SF의 참맛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만방에 고하고 있는 듯 하다. 외계 행성의 신흥 종교에 참례하는 순례자들이 제각기 펼쳐놓는 이야기 속에는 카톨릭 계열의 정통 종교SF, 엔더의게임 혹은 영원한전쟁 의 일부를 연상시키는 밀리터리SF, 젤라즈니류의 문학적SF, 감성적인 드라마SF, 사이버펑크가 하드보일드 느와르와 어떻게 닿아있었는지 보여주는 추리SF, 아서 클라크를 연상시키는 머나먼 외계 행성 바다의 노래까지 이 모든 것을 단돈 15,000원에! 지금 바로 구매하세... 스페이스오페라적인 우주관 아래에서 한데 끌어모아 녹여내어 SF의 본질을 추출해내는데 성공했다. 사제와 군인, 시인, 학자, 탐정, 외교관이 그들의 순례길에서 털어놓는 다채로운 SF적 감동을 지금, 맛보시라.

 

재미 ; 4

감동 ; 4

SF   ; 4

 

시리우스

2008. 12. 14. 20:21 posted by zelaznied


올라프 스태플든 지음
이영기 옮김
오멜라스(웅진), 2008

★★★

개 같은 인간, 인간 같은 개
인간의 지능을 갖도록 조작된 개 시리우스는 SF 속에서 인간에 의해 창조된 모든 인간형 피조물들이 그러하듯 인간 자체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하지만 로봇이나 컴퓨터, 복제인간들과 달리 개의 외형-과 개의 본성, 늑대의 본능을 취한 이 피조물의 입을 통해 통렬히 비판되는 20세기 초엽 서구 사회-서구 문명은 읽는 이를 숙연하게 만든다. 시리우스와 플랙시의 교감은 하인라인의 스타십트루퍼스 를, 시리우스 자체는 딘 쿤츠의 와처스 를 떠올리게 하지만, (비록 와처스 가 딘 쿤츠의 최상급 중 하나라 하더라도) 두 작품 모두 시리우스 의 사변을 따르지는 못한다. 162쪽과 163쪽(보급판 기준)의 SF적 비전은 SF 독자들-혹은 아서 클라크 팬들로서는 필독의 구절.

재미 ; 3
감동 ; 4
SF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