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정치'에 해당되는 글 7건

  1. 2016.07.04 체체파리의 비법
  2. 2007.05.11 쌀과 소금의 시대
  3. 2005.09.14 에코토피아
  4. 2005.01.21 여자만의나라
  5. 2005.01.05 콰이터스 1,2
  6. 2004.07.22 어둠의왼손
  7. 2004.07.22 시녀이야기 2

체체파리의 비법

2016. 7. 4. 19:58 posted by zelaznied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 지음

이수현 옮김

아작, 2016


★★★★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읽어야 할 SF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SF들을 성정치적 관점에서만 읽는 것은 분명히 편협한 독서일 것이다. 하지만  2016년 현재 한국 사회는 그런 독법이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덧없는존재감 과 비애곡 은 SF만으로서도 훌륭한 작품이지만 우리는 체체파리의비법 과 휴스턴,휴스턴,들리는가 를 읽으며 지금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게 과연 무엇인지, 무엇이 우리 모두를 괴롭히고 있는 것인지 직시해야만 한다.


재미 : 3

감동 : 3

SF   : 4

쌀과 소금의 시대

2007. 5. 11. 09:12 posted by zelaznied

 

킴 스탠리 로빈슨 지음

박종윤 옮김

열림원, 2007

 

★★★★

 

흑사병이 서양을 말끔하게 지운 뒤의 대체 역사

대부분의 대체역사물이 역사가 대체된 세계를 공시적 횡단면으로 그려냈다면, 이 '대하'대체역사소설은 대체된 역사가 발전해나가는 과정으로 통시적 종단면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수많은 주인공들이 필요한 바, 작가는 기발하게도 동양의 윤회설을 도입해 세 명의 주요 캐릭터들이 수많은 삶을 되풀이함으로써 인류 전체의 삶이 질곡을 거쳐 깨달음의 발견, 발전과 성숙에 이르는 과정을 장대하게 풀어냈다. 때문에 서양을 지운다는 거대한 발상의 전환은, 거시사의 스펙터클 대신 미시사의 세밀하지만 단편적인 편린들로 나타난다.

종교와 기술, 정치와 사상, 문화에 대한 저자의 깊고 폭넓은 이해가 수렴 표출되는 후반부의 감동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 다만 아시아의 문물을 영어로 수용 표현한 원문을 다시 우리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번역상의 어색함은 감수해야 할듯.

 

재미 ; 3.5

감동 ; 4.5

SF   ; 3.5

에코토피아

2005. 9. 14. 13:38 posted by zelaznied


어니스트 칼렌바크 지음

                          옮김

정신세계사,

 

★★★ 1/2

 

오래될 미래

에코피아는 21세기의 어느 무렵, 캘리포니아 주 북부를 포함한 일부 지역이 미연방으로부터 탈퇴하여 독립한 국가의 이름이다. 그들의 연방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이유는 인간과 환경이 완벽하게 조화된 상태학적 이상향을 창조하기 위해서였다. 미국과 적대관계 속에서 20년 가까이 고립정책을 고집해온 이 나라가 마침내 뉴욕의 신문 기자 윌이엄 웨스턴을 최초의 손님으로 받아들인다. 작은 녹지공원들로 뒤덮인 미니 도시들, 여성이 지배하는 집권당인 '생존당'의 철두철미하고 급진적인 환경정책, 자연으로 환원될 수 없는 어떠한 물건도 만들어내지 않는 산업, 완전히 새로운 가치관에 의해 영위되는 자유로운 성(性) - 의혹과 갈등 속에서 웨스턴은 차츰 신세계의 참모습에 눈뜨게 된다.

 

..는 것이 출판사 홈페이지의 옮긴이의 말 일부.

 

그러니까 환경 문제는, 결국 우리의 삶과 존재 모두와 전면적으로 연관된 문제인 거다. 유토피아라는 고전적 주제를 환경 문제라는 근래의 주제 의식으로 변주해낸 이 소설은, 환경주의가 순수함을 의심받는-혹은 검증받는-2000년대에도 여전히 곰곰히 생각해볼거리들을 던져주고 있다.

 

재미 ; 3

감동 ; 3

SF   ; 2.5 (과학적이라기보다는 사회학적 상상력)

 

키워드 - 유토피아 / 환경문제 /

여자만의나라

2005. 1. 21. 11:18 posted by zelaznied
 
 


샬롯 퍼킨스 길먼 지음

손영미 옮김

한국문화사 2002 (도서출판 지호에서 95년에도 이미 출간)

 

 

페미니즘 유토피아의 고전

세 사람의 총각 탐험가들이 여자들만 사는 나라가 있다는 생각에 가슴 설레며 온갖 같잖은 몽상과 함께 찾은 곳은 바로 HerLand. 그러나 이곳은 남성 특유의 경쟁과 지배의 논리가 모두 사라지고 우애와 협력만이 남아 아름답고 우아하게 유토피아를 구현하고 있는 곳. 세 총각은 어설프게 욕정에 눈이 멀어 총 들고 잠시 설치다 부드럽고 평화적이지만 단호한 보호 아래 놓이게 된다.

유토피아 소설은 문학이 정치 사상과 만나는 가장 근접점에 놓이는 소설일 것이다. 이 소설에서 다루는 정치 사상은 일종의 페미니즘적 아니키즘이랄까. 실제로도 여성의 자의식을 인정하지 않는 시대에 태어나 힘겨운 삶을 고통스럽지만 당당하게 살아냈던 저자는 격하거나 흥분된 목소리가 아닌 조용하고 위트있는 어조로 여성성 속에서 건설될 수 있는 이상적인 삶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타인을 경쟁과 지배의 대상으로만 보는 남성들의 시각이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세계를 얼마나 병들게 해놓았는지, 다른 시선으로 타인을 바라보고 함께 세상을 만들어나갈 때 우리는 어떤 삶을 살 수 있을 것인지 상당히 설득력있게 그리고 있다.

...라고, 칭찬만 하고 끝내고 싶은데, 솔직히, 여자들만의 나라가 성립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문제를 단순히 알 수 없는 기적에 의한 처녀 생식이라는 개연성 부족한 요소로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점에선 SF팬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할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냥 판타지로 보자구요. ;;

 

재미 ; 3

감동 ; 3

SF   ; 2

 

키워드 - 유토피아 / 여성주의 /

콰이터스 1,2

2005. 1. 5. 18:45 posted by zelaznied

 

P.D. 제임스 지음

정초능 옮김

동아일보사 1993

 

 

디스토피아와 수태고지의 만남

1995년, 인류는 원인불명의 불임증(주로 남성의 무정자증과 관련된)으로 더이상 아이들을 낳을 수 없게된다. 꼬마들의 웃음소리는 이제 잊혀진 지 오래인 2021년, 점점 고령화로 치닫는 세계 속에서 영국은 총통의 독재 아래 희망 없는 노인들이 콰이터스라 불리는 자살 의식에 반강제적으로 참가당하는 등 디스토피아적 상황에 놓인다. 총독의 사촌으로 한때 평의회 자문 위원이기도 했던 주인공 테오는 어느 날 지하 저항그룹의 한 여성대원을 만나게 되는데...

한 마디로 말해서 시녀이야기 + 1984 라고나. 저자는 차분하고 자기 성찰적인 목소리로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심리, 절망 속에 빠진 사회의 모습을 실감나게 형상화했다. 위기-절정 단계에 이르러, 마침내 25년 만에 한 여인이 임신을 하게 되면서부터 벌어지는 급박한 상황은 말 그대로 마리아와 요셉의 이집트 행을 연상시키는 종교적 아우라 속에서 한층 감동적으로 펼쳐지고.

여성만의 근원적 공포와 닿아 있는 또 하나의 디스토피아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듯.

 

재미 ; 3

감동 ; 4

SF   ; 3

 

키워드 - 디스토피아 /

어둠의왼손

2004. 7. 22. 19:14 posted by zelaznied

 

어슐러 르귄 지음

서정록 옮김

시공사 1995          (동 출판사에서 하드커버 재출간)

 

★★★★★

 

감동의 페미니즘(의 테두리로 가둘 수 없는) SF 걸작

행성 겨울의 사람들은 남자와 여자의 구별이 없다. 발정기가 따로 있어 주변 상황에 따라 남자 여자가 될 수 있는 이 행성 사람들은, 마치 지난 세기 지구에서처럼 강대국 사이의 냉전이 한창인데, 이곳에 마침내 우주 저 편에서 외계의 대사가 파견되어 온다. 조그만 나라들끼리 조그만 행성에서 다툴 뿐이던 사람들은, 남성적인 맹목과 여성적인 의심을 한데 갖춘 사람들은 과연 별에서 온 사자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양성동체의 외계인(?)-헤인 시리즈에 대해 알면 수긍하겠지만, 결코 외계인은 아니다. ;; -의 등장과 르귄 특유의 섬세한 심리 묘사로, 물론 성정치적으로도 큰 의의를 지닌 작품이라 하겠지만 fool 로서는 앞서 말했듯 무한한 우주 앞에서 그야말로 눈 앞의 이익에 눈이 먼 채 아웅다웅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이 훨씬 더 가슴을 찔러왔다.

진정한 문학 작품은 특정 시대의 역사도 특정 시대의 사회도 특정 시대의 사상도 모두 언급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인간 그 자체를 이야기하는 것임을, 르귄은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재미 - 4

감동 - 5

SF   - 5

 

키워드 ; 외계인 /

시녀이야기

2004. 7. 22. 19:06 posted by zelaznied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정성호 옮김

문학사상사 1990          (황금가지에서 2002년에 새 번역으로 나왔다)

 

★★★★

 

여성과 남성 모두의 악몽

여성적 관점에서 본 디스토피아물. 남자인 fool 이 봐도 끔찍한 것을 보면, 굳이 페미니즘이란 딱지를 붙일 필요가 없을 듯 하다.

환경 오염으로 인해 불임이 폭증한 근미래. 임신 가능한 여성들은 국가 차원에서 특별 관리되고, 고위 계급들의 출산 수단으로 전락해버린다.

똑같이 불임으로 인한 종말을 그리고 있는 콰이터스 와 비교해보면 더 재밌을 듯.

 

재미 - 3

감동 - 4.5

SF   - 3.5

 

키워드 ; 디스토피아 / 생물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