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만의나라

2005. 1. 21. 11:18 posted by zelaznied
 
 


샬롯 퍼킨스 길먼 지음

손영미 옮김

한국문화사 2002 (도서출판 지호에서 95년에도 이미 출간)

 

 

페미니즘 유토피아의 고전

세 사람의 총각 탐험가들이 여자들만 사는 나라가 있다는 생각에 가슴 설레며 온갖 같잖은 몽상과 함께 찾은 곳은 바로 HerLand. 그러나 이곳은 남성 특유의 경쟁과 지배의 논리가 모두 사라지고 우애와 협력만이 남아 아름답고 우아하게 유토피아를 구현하고 있는 곳. 세 총각은 어설프게 욕정에 눈이 멀어 총 들고 잠시 설치다 부드럽고 평화적이지만 단호한 보호 아래 놓이게 된다.

유토피아 소설은 문학이 정치 사상과 만나는 가장 근접점에 놓이는 소설일 것이다. 이 소설에서 다루는 정치 사상은 일종의 페미니즘적 아니키즘이랄까. 실제로도 여성의 자의식을 인정하지 않는 시대에 태어나 힘겨운 삶을 고통스럽지만 당당하게 살아냈던 저자는 격하거나 흥분된 목소리가 아닌 조용하고 위트있는 어조로 여성성 속에서 건설될 수 있는 이상적인 삶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타인을 경쟁과 지배의 대상으로만 보는 남성들의 시각이 우리가 사는 지금 이 세계를 얼마나 병들게 해놓았는지, 다른 시선으로 타인을 바라보고 함께 세상을 만들어나갈 때 우리는 어떤 삶을 살 수 있을 것인지 상당히 설득력있게 그리고 있다.

...라고, 칭찬만 하고 끝내고 싶은데, 솔직히, 여자들만의 나라가 성립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문제를 단순히 알 수 없는 기적에 의한 처녀 생식이라는 개연성 부족한 요소로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점에선 SF팬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할 수도 있을 거 같다. 그냥 판타지로 보자구요. ;;

 

재미 ; 3

감동 ; 3

SF   ; 2

 

키워드 - 유토피아 / 여성주의 /